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현 한주를열며] 나만의 월동 준비

입력 2020. 12. 11   15:39
업데이트 2020. 12. 13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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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현 유 크리에이티브 커뮤니케이션즈연구소 대표
류지현 유 크리에이티브 커뮤니케이션즈연구소 대표


1년 가까이 전 세계를 신음하게 한 코로나19는 3차 확산 우려마저 이어지며 끝이 보이지 않고, 안전이나 사회·경제적으로나 곳곳이 모두 적신호로 어려운 시기다. 이렇게 불안한 가운데 한 해를 보내고, 시간을 도둑맞은 듯 아쉬운 마음으로 연말을 맞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제한된 생활 속에서도 시간은 속도를 늦추지 않고,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와 어느새 달랑 달력 한 장을 남기고 있다. 올해는 첫눈이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절기상으로는 벌써 대설이 한 주 전에 지났고, 일주일 후면 한 해 중 밤이 가장 긴 동지가 된다.

보통 예전에는 이즈음이면 겨우내 먹을 식량이나 땔감을 비롯해 여러 가지 겨우살이를 위한 채비를 하곤 했다. 11월이면 벌써 겨울 준비 움직임이 바쁘다. 국방부도 지난달 27일 ‘겨울철 재난대비 회의’를 열어 겨울철에 많이 찾아드는 폭설·한파·화재 대비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 질병 차단을 위한 추진 사항들을 점검한 바 있다.

지혜로운 월동 준비가 필요한 시기다. 특히, 바이러스를 이기기 위해 스스로 면역력을 길러 자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듯이 월동 준비도 각자 자신만의 대비를 해야 할 듯하다. 단지 계절적인 변화와 추위에 대한 준비뿐만 아니라, 인생의 동절기처럼 찾아올 수 있는 어려운 시기에 대비한 준비 말이다. 올해 힘들게 겪은 코로나19가 교훈이 되었듯 뜻하지 않은 고비나 시대 변화에 시기적절한 대비를 할 수 있는 위기 대응 능력, 경제적·사회적 급변 속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자신의 개발 등 어떤 위기에도 담대히 대응할 수 있는 여러 측면의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사실 월동 준비가 의미하는 건 추운 겨울을 견디기 위한 준비 이상이다. 전통적으로 ‘협업’과 이웃과의 ‘나눔’이 일상화됐던 우리 민족. 겨울이 되면 애긍(哀矜)과 자비로움이 더 발휘됐다. 연탄이 주 땔감이던 시절엔 한겨울이 오기 전에 동네 이웃들이 손을 모아 어려운 이웃의 연탄을 나르고, 김장철이면 이웃마다 돌아가며 일손 거들기 품앗이를 하고, 거리엔 구세군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며 사랑의 모금함에 손길이 가고, 종교단체들의 불우이웃돕기 행사와 방문에 온정이 이어지고, ‘자선’의 따뜻함을 주고받는 시기였다. 주위를 둘러보고, 서로의 손이 되어 주고, 함께 하는 ‘협동’과 ‘배려’의 더 깊은 의미가 담긴 것이다. 나의 월동 준비와 더불어, 혹 스스로 월동 준비가 어려운 주변은 없는지, 내가 따뜻한 손길이 되어 줄 곳은 없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의 대화 중에 “같이 밥을 먹어 식구구나~”라는 말이 귓전을 울린다.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모였지만 한집에서 함께 식사하는 사람들과 앉아 보니 ‘이게 가족이구나!’란 생각이 든다고. 그러고 보면, 매일의 숙식을 함께하는 군(軍)의 동료들은, 계급의 상하 여부를 떠나서 모두 ‘가족’이라고 할 수 있다. 최소한 군에 머물러 있는 기간만큼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가장 가까운 가족. 밥을 같이 먹는 가족일 뿐만 아니라 생사고락을 함께 하는 ‘동지애’로 더욱 끈끈하게 매여 있는 관계.

보름 후로 다가온 또 한 해의 마무리를 앞두고, 한겨울이 오기 전에, ‘내 방식의 월동 준비’를 위해 잠시 멈춰 설 때가 아닌가 싶다. 연말에 가족과 누군가에게 선물을 마련하듯, 자신에겐 나만의 월동 준비를 선물하는 건 어떨까? 더불어 ‘동료나 주변’ 또한 헤아려 ‘함께 하는’ 겨울나기를 준비해 보자.

월동 준비! 아직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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