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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빈 견장일기] 부하들에게 존경 받는 최고의 방법

기사입력 2021. 03. 04   16:17 입력 2021. 03. 04   16: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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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빈 육군27사단 쌍독수리여단 백호대대·중위(진)

“비록 만 번 죽고 한 번 사는 일에 나아갈지라도, 어찌 감히 장군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겠습니까?”

전장으로 나서는 병력이 김유신 장군 앞에서 충성을 다짐하는 말이다. 충성이란 ‘진정에서 우러나오는 정성’이다. 소대장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부하들이 내게 충성을 다한다는 것은 군 생활에서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명예일 것이다. 부대에 전입한 후 9개월 동안 임무를 수행하면서 소대장으로서 부하들에게 존경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그리고 서로 신뢰하는 관계는 어떻게 쌓을 수 있는지 고민했다. 이러한 고민에 대한 해답을 최근 실시한 신임 장교 산악기동훈련을 통해서 찾을 수 있었다.

먼저, 동계 산악기동은 다른 계절과 다르게 결빙 구간을 극복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이때 스패츠와 아이젠이 없으면 낙상과 같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행군 전에 미리 군장 끈을 정비해야 행군 간에 끈이 풀리는 사고를 면할 수 있다. 나는 이렇게 우발 상황에 대비해 장비와 복장을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이러한 부분을 사소하다고 여겨 미리 확인하지 않는다면 부하들을 다치게 하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기동하면서 느낀 것이 또 있다. 자신의 보폭을 기준으로 100m를 걸을 때 경사도에 따라서 걸음 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직접 세어 보는 등 교범에는 없는 야간상황과 같은 다양한 제한 사항을 극복하는 능력을 갖추고 이를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능력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며, 지휘자가 먼저 현장에서 뛰어보고 느끼고 체득해야 한다. 즉 소대장이 먼저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훈련을 통해 모든 능력과 자질은 경험을 통해서 갖춰지는 것임을 깨달았다. 내가 가보지 않은 지형은 위험 구간이 어디인지 알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 눈으로 확인하지 않은 장소를 부하들에게 가게 할 수는 없다. 부하들에게 지시하기 전에 소대장이 먼저 정찰을 통해서 지형을 숙지하는 ‘솔선수범’의 자세를 갖춰야 한다. 이러한 모든 경험은 ‘솔선수범’의 자세에서 나온다. 지시하기 전에 소대장이 먼저 가고, 먼저 해본 뒤에 교육하고 지시하고 명령해야 부하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의 번영을 위해 올림푸스 신들의 불을 훔쳐 전달했다. 신들의 불을 훔쳤다는 죄목으로 프로메테우스는 독수리에게 심장을 찢기는 형벌을 받게 됐는데, 그의 심장 색깔이 바로 녹색이었다고 한다. 오늘 우리가 차고 있는 녹색 견장은 프로메테우스의 헌신과 희생, 그리고 솔선수범을 상징한다. 소대장으로서 어깨 위에 녹색 견장을 달고 있는 모든 순간순간을 부하들을 위해 솔선하고 헌신하겠다고 다짐한 훈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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