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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의 미학

기사입력 2020. 12. 01   17:10 입력 2020. 12. 01   17:1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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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훈육하는 방법


황규진 대위 육군학생군사학교 1교육단

‘훈육(訓育)’이란 사전적으로 ‘자식에게 이치와 도리에 따르도록 가르침’을 의미한다. 이는 부모라면 누구나 아이를 키우면서 참고 인내하며 기다린다는 뜻이다. 필자는 전문사관 입영훈련을 통해 훈육관이란 마치 부모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문사관이란 각 분야의 전문능력을 가진 인원들이 소정의 선발시험을 통해 장교로 임관하는 과정으로 이번 29기에는 통역, 재정, 5급 공채, 의정분야의 전문능력을 가진 인원들이 선발됐다. 개인적으로는 각 분야에서 전문지식을 가진 유능한 자원이지만 군인으로서 가져야 할 지식은 전무한 후보생들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그들을 지·신·용을 겸비한 군인다운 사관후보생으로 양성할 수 있을까’라고 여러 차례 고민했다. 결론은 한 가지였다. 그것은 기상부터 취침 시까지 부모가 갓난아이를 양육하듯이, 훈육관으로서 사관후보생들의 부족한 점을 하나하나 가르치고 또 가르치는 것이었다. 사관후보생들이 두려워하는 지상공수 훈련 시 훈육관으로서 가장 먼저 뛰어내림으로써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주고, 생소한 군대의 문화에 어리둥절하는 사관후보생들에게 선배로서 조언을 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훈육관으로 모든 역량을 투입한 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계속 믿어주고 기다리는 것’이었다.

이런 노력과 기다림은 결코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1주차, 2주차가 지나면서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 사관후보생들은 3주차 이후 늠름하고 멋진 전문사관후보생이 돼 있었다. 이젠 제법 경례가 멋스러우며 목소리 역시 패기가 넘쳐났다. 내가 그들을 자식과 동생으로 여겼듯이, 3주차 지난 어느 날부터 그들은 나를 진정한 훈육관 또는 선배, 부모로 여기기 시작했다. 주말 후보생들만의 자치지휘 활동 간에 그들은 나의 외침을 성대묘사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전방에 힘찬 함성 5초간 시작, 팔굽혀 펴기 100회 시작” 내가 그들에게 그토록 강하고 혹독하게 시켰던 외침이었지만, 그들은 나의 외침을 아버지의 격려로 순화시켰다. 큰 감동을 느꼈고 순간순간을 성실히 이수한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5주차의 훈련을 마치는 시점에서, 훈육관이란 ‘사관후보생들이 가장 힘든 시기인 기상과 취침의 순간에 군인의 모습을 갖추도록 쓴소리를 해야 하고, 때로는 그들이 가장 싫어하는 지시를 하면서 그들에게 악인이 돼야 하지만,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든든한 아버지와 선배 같은 존재’임을 깨닫는다. 후보생들은 이제 얼마 후면 각자 부대 또는 병과학교로 떠난다. 남은 이 시간 동안 그들과 울고 웃으며 열정적으로 훈육하는 한편의 청춘드라마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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