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우 독자마당] 생명을 살리는 시스템

입력 2020. 09. 24   16:18
업데이트 2020. 09. 2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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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우 육군1군지사 7군수지원단 3M/A정비근무대장
김준우 육군1군지사 7군수지원단 3M/A정비근무대장


전입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신병에게서 ‘자살 징후’가 식별됐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병무청과 신병교육대대에서 실시한 신인성검사와 개인생활기록부의 내용이 모두 양호했기 때문이다. 하물며 병과교육 우수상까지 받은 용사여서 오히려 기대가 컸다. 그 누구라도 ‘특이사항 없음, 양호함’이라는 평가에 방심했을 터였다.

자살 징후는 육군의 자살우려자 식별 시스템 중 전입 28일 차에 실시하는 개인안전지표검사와 전입 초기 지휘관 및 행정보급관에 의한 집중관리에서 식별됐다. 그리고 관련 내용을 보고한 지 2주, 식별된 지 4주 만에 해당 인원은 현역복무부적합 심의를 통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번 사례의 경우 자대 전입 전까지는 그 어떤 징후도 식별되지 않았다. 면담 결과, 입대 전 지인들이 ‘군에서 실시하는 검사는 무조건 긍정적으로 적어야 군 생활이 편하다’라고 알려줘 그대로 했다는 것이다. 또한 최초 면담 시 활용되는 개인생활기록부도 본인이 직접 작성하기 때문에 왜곡 작성된 것을 그대로 믿고 면담을 하게 되면 개인의 문제점을 정확히 식별하기 어렵다. 그 때문에 본 사례처럼 과학적 식별 도구를 활용한 단계적 자가진단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부대원들의 정성을 다한 관심과 노력이 함께해야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다.

육군에는 자살우려자 식별 및 관리 시스템이 명확하게 정립돼 있다. 올해 7월 육군전투준비안전단에서 배부한 『생명존중 자살예방 가이드북』에 그 내용이 잘 수록돼 있다. 예방을 위한 활동, 식별·관리·분리 단계에서의 조치 사항과 관리 방법, 각종 모델과 양식, 적용 가능한 체크리스트까지 체계적으로 나와 있어 이번 사례에서도 많은 도움이 됐다. 이제 막 군 생활을 시작한 소대장, 참모를 마치고 막 부임한 중대장들은 이 가이드북을 꼭 숙독하기를 추천한다.

이렇게 시스템이 잘 정립돼 있다 하더라도 지휘관으로서 장병들에게 교육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거짓 없는 자가진단이다. 물론 ‘보고, 듣고, 말하기’ 등 자살사고예방교육을 잘 받은 게이트키퍼(부대원)에 의해 식별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용사 스스로 필요한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각종 검사 시 거짓 없이 본인의 상태를 진단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또한 검사 결과가 자신의 병영생활 적응에 필요한 도움을 주는 것 외에 그 어떤 부정적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는 신뢰를 주어야 한다.

이제 곧 10월이면 육군주간이 다가온다. 코로나19로 대외활동이 제한돼 힘든 요즘, 오히려 내실을 다지기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런 때일수록 용사들에게 필요한 도움이 전달될 수 있도록 집중하는 것이 지휘관들의 역할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이 자리를 통해 한 명의 전우를 소중히 여기고 일과 전·중·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도움을 준 우리 부대원 모두에게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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