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말연시에는 각종 모임과 회식 일정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방역과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모든 일상이 통제되고, 일과 이후나 휴일에도 숙소대기를 하는 언택트 시대를 맞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는 군(軍) 회식 방법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이와 관련, 지난 11월부터 영관 장교 전출입, 군무원 승진·병가·퇴직 등 많은 인원의 이동이 있었던 우리 부서는 랜선 송년회를 개최했는데 효과 만점이었다.
처음에는 외부식당을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도시락을 특별 주문해서 회의실에서 송년회를 여는 방안을 고려했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전출·휴가·병가자들의 얼굴을 볼 수 없고, 이 또한 코로나 방역에 취약하다는 것을 고려해 화상회의시스템을 활용한 랜선 회식으로 방향을 정했다.
군에서 랜선 회식은 매우 생소하지만 새로운 시대 문화를 선도적으로 체험한다는 차원에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부서원들에게 화상시스템 종류와 활용 방법을 소개했다.
참고로 화상시스템은 회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200~3000여 명까지 동시 참여가 가능하고, 사용료는 한 달에 1만5000원 정도이며 무료로 100명이 40분간 사용할 수 있어 이를 랜선 회식 때 활용하면 매우 유용하다.
우리 부서는 소령 1명을 관리자로 임명해 하루 전 부서원들에게 시스템 활용법을 알려주고, 스마트폰 앱을 설치해 회의방 ID와 암호를 전파한 가운데 예행연습을 했다.
이어 당일에는 각자 숙소에서 편한 복장으로 스스로 먹고 싶은 음식을 놓고 화상으로 만났다.
회식 메뉴는 최근 지휘관님이 주신 격려금을 개인당 3만5000원씩 지급해 본인과 가족이 먹고 싶은 걸로 사도록 했다.
기존의 획일적인 단체 회식 메뉴와는 다르게 개인 취향에 맞게 회, 순대, 치킨, 보쌈, 도시락, 삼겹살, 빵 등을 스스로 준비할 수 있어서 그런지 부서원들의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다.
특히 부서원들끼리 하루 내내 마스크를 쓰고 있다가 모처럼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것과 투병 중이거나 휴가 중인 인원과 직접 인사하고, 최근 전출한 영관장교들도 얼굴을 보면서 안부를 전할 수 있는 것이 아주 좋았다. 행사가 끝난 후 부서원들은 이렇게 좋을 줄 몰랐다면서 랜선을 활용한 교육이나 공연, 회식 등은 젊은이들이나 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새로운 문화를 접하게 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최근 코로나19 상황이 매우 위중하고, 군내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어서 방역활동과 사회적 거리 두기의 강력한 실천이 요구되고 있다.
또한 연말에 자주 발생하는 음주운전, 성 관련 사고, 기강 해이 등이 대부분 술과 연관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1·2차로 이어지는 보수적인 회식문화도 이제는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꼭 코로나19 예방 목적이 아니더라도 젊은 장병들을 지휘 통솔하는 군 간부들이 급속한 변화의 시대에 적합한 언택트 회식을 선도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매우 의미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