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효천 종교와 삶] 소 잃고 외양간 고치자

입력 2021. 02. 09   16:21
업데이트 2021. 02. 0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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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효 천 
육군52사단 군종부 신앙선도장교·교무·대위
정 효 천 육군52사단 군종부 신앙선도장교·교무·대위


2021년도 어느덧 2월입니다. ‘상서로운 기운이 물씬 일어나는 흰 소띠’의 풀이를 보며 순간마다 행복이며, 있는 곳마다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염원했던 첫 다짐이 다시 생각나는 요즘입니다. 그리고 첫 마음으로 지금을 살고 있는가 묻는다면 쥐구멍을 찾게 됩니다.

그 쥐구멍에서 만난 쥐가 소와 있었던 흥미로운 일화를 들려줍니다. 십이지 중 소는 자신의 장·단점을 명확히 판단하는 지혜로운 동물이었다고 합니다. 소는 느리나 부지런함은 자신할 수 있기에 가장 먼저 출발해 결승점에 도착하지만, 뿔에 몰래 매달려 타고 온 꾀 많은 쥐가 갑자기 뛰어내려 결국 자신이 십이지신의 첫 번째가 되고, 소가 2등이 됐다는 양심 고백을 합니다. 그래서 자기는 재주는 있지만 떳떳하지 못해 쥐구멍에서 소 눈치를 보고 있다네요. 그 와중에 소는 지금도 과거의 일에 어떠한 불평도 원망도 없이 여전히 ‘느릿느릿 걸어도 황소걸음’이라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며 혀를 내두릅니다.

그 모습을 보며 잊고 있던 ‘정성(精誠)’이라 불리는 내 안의 소를 찾아보니 오랜 세월 ‘목표와 다짐’으로 화려하게 꾸며 놓은 외양간은 보이는데 정작 그곳에 있어야 할 소가 온데간데없습니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지난날의 몇 가지 원인을 발견합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야 주인과 맞지 않아서겠죠. 관심을 주지 않았으니 정을 붙이지 못했을 겁니다. 또, 정성이라는 소에게 맞지 않는 화려함뿐이고 실용성은 없는 외양간이 어지간히 불편했을 것 같습니다. 혹은 오랜 고민 끝에 장만했던 ‘굳은 결심’ 명품 브랜드 문고리가 너무 오래돼 망가진 것도 원인이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돌아보니 코로나19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안주하고 있던 자신을 마주합니다. 평범하지만 소중했던 일상이 그리운 만큼 ‘이때만 지나면 나아지겠지…’ 불안 가운데 희망과 실망의 반복으로 오는 피로감에 정성이라는 소의 울음을 외면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새로움이 주는 몸과 마음의 정화를 통해 쉼 없는 성장을 겪어온 경험치가 있으니 또 다시 감사한 희망을 발견합니다.

무슨 일을 시작해 한 가지도 그르침이 없을 때는 그 정성심이 계속되지만, 중간에 혹 한두 번 실수하고 보면 본래 마음을 다 풀어버리고 되는 대로 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모든 일을 이와 같이 한다면 어찌 성공할 수 있을지 원불교 교조인 소태산 대종사님은 냉철한 물음을 우리에게 던집니다.

“오직 철저한 생각과 큰 경륜을 가진 사람은 무슨 일을 하다가 혹 어떠한 실수를 할지라도 그것을 전감(前鑑) 삼아 미래를 더욱 개척은 할지언정 거기에 뜻이 좌절돼 처음의 뜻과 결심을 놓아 버리지 아니하나니, 이러한 사람에게는 작은 실수가 도리어 큰 성공의 바탕이 된다.”

아무리 정성 들여 소를 키운다 해도 때와 경우에 따라 실수가 있는 것이 삶이니 과정의 자책과 좌절로 스스로 부정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오직 철저한 생각과 큰 경륜을 챙기는 마음의 힘이 부족함을 알아 챙기고 또 챙기는 실행이 간절해집니다. 이처럼 정성이라는 소를 위한 외양간을 고치고 또 고친다면 나의 삶도 바라는 행복과 풍요로움으로 가득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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