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법과 규범에 의한 국제질서와 강대국 역할 KIMA 뉴스레터 972호(한국군사문제연구원 발행)
지난 1월 20일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국제법과 규범을 존중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확립하며, 이를 거부하는 중국의 현상유지 타파 행위에 대응하겠다’라고 선언하였다.
이는 지난 3월 8일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 중 수행할 국가안보 전략에 대한 비전과 과제를 제시한 『국가안보 전략 잠정안(Interim National Security Strategic Guidance)』을 발표하면서, ‘미국은 자유와 민주, 인권 이외 국제법, 동맹국과의 협력관계, 관련국과의 조약, 국제적 규범을 존중하며, 이를 저해하는 러시아, 중국, 이란과 북한 등의 권위주의를 바탕으로 한 독재정권의 위협을 척결할 것이다’라고 선언하였다.
하지만 지난 4월 5일『뉴욕타임스(NYT)(국제판)』는 ‘미국이 과연 국제법과 규범을 준수하여, 이를 어떻게 국제질서에 적용하겠다는 것이 애매모호하다며, 오히려 미국 등 서방 주요 국가들이 일부 이슈에 대해서는 정반대 현상을 보인 적도 있었다’라고 보도하였다.
우선 NYT는 이를 지난 3월 17일 영국의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서『경쟁적 시대의 글로벌 영국 : 영국 안보, 국방 및 외교정책 발전과 통합(Global Britain in a Competitive Age: the Integrated Review of Security, Defense Development and Foreign Policy)』 발표내용에서 찾았다.
즉 이번 영국 국가안보 전략서가 서구형 민주주의 발전, 국제주의 규범과 국제법 준수, 자유무역주의, 국제협력 강화 등을 통해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공고히 한다고 선언하였지만, 그동안의 영국 행동이 국제법을 무시하는 행동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라는 보도였다.
실제 NYT는 영국이 1786년에 식민지화시킨 인도양 차고스 제도(諸島, Chagos Archipelago)를 전후 1968년 모리셔스가 공화국으로 독립하자, 1965년에 영국이 차고스 제도와 인접 군도를 묶어 ‘영국 해외 인도양 도서(British Indian Ocean Territory)’ 으로 영국 해외영토에 귀속시켰으며, 차고스 제도의 원주민들을 다른 도서로 강제 이주시켜 무인도로 만들었다며 이는 명백한 국제법과 규범을 존중하지 않는 행위였다고 보도하였다.
이러한 영국의 조치에 반발한 모리셔스 정부는 영국 정부에 차고스 제도를 반납할 것을 요구하며 이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였고, 2019년 2월 25일 국제사법재판소는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에 반환하라고 판결하였으며, 2019년 5월 22일 유엔총회에서 116개국이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에 반환해야 한다고 결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특히 지난 3월 17일 영국은 한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서에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한 국제법, 국제규범을 존중하는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존중한다면서도, 인도양 차고스 제도의 모리셔스 반환에 대해서는 언급 조차하지 않는 모순을 보였다.
더욱이 영국은 유럽연합에서 탈퇴한 상태에서 미국과 ‘대서양 동맹(Transatlantic Alliance)’ 정신과 원칙을 존중한다며, 향후 대서양보다 중국의 국제법과 규범을 무시하는 남중국해 등에 대해 더욱 관심을 둘 것이며, 이를 위해 영국 외교 국방정책 기조를 ‘인도-태평양 기울기(Indo-Pacific Tilt)’로 발전시킨다고 언급하였다.
이에 대해 NYT는 영국이 아직도 과거 영국 전성기(Pax-Britanica) 시대의 구태의연한 발상에 집착하고 있다면서 영국이 국제법과 규범을 존중한다면, 국제사법재판소 판결을 존중하여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에 반환하고 차고스 제도 원주민들을 차고스 제도로 되돌아 오도록 해야 하는 것이 바르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영국이 차고스 제도 반환 불가 이유 중 하나를 차고스 제도의 일부인 디에고 가르시아 섬을 미국의 인도양 군사기지로 임대한 것을 들었다면서, 만일 차고스 제도가 모리셔스에 반환되면, 모리셔스는 디에고 가르시아 섬을 미국에 99년간 임대하겠다고 발표하였다면서 미국에 디에고 가르시아를 군사기지로 임대하였기 때문에 반환이 어렵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이유라고 지적하였다.
아울러 NYT는 이를 영국과 아르헨티나 간 해양분쟁 지역인 포클랜드 도서에 대한 해양 영유 문제에서도 포클랜드 도서에 이주한 영국인의 민족 자결주의(self-determination)를 존중하여 포클랜드를 아르헨티나에 반환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드는 것도 과거 식민지 시대적 인식으로 지금의 시대에는 맞지 않는 논리라고 지적하였다.
또한 NYT는 미국이 중국이 남중국해, 동중국해, 남태평양 등에 대해 군사력 팽창을 국제법과 국제규범을 무시하는 현상유지 타파 행위를 보아 ‘인도-태평양 전략(IPSR)’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 호주, 인도와 나토가 동참하고 있으나, 정작 미국만이 남중국해 문제 해결의 국제법적 기준인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는 가입하지 않아 ‘제3자 입장(Third Party)’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NYT는 영국이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에 반환하지 않고, 미국이 남중국해 문제 해결의 유일한 국제법적 원칙인 유엔해양법협약에 국내 광물자원협회가 반대한다는 이유들 들어 가입하지 않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지적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진보주의 민주당 출신 대통령으로서 국제법과 국제규범에 의한 자유주의 국제질서 확립을 주도한다고 선언하였다면, 실질적으로 국제법과 규범을 존중한다는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보도하였다.
또한 NYT는 2013년 필리핀이 유엔 해양법협약 부속서 4에 의해 필리핀과 중국간의 남중국해 해양영유권 분쟁을 중재해 달라고 헤이그 상설국제중재재판소(PCA)에 요청하여, 2016년 7월에 ① 남중국해에는 섬의 지위를 갖는 도서가 없어 200마일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선포할 수 없으며, ② 중국의 역사적 권리 주장의 근거인 구단선(Nine Dash Line)이 법적 근거가 없다고 최종 판결을 하였으나, 당시 미국은 제3자 입장이라며 필리핀에 유리한 판결을 한 상설국제재판소의 결정에 대해 동의 의견을 내지 않는 모순된 모습을 보였다고 보도하였다.
또한, 이에 따라 필리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으로부터의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해 친중(親中) 성향을 보인 주된 이유였다며, 2020년 7월 트럼프 행정부의 마이클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2016년 7월 헤이그 상설국제중재재판소 결정에 동의한다고 발표하였으나, 중국과 남중국해 해양영유권 분쟁이 있는 아세안 연안국들은 미국 입장 표명이 늦었다는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평가하였다.
아울러 NYT는 미국과 영국이 인도양과 태평양에서의 해양영유권 분쟁에 대해 국제법과 규범보다, 자국에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는 이중적 행보(brazon double standard) 입장을 보이고 있다면서 비난하였다.
궁극적으로 NYT는 미국과 영국 등 서구 국가들이 약소국이 강대국 힘의 논리를 저지하기 위해 의존하는 국제사법재판소(ICJ), 상설중재재판소(PCA)와 유엔해양법협약(UNCLOS) 등의 국제법과 규범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자유주의 국제질서 확립을 주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 출처:
Voice of America, June 6, 2016; Heritage.org, June 4, 2018; UK Government, Global Britain in a Competitive Age: The Integrated Review of Security, Defense, Development and Foreign Policy, March 2021; BBC, March 16, 2021; The New York Times International Edition, March 5, 2021, p, 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