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를 너무 못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죠?

입력 2021. 02. 26   16:15
업데이트 2021. 03. 0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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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할수록 서로 손해…바로 말하세요


Q. 만날 때면 저를 위해 직접 음식을 만들어줘요. 문제는 요리를 너무 못하는 데다 손이 커요. 맛없는 음식을 많이 먹으려니 너무 고역이에요. 저를 생각해서 만들어 줬는데 그 마음을 생각해서 행복한 척하고 있지만, 이제는 다음에 뭘 만들지 두려워요.

A. TV와 영화의 영향으로 데이트할 때, 직접 만든 근사한 음식을 대접하는 로망이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직접 음식을 만들어 주면 100% 상대방이 감동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를 수 있습니다. 직접 만들었다고 내놓았는데 음식 맛이 형편없으면 참 난감합니다. 요리한 사람은 초롱초롱하게 기대하는 눈빛으로 ‘빨리 맛있다고 말해줘. 감동했지?’라는 듯 쳐다보고 있고, 그 눈을 보면서 ‘맛없어. 앞으로 요리하지 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만든 사람의 성의를 생각해 ‘맛있다’며 꾸역꾸역 먹으며 괜찮은 척 연기를 하지요. 문제는 맛있게 먹었다고 생각하면 계속한다는 것입니다. 군대에 면회 올 때도 맛없는 음식을 한가득 장만해 나눠 먹으라고 가져올지도 모릅니다.

맛없는 요리 때문에 괴롭다면 최대한 빨리, 맛이 없다고 말해야 합니다. 늦게 알게 될수록 상대방이 분노하기 때문입니다.

요리하는 것은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 일입니다. 더욱이 요리 솜씨가 부족한 사람이 요리할 때는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고생을 자처하는 것이죠.

그런데 알고 보니 상대방이 좋아하기는커녕 고문처럼 느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동안 ‘헛된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두 번 요리를 만든 뒤 사실을 알게 되면 그나마 낫지만 수십 번 만든 뒤에 알게 되면 “왜 진작 말하지 않았느냐? 솔직히 말했으면 쓸데없이 돈과 시간을 들이지 않았을 것 아니냐”라는 분노가 터져 나옵니다. 누구 하나 좋을 것 없는 패-패(lose-lose) 상황이지요. 주저하는 기간만큼 상대를 화나게 만드니 바로 말하세요.

또 사람마다 ‘핸드메이드’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는 점도 짚어줄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가격 대비 성능’을 따지는 메커니즘이 다른데, 나를 위해 쏟은 정성에 가중치를 줄 수도 있지만, 상대방의 투입 대비 산출을 계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재료비 5만 원에 6시간 걸려서 만들었는데 맛이 없는 데 반해 완성된 음식을 사면 1만 원이고 맛도 더 좋다면, 상대방의 시간과 돈이 소중하기 때문에 이 상황이 못마땅할 수도 있습니다. ‘당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 싫다’는 점을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형편없는 요리 솜씨를 ‘유머 소재’로 쓸 수 있습니다. 개그맨 김재우 커플은 아내가 부족한 요리 솜씨로 인해 매일 카레만 해주는 것을 소재로 삼아 ‘카레왕’이 됐습니다. ‘마이너스의 손’ ‘저세상 요리사’라는 둘 사이의 별명과 이야깃거리 하나가 늘어나는 만큼 친밀감도 커질 수 있습니다.  <최미정 라라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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