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두근두근 꿈 인생은 ‘바운스 바운스’

입력 2021. 01. 18   16:30
업데이트 2021. 01. 18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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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바운스 광고 

애플 에어팟 ‘바운스’편
물체 탄성 통한 정신 회복력 표현
현대차 ‘사운드 프로젝트’ 캠페인   

청각장애인에 음악 체험 선물 

 
꿈 향해 튀어 오르는 ‘바운스 가치’
인생 키워드 만들어 보기를 기대

애플의 에어팟 광고 ‘바운스’ 편(2019).
애플의 에어팟 광고 ‘바운스’ 편(2019).

현대자동차 ‘쏘나타 더 브릴리언트 사운드 프로젝트’ 캠페인(2013).
현대자동차 ‘쏘나타 더 브릴리언트 사운드 프로젝트’ 캠페인(2013).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낼 키워드를 하나쯤 가지고 살아갈 필요가 있다. ‘바운스’도 핵심어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영어사전에서 바운스(bounce)를 찾아보면 튀어 오르다, 회복하다, 반사하다, 되돌아오다 같은 동사의 뜻이다. 벽에 맞은 공이 다시 통, 통, 통 튀어올 때도 바운스라는 말을 쓴다. 정신적 회복탄력성이 ‘리질리언스(resilience)’라면 물리적 회복탄력성을 의미할 때는 바운스가 명사로 쓰인다.

애플의 에어팟(AirPods) 광고 ‘바운스’ 편(2019)에서는 사람을 튀어 오르게 하는 물체의 탄성(彈性)을 통해 정신의 자유로운 회복력을 보여줬다. 광고가 시작되면 깡마른 체격의 남자 모델이 침대에 앉아 공을 벽에 치며 지루해한다. 잠깐 에어팟 케이스가 부각된다. 케이스를 갖기 위해 에어팟을 산다고 했을 정도로 국내에서 관심을 모았던 그 케이스다. 정장을 차려입은 모델은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고 거리로 나선다.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도심을 걸어가니 도시 전체가 거대한 트램펄린 같다. 광고 모델은 버스 정류장 지붕, 공사장 맨홀 위, 계단 위에서 춤추고 튀어 오르다가 결국 자동차 지붕까지 건너뛰는 곡예를 선보인다. 무중력 상태라도 되는 듯 벽에서 튕겨 나오기도 한다. 새처럼 빌딩 꼭대기로 솟구쳐 오른 모델이 여유로운 미소를 짓자 “무선 충전까지”라는 자막이 나오며 광고가 끝난다.

촬영 기법, 광고 모델, 배경 음악에서 놀라운 실력을 발휘한 광고였다. 컴퓨터그래픽(CG)을 전혀 쓰지 않은 촬영기법은 놀라웠다.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한 마을을 통째로 빌려 바닥을 2m나 파내고 트램펄린을 설치해 모델이 튀어 오르는 순간을 직접 촬영했다. 프랑스의 공연 예술가 요안 부르주아(Yoann Bourgeois)는 트램펄린 퍼포먼스로 유명하다. 통통 튀는 바운스의 특성을 제대로 연기한 광고 모델이었다. 자메이카의 음악인 터셀레이티드(Tessellated)의 ‘I Learnt Some Jazz Today’(2016)가 배경 음악으로 쓰였는데, 재즈풍의 음악은 통통 튀는 광고 모델의 움직임과 조화를 이뤘다.

광고에서는 에어팟의 활동성과 무선 충전 기능을 직접 설명하지 않고, 장소에 상관없이 충전한다는 소비자 혜택을 바운스 액션에서 간접적으로 느끼게 했다.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카피는 무선 충전 기능을 알리는 메시지였지만 지루한 인생에서 벗어나라는 뜻도 담고 있었다. 2019년에 2700만 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한 이 광고는 광고 전문지 애드위크(Adweek)에서 선정한 2019년 최고의 광고 25개에 포함됐고, 2020년에는 제99회 ADC 어워즈에서 최고상도 받았다.

