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본 김하성 MLB 데뷔 첫 홈런 못 잊을 추억”

입력 2021. 04. 13   16:20
업데이트 2021. 04. 1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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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64일 1536시간의 미국 출장을 마치고
꿈에 도전 미국행 양현종에 시선 가
맏형 역할 톡톡 류현진 기억에 남아
추신수, 아들과 이별 장면도 생생
“코리안 메이저리거들 좋은 활약을”


64일 1536시간의 미국 출장을 마치고 한국행 비행기를 기다리는 달라스 포트워스 국제공항이다. 2개월여 동안 미국 중부 서부와 동부를 오가며 정말 열심히 돌아다녔다.

처음 미국에 올 때만 해도 추신수가 한국에서 뛰게 되리라곤 상상조차 못했다. 추신수의 집이 있는 텍사스주 사우스레이크에서 그를 만났을 때만 해도 거취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계속 그의 상황을 점검하는 동안 텍사스를 휩쓴 한파와 폭설을 만났고, 그로 인해 숙소의 정전·단수를 경험하며 두려움에 떨던 시간이 기억난다.

2월 중순 이후부터 추신수한테 움직임이 느껴졌다. SK 와이번스를 인수한 신세계그룹에서 추신수를 영입하려고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에서 뛰고 싶은 마음이 컸고, 자신을 불러준 신세계그룹에 고마움을 느꼈지만, 가족들을 두고 혼자 한국에서 생활해야 하는 환경에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추신수는 아내 하원미 씨의 응원을 등에 업고 한국행을 결정했다. 그가 한국으로 떠나던 날 둘째 아들 건우 군이 오열하며 아빠의 부재를 마음 아파했던 모습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코리안 메이저리거들과의 만남도 기억에 남는다. 애리조나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른 양현종(텍사스 레인저스)과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시작’ ‘루키’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플로리다의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과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베테랑과 2년 차라는 점에서 비슷한 면이 있었다.

아무래도 메이저리그가 처음인 양현종과 김하성을 집중적으로 취재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양현종은 좋은 대우와 연봉을 포기하고 미국을 선택했고, 마이너리그 계약을 감수하면서도 텍사스 유니폼을 입은 터라 자꾸 시선이 갔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26인 개막 로스터의 한 자리를 놓고 양현종은 끝까지 경쟁 구도에 놓여 있었다. 개막전 당일 양현종은 26인 로스터에 들어가는 대신 ‘택시 스쿼드’라는 생소한 단어에 포함돼 개막 원정 경기에 동행했다.

택시 스쿼드의 시초는 미국프로풋볼 리그(NFL)다. 액티브 로스터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이상 발생 시 1군 로스터에 들어가는 선수들로 NFL에서는 이 제도가 없어졌지만 코로나19로 인해 MLB에서 부활해 현재 운영 중이다.

양현종이 택시 스쿼드에 포함됐다는 건 구단에서 양현종의 전략적 가치를 인정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콜업을 약속하진 않는다. 양현종은 40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마이너리그 선수다. 빅리그에서 뛰려면 먼저 40인 로스터에 진입해야 하고 26인 로스터 등록 없이는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를 수 없다.

양현종이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려면 40인 로스터에 있는 선수 중 한 명을 빼고 양현종을 올려야 한다. 양현종을 취재하는 내내 그가 모든 걸 내려놓고 미국으로 향한 배경과 구단과의 계약 내용, 조건들이 아쉽고 안타까웠다.

지난 11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필드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텍사스 레인저스 경기에서 김하성의 메이저리그 데뷔 첫 홈런을 직접 본 건 잊지 못할 것 같다. 김하성은 팀의 원정 경기에서 9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고 2-3으로 뒤진 5회 초 선두 타자로 나와 동점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상대 선발 투수 조던 라일스를 상대로 비거리 118m의 타구를 날렸을 때 순간 파울이라고 생각했는데 폴대에 맞은 공이 경기장으로 떨어지면서 홈런인 걸 알 수 있었다.

당시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홈 팬, 원정 팬 할 것 없이 모두 큰 박수와 함성으로 김하성의 데뷔 첫 홈런을 축하했다. 베이스를 돌고 더그아웃으로 향한 김하성이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쁨을 나누려다 선수들의 ‘침묵 세리머니’를 경험한 장면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빅리그 첫 홈런을 친 선수에게 처음에는 무관심으로 대응하다가 나중에 축하해 주는 게 문화다. 미국 현지 출장은 모두 끝났다.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의 좋은 활약과 건강을 응원하며 한국으로 출발한다.

1 추신수의 아내 하원미 씨가 지난달 25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공항에서 남편을 배웅한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함께 찍은 사진 등을 올렸다.사진은 출국 수속 전 하원미 씨와 포옹하는 추신수(왼쪽).하원미 씨 인스타그램 캡처 2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류현진이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의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제공 3 미국 애리조나 주 피오리아 스포츠콤플렉스에 위치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훈련장. 전체 선수단 첫 훈련에 참가하는 김하성의 모습. 필자 제공 4 텍사스 레인저스 유니폼을 입고 불펜피칭 중인 양현종.텍사스 레인저스 제공
<이영미 인터뷰 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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