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호 기고] 부천함을 떠나 보내며…

입력 2021. 03. 30   15:44
업데이트 2021. 03. 3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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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호 해군2함대사령부 2해상전투단·대령
박노호 해군2함대사령부 2해상전투단·대령

군함은 조국 해양 수호의 사명을 가지고 태어나 현역으로 군 복무를 하다 일반적으로 30여 년의 임무를 마치고 전역한다. 예비역 군함은 필요에 따라 재취역하기도 하며 국가를 위해 헌신하다 퇴역한다. 퇴역 후 해외로 양도돼 군사협력 및 방산 수출을 증진하는 특급 외교관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고,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국민 안보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거나, 어민들의 어획 증대를 위해 인공어초로 바다 밑으로 가라앉기도 한다. 이렇게 군함은 태어나고 소멸하는 순간까지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해 ‘혼신’을 다한다.

누군가는 군함에 ‘혼신’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철로 만들어진 물체에 몸은 있어도 혼은 있을 리 없지 않은가? 그러나 거대한 군함의 몸에 깊은 애국의 정신으로 혼이 되게 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군함에서 불철주야 땀 흘리는 우리 장병들이다. 강력한 힘을 가진 군함이 몸이라면 애국의 정신은 바로 우리 장병들인 것이다. 군함은 강한 힘과 애국의 정신을 바탕으로 ‘혼신’을 다해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멋진 생애를 살아가게 된다.

이처럼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멋진 항해를 이어온 2함대의 한 군함이 30년의 서해 수호 임무를 완수하고 예비역으로 새로운 항해를 시작하게 됐다. 1989년 취역해 1990년부터 2함대에 소속돼 서해 NLL 사수에 일생을 바친 부천함이 그 주인공이다.

부천함은 전방해역 경비작전을 비롯해 각종 연합·합동훈련, 대민지원작전 등 서해 수호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수행했다. 모든 임무에 최선을 다해 임해온 부천함은 수차례 전비우수함, 포술우수함, 최장기 출동함 등의 영예를 거머쥐며 명예로운 군 생활을 이어왔다.

특히 현역으로 복무하는 마지막 해였던 2020년에는 함대 전비우수함 등 8개 분야의 부대 표창을 석권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렇게 현역으로서 최선을 다해 서해를 지킨 부천함이 31일 전역을 하고 예비역으로 새로운 삶을 이어간다. 부천함의 영예로운 전역을 축하하며 환송식을 거행하고, 함대의 품을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간 함께한 시간을 되짚어봤다. 기쁨과 슬픔, 뿌듯함과 아쉬움을 함께 나눴던 부천함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앞으로 부천함이 항해하게 될 새로운 길 또한 틀림없는 애국의 길임을 잘 알고 있다. 30년 동안 부천함의 품을 거쳐 간 우리 장병들이 흘린 땀방울이 부천함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혼신을 다한 부천함을 떠나보내며, 앞으로 가는 길이 거친 파도 없이 잔잔하기를 바란다. 부천함에 펼쳐질 새로운 생애를 축복하면서 다시 한 번 서해 수호를 굳게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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