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중국의 전랑(戰狼) 외교

입력 2020. 09. 21   08:40
업데이트 2020. 09. 21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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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207호(한국해양전략연구소 발행)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로 대규모의 인명 피해뿐만 아니라 그 여파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제사회에서는 코로나19의 최초 발원지와 관련한 논란의 중심에 있는 동시에 초기 대응에서 그 전염성과 심각성에 대한 사실 은폐 및 축소 의혹을 받고 있는 중국에 대한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그 참모들은 지속적으로 ‘중국책임론’을 제기하며 연일 ‘중국 때리기’(China bashing)에 나서고 있고, 중국에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책임을 지우기 위해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미국은 이미 동맹국들 및 우방국들과 코로나19의 확산에 대한 중국책임론과 관련해 공동으로 목소리를 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어,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적 반중 기류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영국·독일·프랑스·호주·캐나다 등 여러 국가들이 중국책임론에 가세하여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중국 정부의 초기 대응을 비판하면서 이와 관련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중국을 압박하고 국제적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호주·유럽 등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기원과 확산에 대한 중국책임론이 고조되면서, 중국은 이들 국가들을 상대로 소위 ‘전랑(戰狼) 외교’를 펼치며 공세적인 맞대응에 나서고 있다. ‘늑대전사 외교’(wolf-warrior diplomacy)라고 번역되기도 하는 중국의 ‘전랑 외교’는 중국 역대 최다 관객을 동원한 애국주의 액션 히어로 영화인 <전랑(戰狼)>시리즈에서 그 명칭을 따온 것으로, 자국의 국익을 수호하기 위해 때론 상대국과의 대립도 불사하며 공세적이고 적극적인 외교를 펼치는 중국 외교관들의 강경한 외교적 언사와 행태를 일컫는다. 이러한 중국 외교관들의 전랑 외교는 인터넷과 언론 매체를 통한 여론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해 11월 외교부 70주년 행사에서 중국 전·현직 외교관들에게 “국제적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 중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더 강한 투지를 보이라”고 촉구한 이후, 중국 외교관들은 자국 정부에 대한 비판에 보다 직접적이고 공세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트위터(Twitter)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이하 SNS)를 외교 플랫폼으로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SNS 공식 계정 등 인터넷 플랫폼, 언론 인터뷰, 내외신 기자회견 등을 활용해 미국과의 무역전쟁, 홍콩 민주화 시위, 신장 위구르 자치구내 인권문제, 대만문제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중국에 대한 비판에 공세적으로 맞대응하며 전랑 외교를 펼쳐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 외교관들은 대외적으로 중국의 방역 노력과 다른 국가들에 대한 의료 지원을 부각하고, 미국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중국책임론을 정면 반박하며 자국 정부의 입장을 공세적으로 대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71만여 명의 트위터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는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중국책임론을 제기한 미국을 겨냥해 “미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우한에 가져왔을 수도 있다”는 도발적인 트윗을 날리며 맞대응에 나서는가하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우한 바이러스’라는 표현을 쓰며 중국이 코로나19 대응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고 비판하자, “미 국무장관의 신분으로서 미국 정부는 왜 지난 1월에서 3월까지 긴 시간 동안 효과적인 방역 조치를 취하지 못했는지를 세계에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반격에 나서기도 했다. 주프랑스 중국 대사관은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코로나19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응 방식을 조롱하는 만화를 연달아 올리고, 대사관 공식 홈페이지에 서방의 방역 행정을 ‘느림보’라고 비판하는 글을 게시해 프랑스 외교부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최근 이처럼 중국 외교관들이 코로나19 진원지와 책임론을 둘러싼 여론전에서 중국책임론을 강하게 반박하고 상대국에 대한 역공도 서슴지 않는 공세적인 대응에 나서면서, 해당국 정부나 국제기구에 초치 당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적 반중 기류가 더욱 확산되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 중국 관영 싱크탱크인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세계 각국의 반중국 정서가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치솟았으며,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반중국 정서의 확산을 경계해야 한다”는 내용의 내부 보고서를 작성했고, 중국 국가안전부가 이 보고서를 지난 4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중국 최고 지도부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역효과에도 불구하고 중국 외교관들이 이러한 공세적인 전랑 외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5월 양회 기간 중에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중국인들은 원칙과 굽히지 않는 기개가 있고, 고의적인 중상모략에 강력히 맞서 싸워 국가의 명예와 민족의 존엄을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며 중국 외교관들의 전랑 외교를 옹호하고 나섰다. 중국의 입장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중국책임론은 중국 체제의 위기관리 능력뿐만 아니라 투명성과 개방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포함하고 있어, 중국 체제에 대한 외부적 도전으로 인식될 수 있다. 따라서 중국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며 애국주의를 부추겨온 중국 지도부로서는 자국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중국의 체제가 가지고 있는 취약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즉, 중국 지도부는 국내정치적으로 체제 정당성을 유지하고 외부적 도전에 대항하여 국내 여론을 결집시키기 위해 코로나19에 대한 중국책임론을 적극적으로 반박하며 강경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국 외교관들은 중국 정부가 강력한 방역 조치로 코로나19의 확산을 막음으로써 국제사회가 전염병을 방제할 시간을 벌어줬지만 미국 정부를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그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늑장 대응으로 인한 초기 방역 실패의 책임을 중국에 전가함으로써 중국을 희생양으로 삼아 책임을 회피하고 코로나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중국책임론을 주장하는 각국 정부 및 언론과 한 치의 물러섬 없는 치열한 설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전랑 외교는 마치 중국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전랑>시리즈가 중국 관객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데 일조했듯이, 중국을 비판하는 외부 세력에 대한 반발심과 중국 체제에 대한 자긍심을 자극하여 중국인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중국 정부에 대한 지지와 내부적 결속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중국 국내 여론을 겨냥한 것이라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러한 중국의 전랑 외교는 애국주의가 가지고 있는 양면성을 내포한다. 애국주의가 흔히 ‘양날의 검’에 비유되는 것은 중국 정부가 정치적 지지(political support)를 확보하고 내부적 결속을 강화하는 강력한 수단들 중 하나이면서, 동시에 중국 정부가 외부의 도전이나 비판으로부터 자국의 이익과 명예를 제대로 수호하지 못한다면 애국주의의 화살은 내부를 향하고 체제 안정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애국주의에 기반을 둔 공세적 외교는 중국 외교의 유연성을 제약하고 중국의 부상에 대한 국제사회의 위협인식을 강화하여 중국의 대외관계를 악화시키는 역효과를 내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애국주의에 기반을 둔 전랑 외교는 중국 정부에게 유용성과 동시에 위험성을 안고 있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강수정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연구교수

약력
강수정 박사(philoself@gmail.com)는 고려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 전공으로 학부와 석사 과정을 마치고 영국 노팅험대학교(University of Nottingham)에서 중국정치외교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과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에서 연구교수로 근무했고, 현재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내·외 관련자료>
* Chen Dingding and Hu Junyang “Is China Really Embracing ‘Wolf Warrior’ Diplomacy?” The Diplomat, September 09, 2020.
* Wendy Wu. “Is it time for China to leash its Wolf Warrior diplomats?” SCMP, August 12, 2020.
* Richard McGregor. “Beijing hard-liners kick against Xi Jinping’s wolf warrior diplomacy.” Asia Nikkei, July 28, 2020.
* Abdul Rasool Syed. “Wolf warriors: A brand new force of Chinese diplomats.” Modern Diplomacy, July 1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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