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왕구 병영칼럼] 드론택시와 도심항공교통

입력 2020. 12. 02   16:27
업데이트 2020. 12. 02   16:29
0 댓글

강왕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무인이동체 사업단장
강왕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무인이동체 사업단장


지난달 11일 한강 변에서는 도심항공교통(urban air-mobility) 시연 행사가 열렸습니다. 자동조종이 가능한 드론이 20㎏ 쌀가마니 4개를 싣고 50m 상공에서 여의도 일대 1.8㎞를 7분간 비행했습니다. 이날 비행한 드론에는 승객이 두 명까지 탑승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사람 대신 쌀가마니가 실렸습니다.

도시에서 비행기로 승객이나 화물을 운송하는 것을 도심항공교통이라고 부릅니다. 비행기가 발명된 이후 지금까지 세 번가량 도심항공교통에 대한 붐이 있었습니다. 최초의 붐은 비행기가 발명된 직후입니다. 1927년 개봉된 영화 메트로폴리스에서는 빌딩과 빌딩들 사이를 비행기들이 바쁘게 오가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이런 상상은 아직까지 현실화되지 못했습니다.

두 번째 붐은 1950년대 후반 제트기 시대의 개막과 함께 미국에서 시작됩니다. 제트여객기들은 더 많은 승객을 더 빨리 더 멀리 실어나르기 시작했습니다. 도시와 도시, 그리고 대륙과 대륙을 오가는 항공승객의 수가 급증했습니다. 하지만 제트기 시대는 좋은 점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프로펠러 비행기에 비해 제트기는 더 긴 활주로가 필요했고, 소음이 더 심했습니다. 공항 인근 주민들의 불만이 커졌고, 이 때문에 대부분의 도시에서 공항이 외곽으로 이전했습니다.

도심에서 공항이 멀어지자 이번에는 승객들의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가는 시간보다 공항까지 가는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헬리콥터 항공사입니다. 헬리콥터 항공사들은 교외의 공항과 도심의 헬리콥터 터미널을 오가며 승객들을 운송했습니다. 몇몇 항공사들은 일등석 승객들을 호텔로 직접 데려다주는 서비스도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1965년 미 의회가 헬리콥터 항공사들에게 지급하던 보조금을 모두 삭감하자 헬리콥터를 이용한 도심항공교통은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습니다. 보조금이 폐지되자 항공사들의 경영은 매우 악화됐습니다. 1977년 뉴욕 팬암 항공사 옥상에서 발생한 사고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자 미국에서 헬리콥터 항공사들은 쇠퇴했습니다.

드론택시는 도심항공교통을 구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헬리콥터의 부족한 부분들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드론은 헬리콥터에 비해 10% 내외 가격으로 제작이 가능하고, 기어장치가 없어 정비 비용이 저렴합니다. 자율비행이 적용돼 조종이 쉽고 악천후에서도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습니다. 여러 개로 분산된 프로펠러가 소리를 크게 줄일 수 있어, 주변에 소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고, 승객들도 더 편안하게 비행할 수 있습니다.

물론 드론택시에 온통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큰 장애는 역시 비행 시간입니다. 현재 기술로 드론은 기껏해야 30분 정도만 비행할 수 있습니다. 안전을 생각하면 아직 승객을 태우기에는 매우 부족한 수준입니다. 현재보다 훨씬 더 효율이 좋은 배터리나 수소전지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수많은 과학기술자가 고성능 배터리와 수소전지에 매진하고 있으니, 몇 년 내로 한 시간 이상 비행이 가능한 드론 택시가 나올 것입니다.

도심에 드론공항을 만드는 것도 큰 과제입니다. 주위를 오가는 사람들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보호할 수 있는 기술들이 필요합니다. 복잡한 도시의 상공을 드론들이 자유롭게 오가기 위한 하늘길을 내는 것도 핵심적인 과제입니다. 이러한 과제들이 하나씩 하나씩 해결되면, 아마도 몇 년 후에는 아침에 일어나 아파트 옥상에서 드론택시를 타고 회사로 출근하는 날이 오겠지요. 꿈은 아마 이뤄질 것입니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오늘의 뉴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