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식 종교와삶] 언택트 메리 크리스마스

입력 2020. 12. 22   16:57
업데이트 2020. 12. 2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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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한 식 
육군15사단 군종참모·목사·소령
정 한 식 육군15사단 군종참모·목사·소령
2020년 한 해를 갈무리할 시간입니다. 한 해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요? 어떤 추억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까?

최근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이 ‘7차 코로나19 대국민 인식조사’를 주제로 진행한 통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자원(Resource)에 대해 응답자는 ‘자기계발을 위한 기회 감소’(58%)를 가장 많이 꼽았고, 두 번째로 ‘일상생활에 대한 흥미 잃음’(48%)을 꼽았습니다.

사실 올해 우리 군은 전투를 방불케 하는 다양한 상황에 대응하느라 기능별로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코로나19, 태풍과 홍수, 아프리카돼지열병(ASF65) 확산 등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모든 세력과 전후방 각지에서 오늘까지 잘 싸워왔습니다.

또한 우리는 당장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도래할 2021년이라는 새로운 시간을 맞이해야 합니다. 예정된 시간은 분명히 다가올 것이고, 우리는 다시 웃고 울고 위로하고 아파하고 부딪히고 얼싸안으며 각자가 마련한 해석의 안경으로 많은 기억을 남길 것입니다.

만약 지금부터 걱정의 안경을 끼고 두려워하며 기다린다면 우리의 내년은 어떤 시간이 될까요? 내년 이맘때쯤 행복한 추억을 남기고 싶다면 걱정으로 해석하는 안경보다는 감사와 배려의 안경이 필요할 것입니다.

크리스마스가 어김없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관련 종교를 가진 신자들에게는 크리스마스 자체가 기뻐할 시간이지만 예년과 다른 방식으로 기쁨을 나눠야 합니다.

우리 군은 여전히 전투력을 보존하는 가운데 완벽한 임무 수행을 감당해야 합니다. 동시에 맡은 자리를 충성스럽게 지키는 장병들을 격려하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기쁨을 나누려 할 것입니다.

예년 같았으면 부대의 군종장교나 민간 성직자가 영내 거주 장병들과 기쁨을 나누기 위해 각종 성탄 행사를 진행했을 것입니다. 이전 달부터 행사를 기획하고 관련 부서와 협조하고 지휘부로부터의 승인을 받아 행사를 추진하기 위해 바빠야 할 성직자들에게 코로나19는 넘기 어려운 산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언택트 방식으로라도 의미를 찾고 선사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또 다른 고민거리로 지냅니다.

이번 성탄은 모두가 모여 기쁨을 나누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초점을 바꾸면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병영 내 누군가에겐 기쁨으로 함께 지낼 시간들이 어느 누군가에겐 외로운 시간이지 않을까요? 조금만 눈을 돌려 봅시다.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몸과 마음이 힘겨운데도 한마디 꺼내기조차 어려워하는 이웃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올해는 우리의 마음에 한 자리를 여유 있게 비워두고 성탄의 기쁨을 우리의 이웃을 향해 표현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선물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기쁘다는 사실을 경험하는 기쁨의 크리스마스! 직접 만나서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진 못해도 배려하고 생각해 주는 이가 있다는 사실에 따뜻함을 느낄 이웃을 위해 우리 장병들도 무엇을 준비해 보는 설렘의 언택트 크리스마스를 계획해 봄은 어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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