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영토

입력 2020. 10. 23   16:06
업데이트 2020. 10. 23   16:13
0 댓글
장 상 훈 해군소령
합동군사대학교
장 상 훈 해군소령 합동군사대학교


국가의 경제력은 국가가 보유한 자원, 즉 땅의 크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약간 특이하다. 영토의 넓이는 세계 107위에 불과한데, GDP는 10위 수준이다. 이는 땅으로부터 자원을 채취하지 않고 전 세계 각 국과 수출·수입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세계 6위의 수출대국이라는 능력 때문이다. 즉, 세계 10위 경제력의 대한민국은 한반도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실제 국민이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터전, 이른바 경제영토에서 기반한 것이다.

이러한 대한민국 경제영토에서의 활동은 99%가 해상을 통해 이루어진다. 보이지 않는 바다의 실크로드를 해상교통로라고도 하는데, 이는 늘 안정적인 것은 아니다. 실제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소말리아 해적에 의한 납치가 빈번하다. 이에 따라 미국, 프랑스를 포함한 강국은 군을 파병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2009년부터 군함을 보내 우리 국민의 선단을 호위하고 있다. 이렇게 필요한 곳에 신속히 이동해 일정 기간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해군전력을 기동함대라고 한다. 이들은 해상교통로의 보호뿐만 아니라, 국제관함식에 참가해서 한국의 위상을 보여주기도 하고, 재난에 대한 구호활동을 수행하기도 한다. 따라서 경제영토가 확대되고 더 활발한 활동을 통해 우리나라가 부유해지는 만큼 더 많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해적뿐 아니라 국가들의 움직임에 따라서도 기동함대는 바빠질 예정이다. 동아시아에서는 바다를 통한 영토 확장, 즉 해양권익 추구 운동이 한창이다. 2019년 중국은 분쟁지역인 댜오위다오 및 주변 부속 섬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했고, 2020년까지 한반도의 해상교통로를 포함한 도련선 안의 바다를 내해화 하겠다고 표명했다. 2020년 일본은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주장해 15년 동안 한 목소리를 내는 기록을 세웠다. 또한, 2007년부터 해양기본법을 제정하면서 해상에서 자위대의 적극적인 운용이 가능하도록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이렇게 외교로 풀 수 없는 예측하기 어려운 해상에서의 갈등 발생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서 각종 분쟁지역에 신속하게 전개해서 다양한 활동을 수행할 필요성도 더욱 요구되고 있다.

국방부는 21-25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하면서 한국형 경항모, 이지스함, 잠수함을 기반으로 한 해상기동부대를 증강할 것을 표명했다. 6·25전쟁 이후 방위사업의 목표가 ‘북한의 위협’에만 맞춰져 연안작전에 집중됐던 해군의 과거를 고려했을 때 획기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보여 진다. 최소한 현재 수준의 경제활동 보장을 위해 기동함대 건설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오늘의 뉴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