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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장면, 선율과 겹쳐 더 아름답고…더 가슴 아파

기사입력 2021. 03. 09   16:07 입력 2021. 03. 09   16: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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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음악, 만화를 풍성하게 하다
 
1990년대 ‘연재만화 사운드 트랙’ 등장
실력파 가수 참여 ‘BLUE’ 완성도 높여
 
웹툰 시대 ‘이미지 사운드 트랙’ 급성장
만화·배경음악 동시 감상 작품 쏟아져
‘목욕의 신’ 등 주제곡 음원 발매 인기 

가수·웹툰 홍보 윈윈 ‘OST 전성시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시네마 천국’ ‘미션’ 등 시대를 초월한 명작들은 영화 속에 삽입된 음악으로도 유명하다. 이처럼 영상에서는 관객과 시청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주제가(Theme Song)와 배경음악(BGM·Back-Ground Music)이 중요하다. 또한 이 음악들을 별도로 묶은 음반인 OST(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riginal Sound Track)도 작품 못잖게 큰 사랑을 받는다. OST는 영상 매체에서 음악의 역할이 어떤 것인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음악과는 상관관계가 없을 것 같은 만화도 OST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조용히 범위를 넓혀 왔다.

이은혜 작가가 직접 책임 프로듀서를 맡은 ‘BLUE’ 음반. 국내 최초의 연재만화 사운드 트랙을 표방했으며 곡의 완성도와 작품과의 결합 면에서 지금 들어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수준을 보여준다.  필자 제공

웹툰 OST의 등장과 발전


본래 만화는 영상과 달리 소리를 함께 전달하는 매체가 아니다. 그래서 영상 매체의 OST 개념과는 달리 작품의 분위기나 캐릭터 성격, 특징에 맞춰 곡을 만들고 IST, 즉 이미지 사운드 트랙(Image Sound Track)이라는 표현으로 부른다. 일본은 일찍이 출판만화 관련 상품의 다각적 판매에 관심을 가져왔다. 그리고 인기 만화의 경우 성우 연기만으로 극을 진행하는 오디오 드라마를 CD에 담아 판매하는 ‘드라마 CD’와 함께 IST를 발매하기도 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IST라는 용어가 조금 생소해서 관행적으로 OST로 일컫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둘의 성격은 매체의 특성에 따라 약간 다르다. IST 시장이 본격화하지 않았던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그룹 델리스파이스가 아다치 미츠루의 ‘H2’를 소재로 삼아 ‘고백’이라는 곡을 만든 것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IST의 성격에 맞는 음반이 없진 않았다. 감성적인 화풍으로 한 시기를 풍미했던 이은혜의 인기 만화 ‘BLUE’의 음반 두 장이 그와 같은 사례다. ‘연재만화 사운드 트랙’이라는 표현을 단 ‘BLUE’ 음반은 작가가 직접 작사·책임 프로듀서로 참여해 캐릭터와 작품을 반영한 곡들을 담았다. 또한 가수 유리상자의 이세준, 최재훈, 이정봉 등 실력파 가수들이 참여해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 물론 ‘BLUE’ 음반은 각각 1996년과 1998년 출시작이어서 이제 시중에서 구하긴 어렵다. 하지만 앨범에 수록된 ‘비애천사’ ‘달의 눈물’과 같은 일부 곡이 당시 음반에 참여했던 가수들의 음반들에 일부 수록돼 들을 수 있다.

만화가 웹툰 시대로 넘어오면서 관련 음악도 발전을 거듭한다.

웹툰의 초기형을 선보인 작품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정철연 작(作) ‘마린블루스’는 캐릭터 다이어리에 CD를 동봉한 ‘2004 메모리스 위드 마린블루스(2004 Memories with Marineblues)’를 출시한 바 있다. 이는 본격적인 IST라기보다는 일종의 결합 상품이다. 하지만 정철연이 작사에 참여한 말로의 재즈곡과 ‘마린블루스’ 캐릭터를 코믹하게 묘사한 캐릭터송이 담겨 눈길을 끈다.

