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경계, 능력강화도 필요하지만

입력 2020. 11. 24   14:21
업데이트 2020. 11. 24   14:24
0 댓글

국방논단 1827호(한국국방연구원 발행)



정원준
한국국방연구원 전력투자분석센터
wjchung@kida.re.kr

배대정
한국국방연구원 전력투자분석센터
djbae@kida.re.kr


삼척항 목선 사태를 비롯 최근에 발생한 해안 경계 실패 사례는 당시의 작전환경, 감시장비의 성능, 운용병의 숙련도 등이 복합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이를 개선하려는 군의 노력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소형선박의 등록을 관리하고 동력수상레저기구에 선박위치발신 장치의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국내 소형선박의 97%를 차지하는 어선과 동력수상레저기구만 제대로 관리할 수 있더라도 군은 더 나은 해안경계작전 태세를 확립할 수 있을 것이다.


삼척항 목선 사태는 2019년 6월 15일 삼척항에 표류하던 북 어선이 삼척항 내 방파제 인근에서 낚시꾼에 의해 발견된 사건이었다. 1.8톤급의 목선을 감시장비 운용병이 해면 반사파로 착각했고, 열상감시장비(TOD)는 먼바다를 주시하느라 항구 내로 진입한 것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 군의 입장이다. 올해에는 태안 앞바다에 4월 19일, 5월 21일, 6월 4일, 3차례에 걸쳐 밀입국 선박이 들어왔고, 심지어 지난해 9월에 중국인이 밀입국한 사실이 1년이 지난 올해 8월에 밝혀지기도 했다. 특히, 올해 5월 21일 밀입국한 1.5톤급 소형보트는 해안레이더(6회), 해안복합감시카메라(4회), TOD(3회)에 총 13차례 잡혔지만, 감시 추적을 지속하지 않았는데 이를 일반 레저 보트나 낚싯배로 오인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해안경계를 아무리 강화해도

해안경계는 감시구역 내 해안으로 침투하는 적을 조기 탐지, 경보하여 해안 수제선 전방에서 차단하고 격멸하는 종합작전을 말한다. 육군과 해병대의 해안 감시구역(수제선~12NM 이내)은 합동 레이더 운용지침에 따라 12NM을 기준으로 해군의 해상 감시구역(수제선으로부터 12NM 이상)과 구분되어 설정되어 있다. 넓은 해상을 책임지는 해군의 감시구역에서 목선이나 소형보트와 같은 소형선박을 모두 식별해 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소형선박이 우리 영토로 가까이 접근하면 육군과 해병대의 해안경계 부대가 감시를 맡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해안경 계는 해안감시레이더를 기본 감시장비로 운용하면서 레이더에 알 수 없는 해상 표적이 탐지되는 경우 TOD나 고성능감시카메라 등을 활용하여 해당 표적을 확인하게 된다. 의아 선박으로 판단되는 경우 선박주의보 발령을 통해 해양경찰, 해군과 협조하여 확인하고, 이후 선박경보 발령을 통해 합동작전을 수행하게 된다. 밀수·밀입국 등 치안 유지와 관련된 문제는 해양경찰이 처리하고 대공 혐의나 간첩으로 의심되는 등 국토방위와 관련된 문제는 군이 작전에 나서는 방식이다.

작년의 삼척항 목선 사태, 올해의 태안 앞바다 소형보트 사태에서의 해안경계 작전 실패는 당시의 작전환경, 감시장비의 성능, 운용병의 숙련도 등이 복합적으로 관련되어 있었다. 특히, 올해 5월 태안 앞바다에서 중국 밀입국 선박이 13차례나 감시장비에 포착되었음에도 우리 군이 식별해 내지 못한 것은 피아식별이 되지 않아 운용병이 우리나라 선박으로 오인했기 때문이다. 경계작전을 할 때 여객선, 화물선과 같이 크기가 큰 일반 선박과 달리 어선, 레저 선박과 같은 소형선박은 식별하기 매우 어렵다. 그런데 현재 많은 소형선박이 무등록 상태로 운항되고 있다. 해안경계 부대의 임무 수행에 있어 피아식별이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고, 경계 실패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이유다. 선박 등록을 의무화하고 선박위치를 확인할 알 수 있는 장치를 달도록 하면 어떨까? 하나씩 들여다보자.

소형선박도 등록을 의무화해야

무등록 선박이란 선박법, 어선법, 수상레저안전법에 따른 의무적인 등록 과정을 생략한 선박을 뜻한다. 등록하지 않으면 연안해상교통시스템에 의해 관리되지 못한다. 2014년 전남 동부지역 (고흥, 여수, 광양, 보성)의 선박 37척 중 1척은 무등록 선박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 실제 국내 무등록 선박의 전체 규모는 여전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현재 국내 선박 등록과 관련해서는 <표 1>과 같이 일반 선박, 어선, 동력수상레저기구에 따라 적용받는 등록 법령과 소관 부처가 구분되어 있다. 2019년 기준 국내 20ton 미만 소형선박 등록 현황을 살펴보면 어선과 동력수상레저기구가 10만여 척(97%)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기존 연구된 전남 동부지역의 등록 선박과 무등록 선박의 분포 비율을 고려하면 2019년 기준 국내 20ton 미만 소형선박 중 무등록 선박은 총 2,700여 척 정도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선박을 등록하지 않는 이유는 선박 소유주 입장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 편하고 관련 비용 지출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면허취득과 보험 가입, 입·출항 신고 등을 생략할 수 있고, 정기검사 및 조치사항 이행에 따른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무등록 선박은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밀수·밀입국이나 불법 어업수단 등에 활용될 수도 있고, 입·출항을 신고하지 않기 때문에 해양교통 안전을 저해할 수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선박 재산권이 보장되지 못하고 안전에 대해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소유주 입장에서도 나중에 피해를 볼 수 있다.



