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대비하기 위한 사고방식: 안티프래질

입력 2020. 10. 21   15:12
업데이트 2020. 10. 2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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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형 대위 육군22사단
박철형 대위 육군22사단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는 주변의 지진·쓰나미 가능성을 분석해 설계를 마친 도호쿠 지방 최대의 발전소다. 그러나 2011년도에 진도 9.0의 지진으로 인류 역사상 두 번째로 최악의 원자력 사고를 낸 발전소가 됐다. 원인은 무엇일까? 진도 9.0 이상의 지진을 염두에 두지 않고, 진도 8까지를 상정해 내진 설계를 한 것이다. 일본에는 그때까지 진도 9.0의 지진이 없었기 때문이다. 쓰나미, 전쟁, 코로나 등 모든 사건·사고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어난다. 이러한 불확실성 때문에 안티프래질(Antifragile)의 사고 방식이 필수가 됐다.

‘안티프래질’은 뉴욕 폴리테크닉 연구소 나심 탈레브 교수가 만든 신조어다. 안티프래질은 프래질(Fragile·깨지기 쉬운)의 반대인 ‘단단한, 강건한’을 뜻하리라 생각했는데 ‘충격을 가할수록 강해지는’이라는 의미를 지녀 흥미로웠다. ‘단단함’은 언젠가 더 큰 충격에 깨진다. 하지만 안티프래질은 충격을 받을수록 더 강해진다. 늘 위기상황을 관리하고 대비하는 우리 군에는 필수적인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면서 그 필요성이 더 확실해졌다.

안티프래질 개념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이해할 수 있다. 프래질의 대표적인 사례로 제1차 세계대전 간 프랑스의 ‘마지노선’이 있다. ‘한 뼘의 국토도 빼앗기지 않겠다’라는 국토 사상에 근거해 만들어진 마지노선은 결국 독일의 우회 공격에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하나의 관점에 매몰돼 취약한 전략을 마련한 것이다. 또 다른 프래질의 사례가 있다. 2008년 미국, 급격히 오르는 집값을 보고 은행들은 낮은 등급(서브프라임 등급)까지 주택담보대출을 확대했다. 집값 폭락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고 결국 최악의 금융위기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했다.

반대로 안티프래질의 사례는 우리나라에서 찾을 수 있다. 2015년 우리나라는 메르스의 아픈 경험을 통해 방역체계를 효과적으로 정비했다. 그 결과 현재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신속하고 효과적인 K방역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이처럼 프래질 상태에서는 예상치 못한 위기에 무너지고 안티프래질의 상태에서는 반대로 강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안티프래질 상태에 도달할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나심 탈레브 교수가 제안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감수할 수 있는 실패를 자주 시도해서 시스템을 정비할 것.

둘째, 수많은 데이터를 맹신하지 말고 가변성을 인정할 것.

셋째, 단순화를 추구할 것.

이러한 대안은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혜안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현재 우리 군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많은 위험요소를 대면하고 있다. 언젠가는 예측하지 못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 불확실성의 시기에 더욱 강해지는 군을 만들기 위해서는 안티프래질의 사고 방식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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