역시 코믹한 캐릭터로 직장인들의 공감을 샀던 감자도리 작 ‘회사 가기 시러’는 2006년 단행본과 함께 ‘회사가기시러쏭’을 음원으로 출시해 인기를 끈 바 있다. ‘회사가기시러쏭’은 CM송 가수 출신 성우인 이용신이 부른 노래로도 화제를 모았다. 이어 2009년에는 지강민 작 ‘와라! 편의점’이 주제곡들과 더불어 출연 성우들이 직접 부른 ‘워킹 홀리데이(Working Holiday)’ 크리스마스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웹툰 시대에 접어들면서 음악은 만화와 보다 적극적으로 결합하게 된다. 본격적인 시작은 프로그래머 출신 만화가 ‘호랑’이었다. 호랑 작가는 자신의 작품 ‘옥수역 귀신’에서 만화적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화상의 움직임과 효과음을 부가해 큰 화제를 모았다. 또한 다른 작품 ‘구름의 노래’에서는 배경음악을 삽입해 음악과 웹툰의 결합을 시도했다. 이는 그동안 작가들이 시도하지 못했던 시도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닥터 프로스트’ 연재란 목록. BGM이 붙은 회차에는 음표 표시가 있다.   필자 제공

작곡가 조은선율이 프로듀싱한 ‘목욕의 신’ OST. 조은선율의 OST는 캐릭터에 착 달라붙으면서 세련미를 갖추어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필자 제공

이처럼 만화를 감상하며 배경음악이 재생될 수 있게 되면서 웹툰의 음악은 캐릭터송을 넘어 본격적으로 OST라 부를 수 있을 만한 결과물들을 다수 만들어내게 된다.

시니/혀노 작 ‘죽음에 관하여’, 류채린 작 ‘우리, 헤어졌어요’, 이종범 작 ‘닥터 프로스트’, 석우 작 ‘오렌지 마멀레이드’ 등 다양한 작품에서 배경음악을 삽입했다. 또한 하일권 작 ‘목욕의 신’ ‘안나라 수마나라’, 권혁주 작 ‘그린 스마일’, 네온비·캐러멜 콤비 작 ‘다이어터’ 등의 음악과 주제가를 만든 작곡가 ‘조은선율’은 자신이 작곡한 웹툰 음악들을 묶은 ‘조은선율 웹툰 OST’ 음원 모음집을 발매해 웹툰 OST를 한 단계 성장시켰다.

비대면으로 진행된 지난해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2020)의 웹툰 OST 콘서트 포스터. 드라마화한 웹툰 ‘이태원 클라쓰’의 OST 곡을 성우 연기와 함께 라이브로 들을 수 있었다. 정확히는 드라마의 OST이지만, 이제는 영상판이 아닌 ‘웹툰 OST’를 공연으로 조명할 필요가 있다.  필자 제공


웹툰OST, 인기 가수의 참여로 확장 중

최근 웹툰 OST는 그룹 B1A4의 산들이 참여한 로즈옴 작 ‘취향저격 그녀’, 가수 허각·10cm·정은지·양요섭 등이 릴레이로 참여한 남수 작 ‘바른 연애 길잡이’, 백아연·노을·솔지 등이 참여한 나은 작 ‘바니와 오빠들’과 같이 인기 가수들이 음원 제작에 참여하는 형태로 몸집을 키워나가는 추세다. 이는 웹툰의 입체적인 마케팅과 가수들의 활동 영역 확대라는 측면에서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웹툰 OST의 활성화는 드라마·영화화를 통해 부가적인 홍보 효과를 꾀하던 것보다 만화 자체에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다. 또한 다수의 대중에게 작품을 노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 깊게 볼 만한 흐름이다. 이처럼 대중 가수들이 본격적으로 참여한 웹툰 OST는 웹툰과 가수 모두 윈윈할 수 있는 형태로 이어져야 한다.

과거 일본에서는 연예기획사 측이 소속 가수의 신보 홍보를 위해 TV 애니메이션, 주제가 등으로 내세우는 전략을 구사했다. 하지만 간혹 너무 무리하게 진행하는 과정에서 작품의 분위기나 메시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곡이 나오는 사례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웹툰 OST가 이와 같은 안 좋은 선례를 따라가지 않길 바란다.


필자 서찬휘는 새로운 시각으로 만화를 해석하며 꿈을 전하는 만화칼럼니스트로 『키워드 오덕학』, 『덕립선언서』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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