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를…NO 하지 마라

입력 2020. 09. 22   16:38
업데이트 2020. 09. 22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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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반대하는 사람이 필요한 이유


“미움받을 위험 무릅쓰고 용기 있게 말하는 이에게 화내거나 부정적이라면 리더로서 자격 상실” 

 


2007년 구글의 인사담당 최고책임자 라즐로 북(Laszlo Bock)은 해마다 실시하는 인사고과 시기를 바쁜 12월 대신 3월에 하기로 했다. 결정에 앞서 라즐로는 인사팀 구성원들에게 의견을 물었고, 인사팀 사람들은 라즐로의 아이디어에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부서 책임자 의견을 무시하기가 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 역시 3월이 편했기 때문이다. 자기 결정에 확신을 가진 라즐로는 고과 시기 변동 공지에 앞서 관리자들에게 그 사실을 공지했는데 관리자들이 다 들고일어났다. 현장을 모르는 결정이라는 항의성 전화와 이메일이 빗발쳤다. 결국, 인사팀은 다시 의견을 수렴했고 고과 시기를 10월로 앞당기기로 한다. 왜 이런 소동이 벌어졌을까?

집단사고에 매몰됐기 때문이다. ‘그 일을 겪은 후 주변 사람들 의견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루트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청취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라즐로는 얘기한다. 그 일 이후 구글은 반대하는 사람들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카나리아팀을 만들어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사내에서 다양한 시각을 대변하는 신뢰받는 엔지니어들로서 험악한 분위기에 잘 대처하고 기꺼이 자기 생각을 말한다는 평판을 얻고 있는 사람들로 구성됐다. 중요한 변화를 도입할 때 우선 카나리아팀의 의견을 구한다. 미리 자문을 구함으로써 가장 불만이 큰 사람을 강력한 대변자로 만드는 효과도 얻게 됐다. 애덤 그랜트가 쓴 ‘오리지널스’에 나온 내용이다.

조직의 소통 정도를 보는 방법의 하나는 반대의견에 대한 반응이다. 반대의견이 사라지면 그 조직은 삼류조직이다. 일류조직일수록 반대의견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가와시마 기효시 혼다 전 사장은 퇴임의 변을 이렇게 했다. “최근 2~3년간 내가 말한 사항들이 사내에서 8할이나 통과됐다. 6할이 넘으면 원맨 경영의 폐해가 나타나는 위험신호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지금 혼다가 위험하다는 얘기 아닌가? 내가 계속 사장 자리에 있으면 우리 회사는 직선적으로밖에 성장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퇴임을 결정했다.” 참 대단한 리더다.

여러분 조직에 기꺼이 상사 의견에 토를 다는 사람이 있는가? 반대의견이 살아 숨 쉬는가? 찬성보다는 반대의견을 듣고 싶어 하는가? 만약 그렇다면 여러분의 조직은 살아있는 조직이다. 대부분 조직은 그렇지 않다. 관리자 중 70%는 보스의 일이 실패할 것을 뻔히 알지만 반대를 하지 않는다. 피드백이나 충고는 절대 하지 않는다. 일사불란한 것처럼 보이지만 다 같이 망하는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회의에 참석해 보면 그 조직이 어떤 조직인지 대번에 알 수 있다. 만약 상사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나머지는 침묵한다면 그 조직은 막힌 조직이다. 서로의 눈을 보는 대신 눈을 내리깔고 있다면 그 조직은 통하지 않는 조직이다. 누군가 하는 말에 토를 달지 못하고 무언의 동의를 해야만 한다면 리스크가 큰 조직이다. 소통이 잘 되는 조직은 반대의견이 살아 움직이는 조직이다. 나이와 계급을 의식하는 대신 의견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춰 최선의 결정을 하는 조직이다. 침묵하는 사람 없이 누구나 자기 의견을 활발하게 개진하는 조직이다.

소통이란 무엇인가? 소통이 잘 되는지, 안 되는지를 어떻게 구분하는가? 방법 중 하나는 직접 참여해 숨을 쉬어 보는 것이다. 소통이 잘 되는 조직은 누구나 무슨 얘기든지 할 수 있다. 어떤 말이든지 할 수 있고, 엉뚱한 얘기를 해도 눈총을 받지 않는다. 서로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을 해준다. 공감은 소통의 산소다. 소통이 잘 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대의견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

먼저 반대의견 관련한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자.

‘비판을 할 때는 앞에서 하라. 뒤에서 험담하지 마라. 반대의견은 애사심의 또 다른 표현이다. 애사심이 없으면 그런 얘기를 하겠는가?’ 세계적인 사모펀드 브릿지워터 레이 달리오 회장의 말이다.

‘90%가 찬성하는 방안이 있다면 쓰레기통에 갖다 버린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좋다는 계획이라면 분명 많은 사람이 시도했을 것이고, 그 기회는 우리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윈의 말이다.

‘나는 싫어하는 사람을 승진시키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말 뭐가 사실인지를 말하는 반항적이고 고집 센, 거의 참을 수 없는 타입의 사람을 항상 고대했다. 만약 우리에게 그런 사람이 충분히 많고, 이들을 참아낼 인내가 있다면 그 기업에 한계란 없을 것이다.’ IBM을 만든 토마스 왓슨의 주장이다.

‘나는 반대자들에게 감사한다. 조직은 리더가 가진 꿈과 그릇의 크기만큼 자란다. 큰 그릇은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다. 나와 동질의 것, 나를 편안하게 하는 것뿐 아니라 나와 다른, 그래서 불편한 것도 끌어안을 수 있을 때 조직은 지속적으로 성장한다.’ 인텔의 앤디 그로브의 말이다.

반대의견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 전에 찬성하는 사람이 누굴까를 생각해보자. 찬성하는 사람이란 누구일까? 어떤 존재일까? 그가 진짜 나를 도와주는 사람일까? 그가 진짜 내 의견에 찬성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 아무 생각이 없거나, 생각이 있지만 솔직함을 두려워하는 비겁한 사람일 수 있다.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다. 사실은 반대하는 사람이 내 우군이다. 그 사람이 실제 나를 돕는 사람이다. 사전에 문제를 지적해 문제 발생을 막게 해주는 사람이다. 치열하게 생각하고, 미움받을 위험을 무릅쓰고 그 얘기를 하는 용기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 화를 내거나 부정적인 생각을 품고 있다면 당신은 리더로서 자격상실이다.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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