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인효 병영칼럼] 우주에서의 미래전

입력 2020. 11. 25   16:25
업데이트 2020. 11. 2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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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신성장 동력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민국도 우주로 웅비하는 꿈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설인효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현안팀장
설인효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현안팀장


우주를 둘러싼 군사적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은 지난 2019년 냉전 종식 후 폐지했던 우주군을 17년 만에 다시 부활시켰다. 이로써 미국은 육·해· 공군, 해병대, 해안경비대에 우주군을 더해 6군 체제를 구축했다. 날로 증대되는 중국과 러시아의 우주체계에 대한 공격 위협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우주에서의 군비경쟁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우주가 가지는 군사적 잠재성은 무궁무진하다. 높이 날수록 멀리 볼 수 있다는 말처럼 우주공간은 압도적인 전장감시 능력을 제공한다. 더구나 체공시간에 제한이 있는 공군 전력과 비교해 이론적으로는 거의 무한에 가까운 체공시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더불어 각 국가 영토의 연장으로 간주되는 영공이란 항공기의 비행이 가능한 대기권에 한정되기 때문에 영공에 대한 침범 우려 없이 지구상 어디든지 자유로운 비행과 감시가 가능하다. 한편 우주는 미사일 방어를 실현하는 데 가장 이상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탄도미사일의 경우 정점 고도에 가까워질수록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종말 단계에 비해 요격이 용이하다.

우주가 가진 잠재성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만일 우주에서 공격을 한다면 지구 중력을 역이용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전봇대만 한 철심 하나를 수직 낙하시키는 것만으로 전술핵무기에 버금가는 파괴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주공간의 군사적 이용을 막으려는 노력이 없지 않았다. 1967년 발효된 우주조약이 그것이다. 유엔에 의해 제정된 이 법에는 우리나라와 미국 등 100여 개 국가가 가입돼 있다. 그러나 이 법은 달과 그 밖의 천체의 군사적 이용은 모두 금하고 있으나 지구 주변 궤도의 경우 핵무기 또는 대량파괴무기 설치만을 금한다. 즉 대량파괴무기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는 무기체계는 배치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우주는 생활공간과 전장공간이 교차되는 대표적인 영역의 하나다. 현대의 네트워크 중심전이 전장감시뿐만 아니라 네트워크의 연결에서도 우주에 의존하듯 네트워크화된 오늘날의 삶은 우주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과도한 의존은 곧 ‘취약성’을 발생시킨다. 중국은 1970년대부터 소위 ‘점혈전’ 개념으로 위성을 공격하는 기술을 구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네트워크화된 전장에서 우주는 인체의 점혈, 즉 ‘급소’가 되는 것이다.

문제는 우주가 우리의 삶 전체의 급소도 된다는 것이다. 우주를 둘러싼 충돌이 발생해 실제로 위성에 대한 공격이 이뤄질 경우 막대한 우주 쓰레기가 발생할 것이다. 이는 수많은 주변 위성을 마비시킬 것이며 이로 인해 가공할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따라서 평화를 원하는 세력의 압도적인 우위와 이로 인한 전략적 안정성의 확보가 필요하다. 가상의 도전 세력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억제력을 유지해야 한다. 우리의 삶과 번영이 의존하는 우주가 평화로운 공간으로 남기 위해서는 평화적 이용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법적 노력과 함께 이를 힘으로 보장하기 위한 지속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우주전이 미래전의 핵심인 만큼 이는 미래를 대비하는 우리의 노력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격언은 우주전의 영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우주는 미래 산업 육성의 신성장 동력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대한민국도 우주로 웅비하는 꿈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우리 군이 그 한 축을 담당해야 한다는 점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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