현대자동차 페이스북(facebook.com/abouthyundai)에서 진행한 ‘쏘나타 더 브릴리언트 사운드 프로젝트’ 캠페인(2013)에서는 당시에 갓 나온 조용필의 19집에 수록된 신곡 ‘바운스(BOUNCE)’를 널리 활용했다. 광고 카피는 이렇다. “소리와 가장 먼 사람들까지도 소리와 함께 달리게 하는 법. 14살 대한이가 태어나 처음 들은 건, 4분28초의 노래가 아닌 4분28초의 기억이었다. 조용필 씨의 재능 기부로 많은 아이가 뮤직시트에서 ‘Bounce’를 체험할 수 있게 됩니다.”

현대자동차와 서강대학교 영상대학원이 한 달 동안 협업해서 조용필의 신곡을 청각장애인들이 생동감 있게 느껴보도록 특수 제작된 ‘쏘나타 터처블 뮤직시트(SONATA Touchable Music Seat)’의 진동 센서와 진동 스피커에 알맞게 새로운 전용 음원을 만들었다.

청각장애인들은 조용필 씨가 재능 기부를 했기에 가능했던 이 캠페인을 통해 ‘바운스’라는 노래를 느껴볼 수 있었다. 현대자동차는 고객들의 응원을 바탕으로 전국 10곳의 농아 학교에 뮤직시트와 빔프로젝터를 갖춘 5개의 멀티미디어관을 기증했다. 이 프로젝트를 알리는 광고 영상은 유튜브를 비롯한 소셜 미디어에서 400만 명이 시청할 정도로 특별한 관심을 모았다. 청각장애인들은 이 캠페인을 통해 태어나 처음으로 음악을 듣는 감동을 느꼈을 것이다. 나쁜 광고들 때문에 광고가 지탄의 대상이 될 때도 있지만, 이 캠페인은 광고의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었기에 사람들의 마음을 ‘바운스’하게 만들었다.

광고에서는 음악과 함께 꿈을 향해 힘차게 튀어 오르는 바운스의 가치를 강조했다. 바운스란 탄성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아쉬움이 있더라도 다시 튀어 오르게 하는 에너지다. 조용필의 ‘바운스’에서는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하며 두근대다 들릴까봐 겁나는 연인 간의 심리를 노래했다. “처음 본 순간부터 네 모습이 내 가슴 울렁이게 만들었어. Baby you’re my trampoline. You make me bounce bounce.” 에어팟 광고의 핵심 장치인 트램펄린이 ‘바운스’의 노랫말에도 등장했다. 트램펄린은 공중 곡예 서커스에서 착안해 미국에서 1930년대에 등장한 스포츠로, 공중에 튀어 올라 다양한 묘기를 보여주는 체조의 한 분야다.

‘네가 나를 바운스하게 한다’는 노랫말은 가슴을 콩닥거리게 하는 트램펄린이 마음속에서 계속 작동하고 있다는 함의를 담고 있다. 애플의 에어팟 광고 제목에서나 조용필의 노랫말 제목에서나, 바운스는 공처럼 통통통 튀어 오르며 살아가는 인생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강조하려는 뜻으로 쓰였다. 바운스가 제목에서 명사로 쓰였다 하더라도, 광고에서나 노래에서나 전하고자 했던 핵심 메시지는 움직이는 동사의 뜻을 지향했다.

바운스에서 바는 ‘바람대로’, 운은 ‘운치 있게’, 스는 ‘스며들기’라는 뜻으로 의미 부여를 해보면 어떨까 싶다. 자신의 바람대로 운치 있게 살아가며 상대방의 마음속에 스며드는 사람. 그런 바운스 인생을 지향한다면 꽤 괜찮은 삶이 눈앞에 펼쳐지리라. 바라보는 사람들은 바운스 인생의 탄성(彈性)에 탄성(歎聲)을 자아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뜻을 새기며 바운스를 인생의 키워드로 삼는 사람이 있다면 존경하며 사랑할 만한 가치가 있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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