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규 국방광장] 포괄적 안보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접근

입력 2021. 04. 13   17:15
업데이트 2021. 04. 1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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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한 규 전 합참 작전부장·정치학 박사·예비역 육군소장
조 한 규 전 합참 작전부장·정치학 박사·예비역 육군소장

최근 미국의 지정학 전략가인 피터 자이한의 논리가 포괄적 안보와 경항모 도입 주제의 글에 인용되는 경향에 대해 나의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 경항모 도입을 반대하고자 하는 게 아니고 외국 학자의 견해를 인용하더라도 타당성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최근 일부 전문가는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 해체를 상정한 포괄적 안보가 중요하므로 경항모 도입이 필요하다”라며, 그 주장의 논거로서 피터 자이한의 『각자도생의 세계와 지정학(Disunited Nations)』의 몇몇 내용을 제시했다. ①바이든 시대에도 미국 우선주의가 강화될 것이고 ②중국이 추락하면 미국은 일본·한국과 동맹을 해체할 것이며 ③이에 따라 일본과 중국의 행동의 자유가 커질 것이고 특히 일본의 군사적 본능이 되살아날 것이기 때문에 ④에너지 안보, 식량안보 등 포괄적 안보전략 차원에서 경항모 도입이 유용하다는 논리 구조다. 일면 일리가 있는 것 같지만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바이든 시대의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은 타당성이 부족하다. 여러 면에서 다자주의와 동맹을 강화하려는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

둘째, 미국 우선주의로 중국이 추락하면 미국은 한국·일본과 동맹을 유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미군을 철수시켜 동맹이 해체될 것이라는 주장은 타당성이 매우 적다. 왜냐하면 미국 세계전략의 핵심은 지역의 안정과 질서 유지인데, 과연 동맹을 해체하고 미군을 철수시키면 동북아 지역의 안정성이 높아질까? 반대로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미국의 통제력이 약화될 것이다. 과연 이것이 합리적 추론인가? 미국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한·미·일 삼각동맹 체제 구축을 통해 앞으로도 중국·러시아·북한을 견제하고 동북아 지역의 질서를 유지하려 할 것이다.

셋째, 따라서 일본의 군사적 본능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예측도 논리의 비약이다. 한미동맹이 확고한 이상 미국은 일본의 군사적 야심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일본의 군사력 증강은 미일동맹의 틀과 지역적 안정의 틀 내에서 가능하다.

넷째, 포괄적 안보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접근이 필요하다. 재난·사이버·전염병·환경·식량·에너지 등 비전통 위협과 미래의 잠재위협으로부터 포괄적 안보전략을 구상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군사력을 건설하는 것은 지극히 타당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가장 중요한 현존 군사위협이 배제돼서는 안 된다. 또한 예상되는 모든 위협을 군사력, 그것도 자국의 군사력으로만 대처할 수는 없다. 그래서 제한된 국방예산을 가지고 군사력 건설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가 중요한 것이다. 국방부의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국방기획관리제도와 획득제도들도 이러한 문제를 보다 합리적으로 의사결정하기 위한 것이다.

끝으로, 나는 개인적으로 경함모 도입을 반대하지 않는다. 합동성을 강화하고 3군 전력의 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다만 이러한 군사력 건설과 같은 중요 국가적 의사결정은 오로지 국가이익과 합리적인 가정에 기초해야 할 것이다.

또한 ①군사 및 비군사 위협을 포함한 현존 및 미래 위협 고려 시 우선순위는 무엇인지 ②우리의 현 능력 대비 얼마나 절실한지 ③투입 대 효과는 어떤지 ④외교 또는 동맹의 군사력으로 어느 정도 대체 및 보완 가능한지 ⑤방위산업 육성 및 자주국방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분석평가에 기초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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