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과학화된 훈련장·시스템
과거 모습과 비교 상전벽해
‘평시복무 예비군 제도’ 관련법
장비 현대화·보상비 현실화로
‘예비전력 정예화’ 달성하기를
대한민국 예비군 여러분! 예비군 창설 53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예비군이 든든한 안보의 주역으로 상비군과 함께 생사를 넘나드는 전투현장과 재난현장에서 피와 땀을 흘리며 헌신했기에 오늘날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세계 강대국 순위 10위권에 진입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예비군의 날을 맞이하여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돌아보면 저는 예비군과 인연이 꽤 깊습니다. 군에 초빙돼 예비군 안보교육을 하기도 했고, 예비군 안보교육 표준교안 제작 및 국방정책자문위원 활동 등을 통해 예비군의 중요성과 예비전력 정예화 필요성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특히 1986∼1988년 동원훈련 받던 당시의 훈련장 모습과 과학화된 훈련장 및 훈련시스템 등 발전된 훈련체계 아래서 훈련 받는 지금의 모습을 비교해 보면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릅니다.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가 될 만큼 엄청난 변화’가 우리 군에도 일어난 셈이죠. 어렴풋이 기억하던 오래전 예비군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무더위 속에서 실전 같은 고강도 훈련을 받는 강하고 씩씩한 예비군을 훈련장 어디서나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코로나19로 소집훈련이 불가능해지면서 훈련장에서 이런 늠름한 예비군을 보지 못해 매우 아쉽습니다.
병력 감축과 미래전장개념 변화
국방개혁 2.0의 추진 과제 가운데 하나인 ‘예비전력 정예화’는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병력 감축과 미래전장개념 변화 등의 딜레마적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예비전력 정예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국방부는 예비전력 정예화를 위해 동원 위주 부대 장비 현대화, 예비군훈련 보상비 현실화, 평시복무 예비군 제도 도입 등의 과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예비전력 정예화를 위해 조속히 달성해야 할 과제들입니다.
육군 동원사단이 50년 된 전차를 타고 훈련한다는 최근 보도를 보면서 예비군이 노후화된 전차·화포 등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열악한 현실이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지금의 예비군들은 현역 복무 시절 K2 소총, K계열 전차와 장갑차 등 첨단무기로 단련되고 정예화된 전사(戰士)임에도 불구하고 전역 후 예비군훈련에서는 M16 소총, M계열 전차·장갑차 등 현역 시절 다뤄본 적이 없는 노후화된 구형 무기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정예화된 전투력으로 예비전력을 즉각 발휘하기 위해서는 장비·물자 현대화에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또 예비군 훈련 보상비를 현실화해 예비군의 사기를 높여야 합니다. 20~30대 예비군들은 취업 준비와 비정규직 근무 등 어려운 여건에서도 국가안보를 위해 소집에 응해 현역과 동일한 훈련·숙식을 함에도 보상이 너무 적습니다. 예비군훈련 보상비는 현재 병 봉급 인상과 연계한 국방개혁 2.0의 과제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2022년까지 2017년 최저임금의 50% 수준으로 인상하겠다는 것이 목표지만 올해는 4만7000원에 그쳤습니다.
소중한 병역의무를 수행하는 예비군들에게 적정한 수준으로 보상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배려입니다. 청년들의 삶과 직결되는 예우 문제를 정부와 국회에서 중요한 핵심과제로 논의해야 하며 언론에서도 집중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끝으로 동원 위주 부대(동원사단·동원보충대대·동원자원호송단)는 전시에 90% 이상 동원 예비군으로 충원되므로 동원 즉시 전투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전시에 동원 위주 부대가 신속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상시 전시준비태세를 갖추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적자원 정예화를 위한 ‘평시복무 예비군 제도’를 도입·추진해야 합니다. 올해는 관련법이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되기를 기원합니다.
이러한 예비전력 정예화의 차질 없는 추진을 위해서는 최소한 국방예산의 1%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재는 0.4%에 불과합니다. 적정수준의 예산이 확보되고 예비전력 정예화 과제가 완성되는 날, 정예화된 예비군은 국가안보의 믿음직한 버팀목으로 거듭나게 될 것입니다. 예비군의 날을 맞아 예비군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지속적인 국방개혁 추진을 통해 국가 방위의 기반을 담당할 든든한 예비군의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올해도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유례 없는 국가적 위기 상황으로 인해 예비군훈련이 불가피하게 연기됐지만, 후반기에는 늠름한 예비군들이 활기차게 훈련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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