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일 특별기고] 안전이 왜 전투준비인가?

입력 2020. 10. 19   16:28
업데이트 2020. 10. 1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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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일 예비역 육군소장·전 서울과학기술대 초빙교수
오정일 예비역 육군소장·전 서울과학기술대 초빙교수


군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병영 내에서 자주 사용하는 구호 중에 ‘안전은 전투준비다’라는 것이 있다. 산업체의 안전 구호와 구분되는 군 안전에 부합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왜 ‘안전이 전투준비인가?’라는 질문에는 쉽게 답변이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안전에 대한 기존의 인식이 전투준비 차원보다는 부대관리 차원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본적인 배경하에서 안전이 전투준비라는 다음 네 가지의 논거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흔히들 안전이란 위험요인이 식별되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계획된 과업의 시행을 제한하거나 중지하는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는데 사실 군에서의 안전은 그와 반대로 조직이 감수할 수 있는 위험 수준 내에서 주어진 임무를 계속 수행하는 것이다. 이를 감수할 수 있는 능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사고가 발생하게 되고 그 발생 원인을 식별 분석해 동종·유사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데 조직의 많은 역량이 투입된다. 그래서 감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전투준비의 일환이다.

둘째, 전·평시 안전 기능을 이해하고 연계할 수 있어야 한다. 군의 안전은 평시 과업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아니라 전시 임무로부터 시작해 임무 완수를 위한 안전소요를 도출하고 결정해야 한다. 전시 안전소요가 결정되면 역으로 평시부터 교육훈련과 전투준비 활동을 통해서 전시 임무 수행에 대비한 안전활동을 숙달해야 한다. 즉, 모든 평시의 안전조치 목표는 전시 임무 수행 간 전투손실과 비전투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있다. 그래서 평시 안전조치를 통해 전시에 대비한 전투준비가 강화되는 것이다.

셋째, 사고가 생기면 처리를 위한 손실비용이 발생한다. 하인리히 법칙에 의하면 직접손실비용을 기준으로 할 때 간접손실비용은 직접손실비용의 네 배 정도로 발생한다. 인원의 손실과 엄청난 손실비용으로 인한 예산 낭비는 전투준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리 군은 사고로 인한 비용을 특별한 경우 외에는 분석하지 않고 있어 사고가 예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이런 사고로 발생하는 손실비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전투준비에 기여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휘관과 간부들의 안전리더십을 통해 부대활동 간 적절한 안전조치가 이뤄진다면 부대가 수행해야 할 위험성이 자동적으로 감소 통제돼 부대의 전술적 임무 수행을 위한 많은 융통성이 부여됨으로써 전투준비가 더욱 향상될 것이다.

위의 네 가지 논거를 뒷받침하기 위한 군의 안전에 대한 대대적인 인식 변화와 이를 위한 체계적인 양성기관과 보수교육기관의 실질적인 안전교육이 필요하다.

이런 안전에 대한 조치가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안전조치를 잘하라고 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사고 발생 시 조치를 위한 직접 및 간접 사고비용 산출을 위한 도구를 개발해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어느 정도의 경제적 손실비용이 발생하는지를 장병들이 깨달아야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안전은 전시 활동에 초점을 두고 있다. 군의 안전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전이 왜 전투준비인지를 모든 장병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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