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하지만 절묘한 재해석에 재미까지…익살에 빵 터진다

입력 2021. 02. 26   15:28
업데이트 2021. 03. 0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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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광고를 패러디한 광고

창호 제조기업 유튜브 3분 광고 눈길
누구나 알 만한 기존 히트작서 착안
유사성 없는 타 상품 카피·영상 빌려
자사 제품 장점 홍보에 기발하게 이용
MZ세대 취향 저격 유머로 지루함 없애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어 광고의 본질이 ‘널리 알리는 목적’에서 ‘폭넓게 모이게 하는 목적’으로 변하고 있다. 사람들은 재미없는 광고를 좀처럼 거들떠보려 하지 않는다. 소비자를 폭넓게 모이게 하려면 재미는 필수 요인이다. 특히 MZ세대들은 광고라 할지라도 재미만 있다면 광고라 생각하지 않고 어떤 문화 콘텐츠로 여기고 즐기는 경향이 있다. 광고 말고도 재미를 유발하기 위해 많은 패러디물이 등장했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사람들을 웃게 할 패러디 영상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KCC창호 광고 ‘무한 광고 유니버스에 갇힌 성동일’ 편.  필자 제공
KCC창호 광고 ‘무한 광고 유니버스에 갇힌 성동일’ 편. 필자 제공

KCC창호 광고 ‘무한 광고 유니버스에 갇힌 성동일’ 편.  필자 제공
KCC창호 광고 ‘무한 광고 유니버스에 갇힌 성동일’ 편. 필자 제공

KCC창호 광고 ‘무한 광고 유니버스에 갇힌 성동일’ 편(2020)에서는 누구나 알 만한 광고들을 패러디해서 제품의 특성을 전달했다. 이 광고에는 친숙한 다른 광고들이 많이 등장한다. 개비스콘, 경동보일러, 2% 부족할 때, 맥심 카누 라떼, 바디프렌드, 꽃을 든 남자, 스팸, 리챔, K2, 신라면, KT 5G 등이다. 유명한 광고들을 패러디해서 어떻게든 KCC창호로 연결한 점이 깨알 재미를 유발하는 요인이었다.

“창을 한번 바꿔 보시죠” 하며 광고 모델 성동일이 등장하면서 첫 장면이 시작되자 텔레비전에서 KCC 광고가 나오고 있다. “저저… 광고 봐라. 요즘 저런 광고 누가 봐?” 잠시 후 식탁에 앉은 남편이 답답함, 속 터짐, 울화통이 터진다고 하자 아내는 “답답하시다구요?” 하며 묻는다. 옥시레킷벤키저의 ‘개비스콘’ 광고를 패러디한 장면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답답하던 상황이 풀렸다는 뜻으로 자주 쓰이던 ‘짤’의 원본을 활용해 “속 시원하게 세상을 연결하는 창”이라는 카피로 연결했다. 곧이어 어느 노부부가 방안에서 “추운데 애들이 고생이나 안 하는지… 원”이라고 하자, “여보, 아버님 댁에 창 하나 놔드려야겠어요”하는 자막이 나오는데 ‘경동보일러’ 광고의 한 장면이다. 이어서 “따뜻하게 세상을 연결하는 창”이라는 카피로 연결했다.

남자 친구가 “너 만나고 제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가! 가란 말이야. 가라고!!”하자, 여자는 현관문을 꽝 닫고 집 안으로 들어와 버린다. 그러자 밖에서 떠드는 남자 친구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조용하게 세상을 연결하는 창”이라는 카피로 연결했다. 롯데칠성의 ‘2% 부족할 때’ 광고를 패러디한 장면이다. 성동일이 고급 의자에 앉아 “어우 시원해!” 하는 장면은 “편하게 세상을 연결하는 창”이라는 카피로 연결했다. BTS가 등장했던 ‘바디프렌드’의 광고를 패러디한 것이다. 남자 둘이 스쳐 지나가다 어깨를 부딪쳐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상대방이 성동일을 보며 “피부가 장난이 아닌데?”라고 하자 성동일은 “창 하나 바꿨을 뿐인데”라고 응수한다. 안정환이 등장했던 ‘꽃을 든 남자’ 화장품 광고에서 카피를 따왔다. “자외선 걱정 없이 세상을 연결하는 창”이라는 자막이 이어진다. 장면이 바뀌고 광고 촬영장에서 “컷, 성동일 씨 방금 좋았습니다”하는 순간 코디가 머리를 매만지며 “근데 이거 화장품 광고예요, 창호 광고예요?”라고 묻는데 마치 광고 촬영이 끝난 것을 암시하는 듯하다.

