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호 성 기고] 신세대 전투조종사와 ‘세대차이 감수성’ 키우기

입력 2021. 01. 07   14:56
업데이트 2021. 01. 0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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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호 성 공군 11전투비행단 122전투비행대대장·중령
조 호 성 공군 11전투비행단 122전투비행대대장·중령

공군 122전투비행대대는 F-15K를 운용하며, 최상의 군사태비태세를 바탕으로 한반도 전 영역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대한민국 영공 방위의 핵심 전투비행대대다. 비행대대 조종사의 주요 구성은 밀레니얼(Millennial) 세대라고 불리는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 사이로, 높은 교육수준과 경제환경 그리고 급변하는 과학기술의 발달 속에서 다양한 사회적 경험을 하며 자라온 세대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기성세대와는 다른 사회적·경제적 상황을 경험했기 때문에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과 추구하는 가치가 사뭇 다르다고 평가한다.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세계금융위기 등 성장 과정 내내 경제적 불안을 경험한 밀레니얼 세대는 조직·관계보다는 개인을 우선시하는 성향이 강하고, 미래보다 현재에 더 관심이 많고, 안정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반면, 한국의 고도성장기를 경험한 기성세대는 동질성을 강조하며, 조직에 충성심이 강하다.

이러한 세대가 공존하고 있는 비행대대는 공통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간극을 해소해줄 리더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며, 리더는 구성원들이 서로가 ‘틀린 것’이 아닌 ‘다른 것’임을 이해하게 하고, 스스로가 가치 있는 헌신을 할 수 있도록 조직문화 형성에 힘써야 한다. 그래서 나는 대대장으로서 비행대대의 세대 차이를 극복하고, 대대원들이 엄정한 작전 기강과 확고한 정신적 무장을 유지한 가운데 ‘파이트 투나잇(Fight Tonight)’ 할 수 있도록 3단계 접근법을 조직문화에 적용하고 있다.

첫 번째 단계는 감정의 소통이다. 나는 조종사들이 비행 훈련이나 임무 수행을 위해 대대 출입문을 나서는 것을 ‘출전(出戰)’이라고 표현한다. ‘출전’에는 활주로를 박차고 이륙함과 동시에 목숨을 걸고 작전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겠다는 비장한 각오가 담겨있다. 이러한 의미부여를 통해 조종사의 임무를 숭고하고 가치 있는 헌신으로 인식하게 하고, 소중한 대대원이 안전하게 귀환하길 바라는 대대장의 감정이 진심으로 전해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두 번째 단계는 신뢰의 형성이다. 평상시 공군 상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여러 과업과 시행하고 있는 다양한 작전을 조종사들에게 자세히 설명하며, 그들이 부여받은 임무의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 상호 간의 신뢰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조종사들은 서로의 임무가 분리된 것이 아니고, 하나의 팀으로서 공통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

마지막 단계로는 가치의 인식이다. 도전, 헌신, 전문성, 팀워크라는 공군의 핵심가치는 전투비행대대에 가장 어울리는 최선의 윤리원칙이자 공통가치이며 행동판단의 기준이다. 우리는 오전·오후 전체 브리핑 시간을 통해 이러한 핵심가치들이 내포된 대대 구호를 제창하며 대대의 조직문화로 정착시킴과 동시에 행동화한다. 이를 통해 공군의 핵심조직이라는 엄정함을 자각하고 정신 무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가장 높은 힘의 중간관리자로서, 거창하지는 않지만 이러한 작은 변화와 접근을 통해 전투비행대대라는 조직의 존재 이유를 지키고 대대를 구성하는 대대원에게 군대라는 조직 속에서 군인으로서 가져야 할 사명감과 군인정신을 배양시켜주는 일이야말로 ‘세대 차이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지휘 관리의 첫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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