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바이든 대통령 취임 특별기고] “미군 희생 기억해줘 영광이라던 바이든… 한미동맹 특별한 관심 느껴져”

입력 2021. 01. 21   16:23
업데이트 2021. 01. 2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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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美 부통령으로 전쟁기념관 방문
미군 6·25전사자 추모행사 갖고 헌화
행사 후 다시 명비 찾아온 모습 기억 남아
오바마 방한 당시 첫 방문지 전쟁기념관
알고보니 바이든의 추천 때문이었죠

지난 2013년 12월 7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을 방문한 조 바이든(앞줄 맨 오른쪽) 당시 미국 부통령이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다. 앞줄 왼쪽 둘째가 필자인 선영제 전 전쟁기념사업회장.  필자 제공
지난 2013년 12월 7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을 방문한 조 바이든(앞줄 맨 오른쪽) 당시 미국 부통령이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다. 앞줄 왼쪽 둘째가 필자인 선영제 전 전쟁기념사업회장. 필자 제공

그야말로 우여곡절 끝에 조 바이든(Joe Biden) 제46대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했다. 한반도 평화와 한미동맹 등 수많은 사안에서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바이든 대통령은 어떤 사람일까?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부통령 신분으로 한국을 방문했던 2013년, 짧은 시간이지만 그를 가까이서 지켜보고 대화를 나눴던 선영제(예비역 육군중장) 전 전쟁기념사업회장으로부터 바이든 대통령과 만났던 소감을 들어본다. 

 
2021년 1월 20일 조 바이든의 미국 대통령의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필자가 2013년 12월 7일 전쟁기념관장 시절, 당시 미국 부통령이었던 조 바이든이 전쟁기념관을 방문했을 때 영접하고 안내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와 느꼈던 소감을 적는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전쟁기념관 본관을 중심으로 좌우 양쪽 회랑과 중앙통로에는 대한민국을 지키다 산화하신 역전의 용사들 이름이 새겨져 있다. 총 새김 인원은 20만8230명이며, 이 중 6·25전쟁 전사자 새김은 18만9924명이다. 육·해·공군과 해병대 그리고 경찰 등 전사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명비(名碑)와 무명용사비가 있다. 특히 중앙통로 우측에는 6·25에 참전했던 유엔 참전국들의 전사자 명비가 국가별로 있으며, 미국은 워낙 전사자가 많아 주 단위로 명비가 설치돼 있다. 전쟁기념관을 방문하는 참전국 정상들이나 고위직 인사들이 이곳을 방문하면 반드시 자기 국가나 주 명비 앞에서 조화를 올리고 추모행사를 한다.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은 전쟁기념관을 방문해서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델라웨어주 명비 앞에서 추모행사를 했다. 헌화가 끝나고 중앙 현관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과 회견하면서 “한국의 자유를 위해 희생한 미군들을 잊지 않고 간직하는 전쟁기념관, 이 자리에 오늘 있게 되어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헌화할 때, 델라웨어주 명비에 새겨진 두 명의 이름을 보았는데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특히 한 분은 제가 고등학교 시절 같이 운동했던 친한 친구의 아버지 이름이었습니다. 이는 대한민국 내 미군의 지속적인 존재의 필요성과 현실을 보여줍니다”라고 말했다.

회견을 마치고 나오던 바이든은 필자에게 그 명비를 다시 볼 수 있겠느냐고 묻고, 그곳으로 재차 이동해서 델라웨어주 명비에 새겨진 43명의 이름을 더욱 유심히 들여다보더니 아는 사람 5명을 찾아내고는 숙연한 표정으로 한참 명비를 응시했다. 전쟁기념관 방문을 마치고 떠나면서 그는 “남북통일이 될 때까지 함께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귀국 후 그는 감사의 서신을 필자에게 보내왔다.

그 후 잊고 지내던 그를 다시 떠올리게 된 때는 이듬해 4월 25일이었다.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은 이날 한국을 방문했는데 ‘첫’ 방문지를 전쟁기념관으로 잡은 것이었다. 대한민국 내 수많은 명소 중에 왜, 어떻게 전쟁기념관을 가장 먼저 방문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당시 행사를 담당했던 백악관 직원에게 물었고 그 대답을 들으며 바이든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 직원이 답하기를 “바이든이 한국을 다녀온 뒤 오바마 대통령에게 한국 국민들이 6·25전쟁 때 (미국이 한국을) 도와준 것에 대해 고마워하고 기억하고 있었다”면서, “한국을 방문할 경우 반드시 첫 방문지로 전쟁기념관을 선택해 보라고 해서 여기에 왔다”고 했다. 한국에 대한 그의 진심 어린 관심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바이든을 영접하고 안내하면서 느꼈던 점은 다음과 같다. 먼저, 그에 대한 인상은 부드럽고 스스럼없다는 것이었다. 주변 사람들을 편안하게 대해주는 모습이 호감을 주었고, 상당 기간 델라웨어주 상원의원을 지낸 바 있는 그에게서 여유 있는 모습과 깔끔하고 젠틀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을 두 번이나 지낸 외교전문가로서 한미동맹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또 델라웨어주 명비에서 6·25 전사자들의 이름을 어떻게 기억할 수 있는가에 대해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 명비 앞에서 지켜봤던 그의 숙연한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동을 자아냈다. ‘어떻게 자기 나라도 아닌 외국 전쟁에서, 그것도 오래된 전사자를 기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이러한 모습들이 감탄스러우면서 부럽기도 했다.

이처럼 전사자들에 대한 헌신을 잊지 않고 추모하는 미국 지도자들의 모습과 평소 군인을 존중하는 마음가짐에서 바이든뿐만 아니라 미국 국민들의 애국심을 엿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미국 시민들은 군복을 입은 군인들을 보면 누구나 “Thank you for your service(당신의 군 복무에 대해 감사드린다)”라고 한다고 한다. 미국 국민들의 따뜻한 성원과 높은 관심 그리고 군인들을 존중하는 태도야말로 미국 군대를 세계에서 가장 강하고 용기 있는 군대, 승리하는 군대로 만드는 원천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마지막으로 바이든의 한국에 대한 인상을 소개하고 싶다. 그는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희생한 미군 장병들에 대한 신의를 지키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고마워했다. “남북통일이 될 때까지 대한민국과 함께하겠다”는 말에서 신뢰를 느꼈다. 그래서 바이든 행정부에서 한미동맹관계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믿는다.

다시 한 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며, 부통령 당시 대한민국에 대해 가졌던 깊은 애정과 호의로 한국과 긴밀하게 협조함으로써 한미동맹이 더욱 견고해지기를, 그리고 대한민국의 안전과 번영에 큰 관심 가져주기를 기대해본다.

선 영 제 
전 전쟁기념사업회장·예비역 육군중장
선 영 제 전 전쟁기념사업회장·예비역 육군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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