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학군사관후보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간단하다. 군 생활을 잘하면 사회생활도 잘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초급간부 생활을 통해 군 조직을 이해하고 적응한 바로 그 경험으로 사회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군 조직은 사회조직과 다를 바가 없다. 사실, 세상의 어떠한 조직도 큰 차이는 없다. 조직이란 나를 중심으로 내 밑에 부하가 있고 위에는 상급자가 있으며, 그리고 옆으로는 동료가 있다.
여러분이 임관 후 임지에서 만나는 상황은 다음과 같다. 우선 부하들을 만난다. 가장 중요한 만남이다. 이들에게는 지휘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나 이게 전부는 아니다. 또 다른 만남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그것은 직속상관과의 만남이다. 여러분은 조직의 리더이기도 하면서 한편으로 누구의 부하이기도 하다. 이때는 ‘합리적인 복종심(Followship)’을 발휘해야 한다. 그리고 만남이 또 있다. 바로 동료와의 만남이다.
그럼 첫째, 부하들에게 발휘해야 하는 리더십은 어떠해야 하는가? 나는 규정 준수라는 평범한 기본을 강조하고자 한다.
여러분은 나의 부하들이 나를 유심히 보고 있다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내가 규정을 지켜야 부하들을 향한 여러분의 목소리에 권위가 실리고 힘을 받는다. 이것이 직속상관보다도 부하들을 더 의식해야 하는 이유다.
나의 초급간부 시절 이야기를 하나 하겠다. 야간 당직근무 중 배가 고파서 상황병에게 보급창고에서 라면을 가져와 끓여오라고 했다. 옆에서 이 말을 들은 당시 중대 행정관은 “소대장님, 라면은 병사한테 할당된 것입니다. 드시고 싶으면 개인 돈으로 사셔야 합니다”라고 했다. 그렇다. 병사들 먹으라고 보급된 라면을 장교인 내가 먹으면 안 되지. 그 후에 나는 이러한 보급규정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혹 친구들이 부대를 방문해 건빵을 달라고 하면 나는 그들이 가고 난 후에 내 개인 돈으로 정산을 했다. 그래야만 내 마음이 편했다. 내 부하들 건빵을 내가 빼앗아 먹었다는 오명을 면할 수 있어서 말이다.
둘째, 직속상관과의 만남이다. 우리는 대체로 나에게 지시하고 명령하며 통제하는 상급자를 싫어하고 멀리하고자 한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상급자, 즉 중대장을 이해해야 한다. 중대장도 대대장의 지시를 받아서 나에게 지시하는 것이고 우리 중대장님도 나 이상으로 애국심과 충성심이 있는 나의 선배님이다. 이런 생각을 마음속에 담고 직속상관을 받아들여야 한다. 부하들은 여러분이 직속상관에게 어떻게 하는가를 역시 보고 있다. 여러분이 상급자를 싫어하고 배척한다면 여러분의 부하들도 여러분을 멀리할 것이다.
셋째, 동료와의 만남이다. 어떠한 조직이든 동료가 있기 마련이다. 그들은 내 경쟁자이면서 또한 협조자다. 동료와의 관계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 이들은 나와 함께 길을 가면서 계속 만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기본과 원칙은 간명하다. 눈앞의 작은 이익에 집착하지 말고, 작은 손해는 기꺼이 감수하고 동료를 바라보고 도와줘야 한다. 경쟁은 그다음 문제다.
모쪼록 군에서의 만남을 소중히 여겨 여러분 개인의 성장을 이루고 군과 국가의 발전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후배들을 바라보는 선배의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