사람들은 보통 원하는 영상을 보기 전에 강제로 나오는 6초짜리 광고도 지겹다며 빨리 지나가기를 바란다. 이런 상황에서 유튜브용의 3분짜리 광고는 길어도 너무 길다. 패러디 영상으로만 단순하게 3분을 채웠다면 지루해졌을 것이다. 창호라는 제품은 젊은 세대와 심리적 거리감이 있기 때문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더라도 공감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광고회사 TBWA의 창작자들은 사람들이 지루해하면서 중간에 광고를 중지하지 않게 하려고 광고의 사이사이를 세심하게 설계하고 이런저런 재미 요소를 배치했을 것이다.

끝난 줄 알았는데 끝난 게 아니었다. 광고가 계속된다. “올겨울도 스타일리시하게”라며 멋진 모델들이 창밖에 뛰어가는 모습이 보이는가 싶더니 “스타일리시하게 세상을 연결하는 창”이라는 카피로 연결했다. 박서준이 등장했던 ‘K2’ 광고를 패러디한 장면이다. KT의 ‘5G 슈퍼플랜’ 광고를 패러디해서 “데이터 무제한~”이라는 다소 엉뚱한 카피가 나오는가 했더니 “무제한으로 세상을 연결하는 창”이라는 자막이 나온다. 맥심의 ‘카누 라떼’ 광고처럼 “음~ 콜롬비아 원두향~”이라는 카피와 함께 “콜롬비아 원두와 세상을 연결하는 창”이라는 카피로 연결했다.

손흥민이 출연했던 농심 ‘신라면’ 광고의 한 장면처럼 성동일이 “아우~ 얼큰하다~”하며 라면을 먹는데 “얼큰하게 세상을 연결하는 창”이라는 자막이 나온다. “창호랑 얼큰한 거랑 뭔 상관이야?”하고 반문하자 곧바로 “빵 터지게 세상을 연결하는 창”이라는 카피로 연결했다. CJ제일제당의 ‘스팸’ 광고에서는 이미지를 따오고 동원FnB의 ‘리챔’ 광고에서는 카피를 가져와 흰 쌀밥에 스팸을 얹어 놓고 “짜지 않게 세상을 연결하는 창”이라는 카피로 연결했다. 감독이 “자~ 슛 들어가실게요”하자, 성동일이 “광고가 언제 끝날지 궁금하시죠? 그렇다면 창을 한번 바꿔보시죠. 우수한 단열과 방음 성능으로. 세상하고 대체 몇 번을 연결하는 거야” 하며 광고가 끝난다.

이 광고는 유명한 광고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점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표절이 아니고 패러디의 본질을 지켰다는 뜻이다. 광고가 끝난 후 마지막에 “웃음과 감동으로 세상을 연결한 대한민국 명광고들에게 감사드립니다”라는 카피를 덧붙임으로써 패러디임을 분명히 밝혔다. 창호와 무관해 보이는 광고 소재도 어떻게든 창호의 특성으로 연결하는 응용력이 탁월했다. 이 광고는 유튜브에 노출된 지 한 달 만에 조회수 800만 회를 넘었고, 2021년에 접어들어 자이언트펭TV에서 인기 캐릭터 ‘펭수’가 이 광고를 패러디했다. 원작 광고들은 패러디 광고에 이어 재패러디까지 당하는 행운을 누린 셈이다.

패러디물이 많은 상황에서 패러디로 이목을 끌기는 쉽지 않다. 누구나 알 수 있고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유명한 광고를 선정해서, 원작 광고를 얼마나 절묘하게 재해석하느냐에 따라 패러디의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 깨알 같은 재미 요소를 놓치지 않는 것도 패러디 광고의 성패를 결정한다. 창의적으로 재해석한 패러디 광고들이 더 많이 나와, 광고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즐거움을 주었으면 싶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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