무등록 소형선박과 관련한 문제는 가까운 일본의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과거 일본의 경우 무등록 소형선박으로 인해 해상 안전사고나 해양 오염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등 사회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특히, 무등록 소형선박은 소유권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가 불분명해 선박이 내국인의 것인지 밀입국자의 것인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인지 등을 분별하기 어려웠다. 이에 일본 정부는 2001년부터 소형선박을 대상으로 전국 단위의 전수조사를 시작하여 지금까지 주기적으로 해 오고 있다. 2002년에는 ‘소형선박의 등록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소형선박 소유권 입증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등록제도의 관리 주체를 우리의 광역자치 단체에 해당하는 도도부현의 지사와 민간 전문기구가 담당하도록 일원화시켰다.

우리도 무등록 소형선박의 등록관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자발적인 등록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한데, 선박 소유주의 책임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등록 시 누릴 수 있는 혜택과 권리를 함께 제시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예를 들면 마리나 이용이나 선박 재산권 인정 등과 같은 것들이다. 이와 함께 전수조사를 통해 무등록 소형선박의 실태를 파악하는 것도 앞으로 해야 할 일이다. 이런 노력을 지속해서 소형선박이라도 등록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동력 수상 레저기구에 위치 발신장치를 설치하도록

해외 선진국 사례를 보면 1인당 GDP가 대략 3만 불을 넘어서면 해상레저 활동이 활발해지고, 관련 산업의 규모가 확대되는 양상이 있었다. 우리도 얼마 전부터 해상 레저 산업 육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고 마리나 설치, 해상 레저 교육 등 다양한 정책들이 수립되어 시행됐다. 그러나 아직 동력수상레저기구에 관련된 법률은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그중 하나가 어선과 다르게 동력 수상레저기구는 300톤 미만일 경우 선박위치발신장치를 설치할 어떤 법적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수상레저안전법상 10NM(18.52km) 이상 활동할 경우 입·출항 신고만 하면 된다.

초기 선박위치발신장치는 ‘자동식별장치(AIS)’로 불렸는데, 국제해사기구(IMO)의 규정에 따 라 항해 중인 선박 간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되었다. 우리나라는 이와는 별도로 어선의 입·출항 신고를 자동으로 진행하여 어민들의 편의를 증진하고 각종 해양사고와 범죄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어선 위치발신장치(V-PASS)를 톤수별로 2013년부터 3년간에 걸쳐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했다.


동력수상레저기구 등록 초기에는 그 수가 많지 않았고(<그림 1> 참조), 해상 레저 산업 육성을 장려하기 위해 10NM 이내 활동에서는 입·출항 신고 의무도 부과하지 않아 선박위치발신장치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어선은 폐선이 증가함에 따라 등록된 수가 감소하는 반면, 동력수상레저기구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해양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20ton 미만의 등록된 동력수상레저기구는 38,096척으로 집계되고 있다. 2006년 수상레저기구 등록제도가 도입된 이후 연평균 2,500대 이상 증가해 왔다는 의미다. 최근 동력수상레저기구를 통한 밀입국자들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동력수상레저기구의 관리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향후 소형보트를 이용한 밀입국 방지를 위해서는 현재 어선에서만 운영되고 있는 V-PASS를 동력수상레저기구까지 확대하여 설치하는 것이 적절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선박에 선박위치 발신장치가 탑재되어 있다면 해양경찰과 연동된 정보를 통해 아군 선박을 바로 식별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식별해야 할 선박이 줄어들어 감시장비 운용병의 경계 임무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며, 나아가 해안경계 작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선박위치발신장치를 통해 선박 상호 간의 충돌사고를 예방하고 구난 시 신속한 구조를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맺음말

삼척항 목선 사태를 비롯하여 최근에 발생한 해안 경계 실패 사례는 당시의 작전환경, 감시장비의 성능, 운용병의 숙련도 등이 복합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이를 개선하려는 군의 노력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무등록 소형선박의 등록과 동력수상레저기구에 선박위치 발신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 조치의 하나로 밀집 시설 출입자 명단을 작성하게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글에서 제시한 방안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관계기관의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무등록 소형선박의 등록관리에 대해서는 해양경찰에서 주기적으로 소형선박의 실태 파악과 선박 등록을 관장하고,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제도적 혜택을 추가로 마련하면서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통해 선박 등록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동력수상레저기구 선박위치 발신장치의 설치 의무화에 대해서는 어선에서 의무화하여 운영되고 있는 V-PASS 관련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V-PASS는 운영유지에 따른 비용부담과 항로추적 기능에 대한 거부감으로 소유주가 설치하지 않거나 고장이 나더라도 고의로 수리하지 않는 경우가 다수 있다. 해양경찰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선박위치발신장치의 교체비용에 대한 부담을 낮출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국내 소형선박의 97%를 차지하는 어선과 동력수상레저기구만 제대로 관리할 수 있더라도 군은 더 나은 해안경계작전 태세를 확립할 수 있을 것이다. 군과 정부, 지자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 본지에 실린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본 연구원의 공식적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무단전재 재배포 금지. 국방일보>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오늘의 뉴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