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기 독자마당] 그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우리가 있다

입력 2020. 11. 25   16:25
업데이트 2020. 11. 25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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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운기 상명대학교 국가안보학과 1학년
이운기 상명대학교 국가안보학과 1학년

토요일이었던 지난 14일,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전쟁기념관을 방문했다.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1·2학년 병영체험 프로그램의 하나로 마련된 방문길은 그동안 코로나19 여파로 두세 번 연기된 탓에 더욱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전에 방문했을 때보다 유난히 더 넓게 보이는 광장과 겨울바람에 힘차게 펄럭이는 16개 유엔 참전국 국기들이 한눈에 와 닿았다. 학과장이신 윤지원 교수님께서 전쟁기념관 입구에서 우리에게 16개 참전국을 일일이 호명하면서 먼 이국땅에서 수많은 젊은이가 죽음으로 지켜낸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그들의 희생과 헌신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셨다.

방문 첫 일정은 탈북민 이효주 강사님의 강연이었다. 북한에서 음악교사였던 그분이 어린 두 딸을 데리고 태국을 경유해서 어렵게 탈북에 성공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북한식 사회주의에만 있는 ‘수령제’의 문제점과 북한에만 없는 ‘시민단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북한 주민들은 늘 감사와 통제하에 놓여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체제 붕괴가 쉽지 않다는 설명을 들으면서 통일이 멀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장마당이라는 북한식 시장을 통해서 우리의 인기 드라마와 BTS의 노래와 같은 대중음악이 유입되고 대다수 북한 주민들이 남한 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설명에 통일에 대한 희망을 다시 품어보았다.

강연 후에는 개별적으로 전쟁기념관을 자유롭게 관람했다. 특히 6·25전쟁 70주년 특별전시장에서 서른여덟분의 이야기와 영상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과 영상은 화가 김성환 님의 “그 사람들 덕분에 이렇게 사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는데…”였다. 또 “현재 우리 사회와 세계는 평화라는 두 글자의 이불을 덮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 이불을 덮어준 것은 전쟁이라는 어두운 현장에서 자신들을 희생한 참전용사들이라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또 감동적이었던 영상은 영국군 참전용사 고 윌리엄 스피크먼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6·25전쟁 참전과 희생정신을 인정받아 영연방 최고 무공훈장을 받았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은 한국에 묻힐 것이라고 밝혔고, 2015년 4월 훈장을 전쟁기념관에 기증했다. 그의 훈장과 숭고한 희생을 기억해 달라는 생생한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전시장의 38번은 ‘무명용사’의 글귀였다. 전쟁영웅들뿐만 아니라 이름 없이 산화한 무명용사들의 희생과 헌신도 꼭 기억할 것을 다짐했다.

찬찬히 둘러보고 전쟁기념관을 나오면서 광장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아이들, 손을 잡고 걷는 연인들 사이로 우뚝 서 있는 6·25전쟁 조형물을 다시 보았다. 그러면서 나의 조국 대한민국의 ‘위대한 평화’를 만든 순국선열들, 수많은 무명용사와 유엔군 참전용사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의 예를 표했다. 미래 장교 임관이라는 꿈을 갖고 국가안보학과에 입학한 후 처음으로 방문한 전쟁기념관은 국가와 사회, 나의 꿈과 삶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뜻깊고 소중한 곳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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