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

입력 2020. 12. 03   16:46
업데이트 2020. 12. 0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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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윤 병장 육군25사단 청룡포병대대
소재윤 병장 육군25사단 청룡포병대대


작년 어느 날, 고등학교 동창과 동반 입대를 결심하고 6월에 육군25사단 신병교육대에 입소했습니다. 낯선 군 생활이 걱정돼 불안했지만 친구와 함께여서 조금은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동반 입대를 하면 우정이 더욱 돈독해지거나 사이가 멀어진다고 이야기들을 합니다. 후자가 되고 싶지 않았던 나는 동반 입대를 한 친구와 평생 함께할 수 있는 친구가 되리라 마음 먹었습니다.

훈련소에서 힘든 훈련을 하거나 정신적으로 힘들 때, 옆에 있는 친구는 저의 전우이자 동료로서 정말 큰 힘이 됐습니다. 훈련소 마지막 주차 즈음에 제가 몸살이 나서 응급실에 실려 갔습니다. 40도가 넘는 고열에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몸을 움직일 수도 없을 만큼 아파 치료를 받고 생활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저녁 점호 이후 많이 아파하는 제 옆에서 친구가 밤새도록 간호를 해주었는데 그때 그 고마운 감정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무사히 친구와 신병훈련을 수료하고 자대 배치를 받은 후 포대장님과 전입 면담을 했고, 자주포 조종수가 어떠냐고 하셔서 자신 있게 두 명 다 조종수를 하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전라남도 장성에 있는 포병학교에서 면허를 취득하고 조종수로서 첫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초기에는 훈련과 작업을 할 때면 남은 군 생활을 잘해낼 수 있을까 걱정도 했습니다. 그러나 동기들과 동고동락하다 보니 어떤 힘든 일이라도 이겨낼 수 있는 에너지를 얻게 됐습니다.

상병으로 진급한 후에는 후임들도 생기고 작업과 훈련도 능숙해졌습니다. 후임들을 보면서 초심을 잃지 말고 전역할 때까지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습니다. 병장으로 진급한 후에는 전입 초기와 반대로 사회에 나갈 준비도 해야 하고 해서 마음이 많이 복잡해졌습니다. 그럴 때마다 전포 사격통제관님과 의논하며 진로를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지난 1년 8개월간의 시간을 돌이켜 보면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힘들었을 때 의지가 돼주었던 선·후임, 동기들 그리고 간부님들에게 감사합니다.

군대는 제 삶의 전환점이 돼 준 곳입니다. 앞으로 제가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할 시간을 주고,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었으며, 다양한 인간관계를 경험하게 해주었습니다. 또한 앞으로 나아갈 삶의 방향성을 잡게 해주고, 어떠한 것도 극복할 수 있는 의지와 끈기도 심어주었습니다.

지나간 시간은 다시 오지 않습니다. 누구에게나 단 한 번 오는 이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고, 언젠가는 독립적인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떳떳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미래를 위한 꾸준한 준비를 이어나가야 합니다. 삶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군대라는 토양에서 꿈이라는 멋진 수확물을 얻어가실 수 있기를 소망하며, 이 멋진 시간을 함께해 준 친구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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