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7일 중국과 인도가 양국 국경지대에서 다시 충돌하였다. 이는 지난 6월 중국군과 인도군 간 인도 북부 판공호 지역의 갈완계곡에서 뭉둥이와 돌 그리고 격투기 부대를 동원한 물리적 충돌 이후 다시 발생한 사태이며, 2013년 중국-인도 간 국경방어에 관한 협정에서 분쟁이 전쟁으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총격을 금지 한 이래 처음으로 총격이 발생하였다. 현재 판공호 지역은 1/3은 인도가, 2/3는 중국이 통제하고 있으며, 인도군은 중국군이 이유없이 통제구역을 진입하였으며, 인도군이 대응하자 중국군이 총격을 가하였다고 주장하였으며, 중국군은 인도군이 판공호 중국군 통제 구역을 진입하였다면서 서로 다른 주장을 하였다. 이를 보는 시각은 안보 전문가와 군사 전문가가 상반된다.
우선 군사 전문가들은 이를 양자 간 힘의 대결이라고 본다. 즉 부상하는 중국이 인도양 지역과 서남아시아 맹주인 인도를 견제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특히 인도가 동방정책(Look East 또는 Act East)을 추진하면서 남중국해까지 진출하고 극초음속 순항 미사일을 베트남에 판매하고, 인도 국영석유회사가 베트남 정부와 협정을 체결하여 남중국해의 베트남 석유 구역에서 탐사를 시작하는 등의 갈등이 표출된 것이라는 평가다. 그러면서 이번 충돌이 과거와 다른 국면을 보인다며 우려를 나타내었다. 우선 총격이 발생하였으며, 이는 1975년 중국-인도 간 분쟁이후 처음이었다. 다음으로 중국이 티베트 지구에 격투기 선수들로 구성된 육상 민병대를 구성하여 투입하였고, 인도 역시 티베트에서 인도로 망명한 티베트인으로 구성된 부대를 투입하여 충돌국면이 정치?종교적 갈등으로 확산되었다. 또한 현장부대만이 아닌 증원군을 보내고 있는 점도 과거와 다른 현상이었다. 이에 대해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 측의 의도된 군사행동에 비중을 둔다. 첫째, 열세인 인도군이 중국군에 맞서 보았자 손해라는 논리이다. 둘째, 복잡한 분쟁 국경선에서 인도군이 작은 지역을 선점해도 이득이 없다는 논리이다. 셋째, 인도양을 두고 중국과 첨예한 대결을 하고 있는 인도가 지상에서 분쟁을 자초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이다. 즉 인도는 현상유지(status quo)를 원하며, 이번 충돌은 중국의 의도된 계산으로 우발적 사고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다음으로 안보 전문가들의 시각은 중국과 인도 간의 양자 문제만이 아닌, 인도-태평양 지역 문제로 보고 있다. 첫째, 미국이 인도를 이용하여 중국을 압박하는 것에 대한 중국의 “인도 카드”라는 주장이다. 지난주 미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은 남태평양 국가들을 방문하여 남태평양에 진출하는 중국해군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에 항구와 미군주둔을 허가해 달라는 협의를 하였으며, 팔라우 국가는 중국해군의 태평양 진출 길목에 있는 팔라우 공화국은 미군 주둔과 항구를 미 해군에 제공하는 것에 긍정적 입장을 보여 중국이 긴장하였다. 또한 9월 4일~5일간 인도가 중국, 러시아 그리고 중앙아시아 간 체결된 상하이협력기구(SOC) 주관의 『Kavkaz 2020』 군사훈련에 참가를 번복하고 인도양 벵골만에서 러시아 해군과 연합해상훈련을 실시하는 등 러시아를 끌어들이고 미국과 군사협력을 하는 등의 대(對)중국 견제를 하고 있어 중국으로서는 국경분쟁으로 인도의 관심을 해상에서 지상으로 돌리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아세안(ASEAN) 관련 회의이다. 9월 9일부터 아세안 의장국이자 반(反)중국 성향의 베트남이 주관하는 아세안+3,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회의가 화상회의로 개최되며, 이번 회의에서 미국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과 관련된 갈등을 제기하면서 대(對)중국 견제전선에 동아시아 국가들의 참여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안보 전문가들은 중국이 아세안 주도의 각종 회의에서 남중국해 문제가 부각되는 것을 우려하여 인도에서의 국경분쟁을 유발해 관심을 지상 국경문제로 전환하려는 의도로 평가하였다.
셋째, 지난 8월 31일 미 마이클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미국, 호주, 인도와 일본 간 구성된 『쿼드안보대화(QUAD Security Dialogue)』를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사한 다자안보기구로 격상하는 것을 제안하면서, 한국, 베트남, 뉴질랜드를 추가한 “QUAD Plus” 구상을 발표하였다. 중국은 이러한 QUAD에 인도가 참가한 것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주된 요인으로 평가하면서 인도에 대해 국경분쟁을 유발해 인도가 인도양에 치중하는 것을 부담되도록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평가하였다. 넷째, 중국은 미국이 연대하려는 국가들에 대해 외교적 압박을 가하면서 동시에 군사적 압박도 가하고 있다. 최근 미 스티브 비건 국무부 부장관은 일본, 한국, 아세안 그리고 유럽을 방문하면서 QUAD Plus 구상을 설명하면서 대(對)중국 견제 전선에 참가를 협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양제츠 정치국원이 8월 말에 싱가포르와 한국을 방문하였고, 미얀마, 스페인과 그리스를 방문할 예정이며,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유럽 5개국 방문에 이어 인도네시아, 베트남 및 파키스탄 외교장관과 전략협의를 진행하면서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도록 외교군사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최근 라오스는 중국과의 에너지 및 수자원 개발 공사를 발주하면서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참가하는 등 친중국 성향을 보이고 아세안의 친미(親美) 성향에 제동을 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9일 중국 관영 『Global Times』는 중국은 인도와 전쟁을 원치 않으나, 현재 상황이 1962년 상황과 유사하다면서 그 결과는 인도군의 참패일 것이라는 강경어조의 논평을 하였다. 이는 인도보다 중국이 더 강경하며, 중국이 의도를 갖고 이번 충돌에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난 9월 4일 중국 웨이펑허 국방부 장관과 인도 라자스 싱 국방부 장관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양국 국방장관 회담을 열어 상황을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도록 합의한 이후 불과 3일 만에 다시 충돌이 발생하였으며, 이에 대해 양국이 서로 상대방의 가짜 뉴스와 정보를 유포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등의 “선동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안보 전문가들은 최근 미·중 간 강대국 국면 그리고 중국-인도 간 국경충돌에 러시아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과거에 중재 역할을 담당하던 호주가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확산 이후 중국 주재 호주 특파원 추방 등으로 중국과 관계가 악화되면서 미국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로 변화되어 동아시아 지역에서 어느 국가도 중재할 수 없는 상황이 더욱 심각한 우려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전문가들은 미·중 간 강대국 경쟁이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인도 간 국경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면서 11월 미국 대선 향방에 따른 여파에 촉각을 두면 관찰하고 있다.
* 출처: Economic Times, September 2, 2020; The Guardian, September 4, 2020; Reuters, September 4, 2020; Washington Post, September 8, South China Morning Post, September 8, 2020; RCN International Outlook, September 8,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