[박영욱 조명탄] 싱크탱크를 생각한다

입력 2021. 04. 13   17:15
업데이트 2021. 04. 1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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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영 욱 사단법인 한국국방기술학회 학회장
박 영 욱 사단법인 한국국방기술학회 학회장


매년 3∼4월에는 전 세계 언론이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민간연구소가 발표하는 분석보고서의 하이라이트를 보도한다. 그 내용은 세계 각국 국방안보 정책 수립의 기본자료로 활용되기도 하고, 관련 학계 연구물이나 수많은 강의·브리핑에서 인용되기도 한다. 나 역시 이 자료를 강의시간에 애용하고 있다. 스톡홀름에 있는 비영리단체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서 1968년부터 발간하는 연감(Yearbook) 이야기다. SIPRI는 전 세계 국방비나 군비지출, 무기수출입과 글로벌 방산 동향 등 세계 군사안보의 거시현황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는데, 이는 가장 공신력 있는 군사안보 분야의 분석보고서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가 국방비 지출과 군사력, 무기수입 규모에서 전 세계 10위 이내에 꼽힌다는 보도도, 세계 1·2위를 오르내리는 미국 무기 수입국이라는 통계도 모두 SIPRI가 제공한 자료의 일부다. 또 매년 5월이나 6월에는 싱가포르의 샹그릴라호텔로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미·중·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각국의 안보수장들과 관련 전문가들이 총출동하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열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방부 장관도 자주 참석해 국제 안보현안을 다룬다. 이 회의는 SIPRI 연감과 함께 최다 인용도를 기록하는 군비통계보고서(Military Balance)를 발간하는 영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2002년부터 개최해 세계적인 국제안보 회의체로 성장했다.

미국의 랜드(RAND)연구소는 보잉사 전신인 더글러스항공의 출자로 미 공군의 미래전략에 대해 기술적 조언을 하기 위해 1948년 설립됐다. 30여 명이 넘는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기도 했고 미 국방부 전략을 비롯한 정부 정책 전반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비영리 민간 싱크탱크의 대명사다.

군사안보 전략을 다루는 민간단체의 효시는 1831년부터 군사안보전략과 정책을 전문적으로 조언한 영국의 왕립군사연구소(RUSI)다. ‘싱크탱크’라는 용어는 2차 대전 당시 미국을 중심으로 국방전략을 고민하고 논의(think)하는 공간(tank)이라는 뜻으로 등장했다. 이후 공공정책 전 분야로 그 역할이 확장되면서 국가정책을 지원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독립적 비당파적 비영리 전문가 단체를 의미하게 됐다.

싱크탱크의 원조인 왕립군사연구소나 SIPRI, 국제전략문제연구소, 그리고 랜드연구소 모두 군사안보 분야에서 출발한 민간 싱크탱크다. 군사력지수나 전략에 대해 세계적으로 인용되는 객관적 분석 결과를 제공하는 싱크탱크는 현재 국내에 없다. 물론 경제 분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세계 16위(2020),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32위에 랭크돼 있기는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군사안보 핵심지역으로 꼽히는 우리나라의 군사전략에 대한 분석과 연구결과를 상당 부분 해외 싱크탱크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각국이 군사정보를 모두 개방하거나 공유하지 않는 상황에서 해외 연구결과를 그대로 믿을 수 있는지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세계 싱크탱크 상위 리스트에 군사안보 전략과 정책을 다루는 한국의 싱크탱크를 찾아볼 수 없다. 10년 이내에 글로벌 무대에 설 수 있는 과학기술 기반의 국방 싱크탱크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나의 가장 큰 목표이자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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