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선희 병영칼럼] 마음의 단련

입력 2020. 09. 23   15:57
업데이트 2020. 09. 2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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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굳세게 하는 것
단련이란 단어 또다른 뜻
시련과 불행 이겨내면서
걸림돌 아닌 디딤돌 만드는 게
나 자신의 ‘단련된 마음’
주 선 희 국방TV 작가
주 선 희 국방TV 작가




‘아프고 고통스러웠던 기억, 처절하게 후회했던 기억, 남을 상처 주고 또 상처받았던 기억, 버림받고 돌아섰던 기억, 그런 기억들을 가슴 한구석에 품고 살아가는 자만이 더 강해지고, 뜨거워지고, 더 유연해질 수가 있지. 행복은 바로 그런 자만이 쟁취하는 거야. 그러니 잊지 마. 잊지 말고 이겨내. 이겨내지 못하면, 너는 영혼이 자라지 않는 어린애일 뿐이야.’

『악몽을 먹고 자란 소년』이란 동화책의 한 구절이다. 동화 속 주인공은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다가 마녀를 찾아가 자신의 머릿속에 든 나쁜 기억을 모두 지워달라고 한다. 그러면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행복해지지 않았다. 나쁜 기억들을 이겨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국 드라마 ‘블랙 미러-아크엔젤’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가까운 미래의 어느 날 ‘아크엔젤’이라고 불리는 보호 장치가 개발되는데, 아이의 뇌 속에 작은 칩을 심어서 아이의 위치는 물론이고 건강상태 등을 태블릿 PC를 통해 부모가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는 아이가 눈으로 보는 모든 것을 아이의 관점 그대로 태블릿 PC를 통해 볼 수 있다. 문제는 아이의 시각정보를 부모가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아이가 보면 안 되는 것들, 아니 부모 입장에서 아이가 보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을 모자이크 처리 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누군가 피를 흘리는 장면, 사나운 개가 짖는 모습 등은 부모에 의해 모자이크 처리 돼 아이는 보지 못한다.

아이가 자라 부모는 모자이크 처리를 해제하는데 여기서부터 부작용이 발생한다. 성인이 돼 갑자기 맞닥뜨리게 된 크고 작은 문제들이 공포로 다가오는 것이다. 개가 짖는 모습에 과도하게 놀라고 누군가 다쳐서 피 흘리는 모습을 봐도 공포에 질려 어떡해야 할지 모른다.

나 역시 방송 일을 하면서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을 경험했다. 대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4명의 게스트 중 자그마치 2명이 녹화 당일에 펑크를 낸 적도 있고, 2011년 12월 초 연말특집으로 국방·안보·북한 관련 10대 뉴스를 미리 녹화했는데 12월 17일 북한 김정일이 갑자기 사망해 수습해야 했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방송 일을 하지 말라는 하늘의 계시인가?’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곧 생각을 고쳤다. ‘이런 일들을 잘 처리해야 나중에 더 큰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할 수 있는 담력과 능력이 생기는 거야’라고.

정신건강의학과 오은영 박사는 “아이들은 키도 커야 하고 몸도 커야 하고 생각도 커야 하지만 마음도 커야 한다”라고 말한다.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인지하고 그 마음을 잘 표현하며 상대방의 마음까지 공감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여기에 더해 ‘마음은 단련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단련’은 ‘쇠붙이를 불에 달군 후 두드려서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란 뜻 외에 ‘몸과 마음을 굳세게 하는 것’과 ‘어떤 일을 반복해 익숙하게 되는 것’이란 뜻도 있다. 사람의 마음은 모두 똑같다. 누구나 자신이 행복하길 바란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시련과 불행은 찾아온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그 시련과 불행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마음을 단련하면서 하나, 둘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 언젠가 훌쩍 성장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지금의 ‘나’를 존재하게 한 단련의 과정은 무엇일까? 그리고 현재의 나를 단련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을 인생의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로 만드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의 ‘단련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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