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요훈 병영칼럼] 마스크 쓰듯 코딩 공부

입력 2020. 08. 11   16:54
업데이트 2020. 08. 1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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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훈 IT 칼럼니스트
이요훈 IT 칼럼니스트


오래전 일입니다. 대학생 시절, 홈페이지 개편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습니다. 웹사이트에서 5만쯤 되는 웹페이지에 있는 옛날 코드를 새 코드로 바꾸는 작업이었습니다. 정해진 기간은 한 달. 일하는 장소는 사무실 구석 빈 책상.

첫날 일하는데, 정말 지루했습니다. 웹페이지를 내려받아 정해진 양식에 맞게 수정하고, 다시 올리면 끝나는 일이니까요. 단순 반복 작업이었다는 말입니다. 알고 보니 직원이 작업하다 도저히 못 하겠다고 해서, 아르바이트생을 뽑았다고 하더군요.

너무 지겨워서 매크로를 하나 짜서 돌렸습니다. 쉽네요. 그래도 지겹습니다. 친구에게 부탁해 아예 자동 수정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더 쉽네요. 일주일 만에 끝내고 검수 작업까지 마쳤습니다. 일 잘한다고 칭찬받았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일주일 만에 아르바이트는 자동 종료됐습니다. 그때 세상은 참 무서운 곳이란 걸 알았습니다.

2019년부터 초등학교에서 코딩이 정규교육과정에 편입됐다는 얘기는 들으셨을 겁니다. 앞으로는 인공지능(AI) 시대이니, 코딩을 배워두면 좋다고도 하죠. 국군의무사령부에선 직접 ‘코로나19 체크업 앱’을 개발해 공개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에겐, “그래서?” 정도의 이야기일 겁니다. 내가 프로그래머가 될 것도 아닌데 내 삶에 그게 무슨 소용 있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앞으로 나와 함께 일할 사람, 내 밑에서 치고 올라올 사람 중에 많은 이는, 제 친구 같은 사람일 거라고요.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아는 사람. 그걸 실제로 활용해 필요한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 다시 말해 컴퓨터를 이용한 자동화가 무엇인지 알고, 그걸로 어떤 도구를 만들 수 있을지 알고 있으며, 그걸 활용해 원하는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 말이죠. 싫든 좋든 여러분은 그런 사람과 경쟁해야 합니다.

프로그래머가 되라는 말은 아닙니다. 프로그램이 일하는 방식을 알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야 앞으로 인공지능을 비롯해 여러 기술을 써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리할 줄 아는 사람과 남이 해준 밥을 먹기만 하는 사람의 차이라고 이해하면 빠를 겁니다.

많이 어렵지도 않습니다. 앱스토어에서 ‘코딩’을 검색하면, 수많은 (주로 어린이를 위한) 코딩 교육 앱이 나옵니다. 인터넷을 쓸 수 있다면 ‘생활코딩’을 검색해서 찾아가 보세요. 그나마 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

물론 지금 세계는 코딩할 줄 몰라도 앱을 만들 수 있는 로코드(Low code) 또는 노코드(No code) 시대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 자동 번역도 전문 번역가들이 초벌 번역 용도로 유용하게 사용하는 것처럼, 노코드 서비스도 결국 코딩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 더 잘 이용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는 바뀐 세상에 적응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씁니다. AI 세상의 마스크는 코딩입니다. 꽤 강력한 무기죠. 일단 한번 배워두면,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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