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창현 병영칼럼] ‘원헬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주는 깊은 가르침

입력 2020. 12. 01   16:10
업데이트 2020. 12. 0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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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창 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장 창 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의 3차 유행이 진행 중입니다. 전 세계에서 6300만여 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사망자는 140만 명을 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하루 확진자 수가 500명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 두기 입니다. 국가 단위에서는 지혜로운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 설정과 중증 환자를 잘 치료할 수 있는 중환자실 확보, 그리고 의료공공성 강화를 챙겨야 할 것입니다. 세계적으로는 백신과 치료제 개발의 기대감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들이 우리가 해야 할 그리고 기다려야 할 전부일까요?

답을 찾기 위해 코로나19의 시작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좋겠습니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실린 듀크대 의대 샤오준리 등의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박쥐와 천산갑을 거치는 과정에서 진화하면서 인체감염 능력을 얻었다고 추정됩니다. 코로나19는 바로 인수공통감염병(zoonosis)입니다. 20세기 말부터 21세기에 이어지는 5~10년 주기로 이어져 오는 바이러스 감염병을 살펴봅시다. 조류독감,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 이 모든 감염병은 인수공통감염병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렇게 인수공통감염병의 발생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과학자들은 인수공통감염병의 증가에 이유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중 하나는 야생동물의 서식지 파괴입니다. 2015년 대한민국을 휩쓴 메르스의 원인이 된 메르스바이러스는 박쥐에서 낙타를 거쳐 사람에게 옮겨졌습니다. 삼림 파괴로 인해 박쥐가 원래의 서식지를 잃고 점차 인간과 낙타가 사는 곳 가까이로 내려와서 바이러스가 전파됐기 때문입니다. 산업화 이후 벌목, 채굴, 댐등 개발산업이 진행된 것도 그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육식 문화의 확대와 공장식 축산은 또 다른 이유입니다. 네덜란드 하원 의원 마리안느 티에마(Marianne Tiema)는 ‘육류의 진실을 만나다(Meat the Truth)’라는 유명한 연설에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 18%는 공장식 축산으로 인해 배출된다고 역설한 바 있습니다. 반추동물인 소가 내뿜는 가스와 배설물이 그 대부분이라는 얘기지요. 참고로 자동차, 비행기 등 지구 위의 모든 탈 것 및 산업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는 13%라고 합니다. 온실가스 배출 증가는 지구온난화를 일으키고,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열대기후에서 인간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온대기후로 이동하게 합니다. 이로 인해 인수공통감염병의 기회는 더 늘어나게 됩니다.

2년 전 세계보건기구(WHO)는 ‘질병 엑스(disease X)’라는 신종 바이러스 전염병을 예측한 바 있습니다. 이 예측은 지금의 코로나19로 현실화됐습니다. 앞으로도 인수공통감염병을 통해 또 다른 ‘질병 엑스’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기에 대한 답의 하나로 WHO는 ‘원헬스(one health)’를 제시합니다. 원헬스는 ‘사람과 동물, 환경 등 생태계의 건강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 아래 모두에게 최적의 건강을 제공하기 위한 다차원적 협력 전략’을 의미합니다. 이 땅에 살아있는 우리 모두는 연결돼 있습니다. 인간의 건강을 위해 자연의 회복을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코로나19 이후 21세기 들어 어느 때보다 깨끗해졌다는 지구의 대기는 우리와 함께 삶을 지속하고 싶다는 자연의 목소리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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