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원 진중문고] 올바른 가치 향한 올곧은 의지

입력 2020. 10. 14   16:58
업데이트 2020. 10. 1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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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아워』를 읽고


장지원 상병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
장지원 상병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
이국종 지음 흐름출판 펴냄
이국종 지음 흐름출판 펴냄

나에게는 작가보단 의사로 더 잘 알려진 그분의 성함이 표지에 적힌 책을 집어 들었다.

『골든아워』 이 책을 읽기로 마음먹은 것은 단순히 그분 이름 석 자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생(生)과 사(死)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이라는 말을 보고 잠시 사회에서 이국종 교수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줄기차게 중증외상센터의 문제와 현실에 대해 꼬집었고 그 속에서 단 한 번도 웃는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웃을 수 없는 얼굴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를 찾고 싶었던 것일까, 나는 17년이나 되는 그의 기록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책 내용은 환자들로부터 얻은 교훈과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과정, 선진국형 중증외상센터를 설립하기 위한 그의 노력으로 가득했다. 제2연평해전과 아덴만 여명작전에서 활약한 것부터 세월호, 북한군 귀순 사건까지 그는 현대사에 깊숙하게 관여해 있었다.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그는 오직 한 가지 태도를 고집했다. 올바른 가치를 위한 본인의 뜻을 굽힐 바에는 차라리 자신의 업을 내려놓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본인의 태도 때문에 질타를 받고 한쪽 눈 시력을 잃게 됐으며 팀원들을 힘들게 만들었다. 딜레마에 빠진 그의 모습을 보고 마음 한쪽이 아렸고 불편했다. 아린 것은 그 때문이었고 불편한 것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 때문이었다. ‘과연 옳은 일을 위해 나의 모든 것을 포기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나에게 던져봤지만 쉽게 답할 수 없었고 부끄러웠다.

수없이 많은 생명을 치료하며 옳은 일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친 그가 있었기에 조금씩 사회에도 변화가 찾아왔지만 정작 그는 본인의 삶을 누군가에게 ‘저당 잡힌 채’ 살아왔다. 나도 그중 한 명은 아니었을까 자문해봤다. 내 안락한 현재를 위해 누군가의 미래를 저당 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질문에 나는 쉽게 답할 수가 없었다. 끝도 없는 송구스러움이 밀려오다가 한 번 뒤집어서 생각해 보았다. 나 역시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군 복무를 하고 있는 것처럼 누군가도 사회의 어떤 자리에서 옳은 일을 위해 힘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 것이 ‘등가거래’일 수는 없겠지만 ‘저당’이 아닌 가치의 ‘교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옳은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가치를 매겨 그들이 포기하지 않게 하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 이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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