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요훈 병영칼럼] 10년 전이라면 믿지 못했을 일들

입력 2020. 11. 23   15:58
업데이트 2020. 11. 2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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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요 훈 IT 칼럼니스트
이 요 훈 IT 칼럼니스트


재미있는 인터넷 글을 읽었습니다. 누군가가 앞으로 휴대폰은 이렇게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입니다. 이 주장에 따르면 폰의 두께는 7㎜ 이하여야 하고, 카메라는 2000만 화소가 넘어야 하며, 화면 크기는 4인치 이상, 다양한 음악 파일과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고, 내비게이션 기능과 무선 인터넷을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게 뭐가 재미있냐고요? 지난 2008년에 쓴 글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 달린 댓글은 더 재미있습니다. ‘그냥 영화를 찍어라’, ‘액정이 4인치면 그게 휴대폰이냐’, ‘왜? 노트북에다 핸드폰을 박아 쓰지?’…. (참고로 첫 번째 아이폰은 2007년에 선보였습니다.)

예, 사는 게 다 그렇습니다. 인간은 항상 지금을 ‘정상’이라고 간주하고, 다른 새로운 것이 등장할 가능성을 일단 부정하곤 합니다. 앞일이 어떻게 될지는 정말 모르는 건데요. 남 얘기가 아닙니다. 저도 항상 그러니까요. 지난 10월 미국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엑스는 우주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를 테스트하기 시작했습니다. 지상에 있는 기지국 대신 저궤도 인공위성을 기지국으로 이용하는 기술입니다. 굳이 광케이블을 깔지 않아도, 지구 어디에서나 인터넷을 쓸 수가 있죠.

좋은 기술이긴 한데, 듣자마자 깜짝 놀랐습니다. 2000년쯤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빈튼 서프가 인터뷰에서 자신은 우주 인터넷을 연구하고 있다고 얘기하기에 속으로 비웃었던 기억이 떠올랐거든요. 인공위성이 몇천 개는 필요할 텐데 그게 되겠냐고 생각했는데 진짜 된다고 합니다. 나는 비웃었는데 저 사람들은 그 꿈을 계속 담금질하고 있었습니다. 지난해부터 인공위성을 쏴서 지금은 122개를 띄웠으며, 앞으로 1만2000개까지 올려보내겠다고 합니다. 아이고, 제가 잘못했습니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스타링크만 그런 것도 아닙니다. 올해는 “정말, 그게 되겠어?”라고 생각했던 일이 하나씩 이뤄지고 있습니다. 일본 혼다에서는 자율주행 레벨3 차량을 곧 출시할 예정입니다. 고속도로 정체 등의 상황에서, 시속 50㎞ 미만으로, 날씨가 나쁘지 않을 때만 차량이 알아서 주행합니다. 운전자는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고 있어도 됩니다. 애플에서 발표한 M1 칩을 가진 새로운 컴퓨터는 어떨까요?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칩을 이용해 컴퓨터를 만들었습니다. 그런 컴퓨터가, 웬만한 컴퓨터보다 성능이 더 좋습니다. 스마트폰용 칩은 전력 소모가 적은 대신 성능이 떨어지고, 컴퓨터용 칩은 성능이 좋은 대신 배터리를 많이 쓴다는 게 상식이었는데, 성능이 좋으면서 사용 시간도 길어진 제품을 만든 겁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백신은 어떨까요? 최근 임상 3상 중간 결과 발표에 이어 긴급사용 승인 신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화이자의 백신은 mRNA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이 방식은 DNA의 유전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물질을 이용해 만드는 신기술로, 코로나19 백신은 이 기술로 개발되는 첫 번째 백신입니다. 그리고 지난 11월 16일, 앞서 말한 스페이스X는 민간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했습니다. 국가가 아닌 기업이 만든 로켓으로 사람을 우주에 보낼 수 있는 시대, 우주 관광 시대를 열었습니다. 전 이제 미친 듯 보이는 헛소리도 절대 흘려보내지 않을 작정입니다. 거기에 진심을 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결국 꽃이 핀다는 걸 보고 있으니까요. 비록 몇십 년이란 시간이 걸리더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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