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의 한주를열며] 그 아이는 지금 행복한가

입력 2020. 10. 08   16:40
업데이트 2020. 10. 08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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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의 동화작가
홍종의 동화작가


어떤 강의든 강의 내용에 맞는 적합한 대상들이 수강인으로 참석하게 된다. 여기서 적합한 대상이란 지식과 직업 그리고 연령과 환경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그러나 이 수강 조건에서 벗어나는 강의가 있는데 아동문학가 특히 동화작가의 강의다. 대개 ‘작가와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게 되는데 강의를 듣는 수강인들의 연령이 천차만별이다. 물론 주 수강인은 어린이지만 절반 정도는 어른인 조부모와 부모, 선생님들로 이뤄진다.

동화작가니까 당연히 강의의 내용도 동화, 어린이들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혹자는 나이 든 어른들 앞에서 어린이들의 이야기가 과연 설득력이 있겠느냐고 염려하지만 그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동화작가로서 강의장에 들어서면 강의에 참여한 어린이 중 가장 어린 연령을 가늠한다. 그리고 강사인 내가 그 아이의 친구가 되어 눈높이를 맞추면 되는 것이다.

자, 생각해 보라. 아이가 아니었던 어른이 있는가? 바꿔 말하면 아무리 나이가 든 어른이라도 반드시 아이의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다.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이 갑자기 어른이 된 사람은 없으니까 말이다. 강의가 진행될수록 아이들보다 어른들의 눈이 더 반짝거리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강의가 끝나면 반응도 아주 뜨겁게 돌아온다. 세월의 단단한 무게를 깨고 마음속의 아이, 자신의 어린 날을 꺼내 든 어른들의 얼굴이 그렇게 맑아 보일 수 없다. 어떤 어른은 손을 잡으며 두 눈에 눈물까지 그렁그렁 채웠다.

심리학적 치유의 한 방법으로 내 안에 있는 아이를 만나는 프로그램이 있다. 무심코 받은 어린 날의 상처가 평생의 트라우마가 되는 까닭에 자신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아이를 소환해 반드시 치유를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어른이 됐지만 그 상처의 치유 과정에서 격렬하게 아파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실제 그러한 치유 과정을 통해 자신의 삶을 재정비하고 잃었던 자아를 찾았다는 사람이 많다.

동화작가 명함에 동심(童心) 인심(人心) 천심(天心) 이라는 글귀를 새겨 넣고 있다. 곧 아이의 마음이 사람의 마음이고 사람의 마음이 하늘의 마음이라는 뜻이다. 동화를 쓰고 아이들을 만나면서 가장 좋은 것은 세상에 대한 노여움이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떤 사물을 대할 때 긍정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심이 세상을 구원한다’라는 선배 작가의 말처럼 결국 동심이란 우리가 돌아가야 할 영원한 마음자리다.

시쳇말 ‘꼰대’는 본래 아버지나 교사 또는 나이 많은 남자를 가리켜 학생이나 청소년들이 쓰던 은어였으나 근래에는 자기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행위자를 일컫는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참 많은 순수를 잃어버리고 있다. 당장의 욕심과 편리함을 위해 타인에게 상처 주는 일이 부지기수다. 결국 타인의 상처는 자신의 상처로 돌아온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사는 삶이다. 그 때문에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고착화된 이기와 아집 속에 자신을 견고하게 가두게 된다. 어린 날의 상처가 없다면 아주 다행이지만 가끔은 내 안에 분명히 존재하는 아이를 살펴볼 일이다. 그 아이는 지금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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