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현 한 주를 열며] 5년 전 세계군인체육대회의 성공과 軍의 저력

입력 2020. 09. 20   14:01
업데이트 2020. 09. 2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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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지 현 유 크리에이티브 커뮤니케이션즈연구소 대표
류 지 현 유 크리에이티브 커뮤니케이션즈연구소 대표


어느새 아침저녁으로 피부에 와 닿는 바람의 기운과 느낌이 다르다. 군대에서 계절의 변화는 더 빨리 느껴질 듯하다. 하늘이 파랗게 높아지는 계절이 되면 몇 년 전의 문경을 떠올리게 된다. 2015년 10월 2일부터 열흘간 전 세계 110여 개국 군인들이 문경과 경북 9개 도시에서 펼친 세계군인체육대회. 군인들을 조금 더 헤아리게 된 건 필자가 대회 대변인으로 한때 군인들과 동고동락의 시간을 보냈던 애정이 특별한 계기가 됐다.

준비 초기 대회에 대한 주변의 기대는 그리 크지 않았다. 한국은 올림픽에서부터 아시안게임, 유니버시아드, 월드컵, 육상선수권 등등 각종 세계 주요스포츠대회를 치렀고, 인기 종목의 프로 대회도 많아 스포츠에 대한 눈높이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올림픽 우승자, 세계랭킹 상위 선수들이 대거 출전하고 참가국 규모도 올림픽에 버금갈 만하지만, 대회 역사가 짧아 널리 인식되지 못한 측면도 있었다. 자연히 언론의 관심도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대회는 최저 비용으로 ‘알차고, 멋지게 명품대회’를 펼쳤다는 평가를 남기며 대성공으로 막을 내렸다. 언론의 주목도 기대 이상이었고 ‘저비용 고효율 대회’의 우수한 사례가 됐다. 이유는 중앙 부처들의 파견 지원, 문경과 경북 지역 공무원들, 그리고 전문가들 모두 최선을 다했지만 무엇보다 국방부의 일사불란한 체계가 큰 힘을 발휘했다. 군이 가진 걸 최대한 활용해 비용도 절감하고, 군·개최 지역·대회의 특성을 살린 여러 ‘최초의 시도’들로 ‘맞춤형 대회’를 알뜰하게 준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치단결해 움직인 군 인력들이 있었다.

대변인으로 여러 국제 행사를 맡다 보니 대회 진행에 비교적 남다른 감각을 갖게 된다. 개최 지역의 분위기, 대회조직위원회의 특성, 중앙부처의 협조와 지원, 구성원의 자세, 대외적인 호응 등등에 따라 ‘성공의 감’을 느낄 수 있다. 대회들을 치르며 각계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과 저마다 다른 상황과 특성의 어려움들을 잘 헤쳐 왔던 터라 웬만한 도전은 감수할 수 있다고 자부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군인체육대회는 독특한 차별화 전략이 필요했다. 다소 제한 요소들이 있었지만, 군의 조직 체계와 문화를 이해하니 장점이 참 많이 보였다.

우선 일사천리로 실행하는 추진력과 단결력이 최대의 무기다. 그리고 일원화된 체계와 통솔의 지도력,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가능하게 한 효율성, 무엇보다 ‘뜻하면 해낸다’는 투지력이다. 대변인실은 마치 ‘집중 아카데미’를 운영하듯 매일 새벽 1~2시까지 강행군을 했다. 한마음으로 혼신의 노력을 다한 결과, 관련 분야 경험이 없었던 군인들이 단기간에 전문 언론 인력 못지않은 수준의 내용을 만들어 냈고, 결국 어느 대회보다 호평과 높은 만족을 얻었다. 목표가 분명하면 확실히 해내는 것이다.

그렇다. 필자가 느낀 군(軍)이란 그런 저력이 있는 곳이다. “나라를 지킨다”는 같은 대의(大義)가 있기에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이해된다. 각기 다른 배경을 지닌 장병들이 각자의 능력의 다소(多少), 지위의 고하(高下)를 막론하고 국방의 고귀한 사명감으로 모였기에 일치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곧, 각자의 투지가 최대 효과의 밑거름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군인들의 역량과 대회를 대내외에 열심히 홍보하며 ‘동반자’ 같은 마음이 됐던 수년 전을 반추하면서 새삼 그때의 교훈을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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