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고] 원교근공(遠交近攻) 책략과 NATO

입력 2020. 08. 10   15:01
업데이트 2020. 08. 1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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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호 레바논 UNIFIL 사령부·육군소령
김민호 레바논 UNIFIL 사령부·육군소령

현재 나는 레바논에서 유엔군사령부(UNIFIL) 기획장교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업무 라인 참모들이 모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나토) 소속인 관계로 유엔 업무와 함께 나토의 업무 분위기와 문서 작성법에도 익숙해지는 중이다. 한번은 이탈리아 기획처장이 파병 경험 이야기를 하던 중 ‘이곳은 마치 작은 나토 같다’고 언급한 적도 있을 정도다. 이러한 임무환경은 그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나토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됐고,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와 나토의 관계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됐다.

나토는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겠지만 우리에게는 유엔만큼 친숙하지 않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나토에 가입돼 있지 않으며, 회원국들 또한 유럽 일부 국가와 북미에 한정돼 있는 특성 때문에 우리나라와 협력이 필요한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5년에 처음 협력을 개시한 이후 다양한 수단으로 나토와의 관계를 발전시켜 가고 있다. 특히 올해 5월에는 한국 합참의장과 나토 군사위원장이 한국의 코로나 대응 성공 노하우를 공유함은 물론, 앞으로도 다양한 협력을 증진해 나갈 것을 협의했다. 그렇다면 과연 나토와 우리가 관계를 발전시켜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안보문제의 다변화다. 전통적인 군사문제와 더불어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과학기술의 발달, 사이버 안보, 질병 등 안보 문제의 성격이 군사·비군사, 지역적 영역을 초월해 어느 국가나 기구가 혼자 떠맡을 수 없을 만큼 복잡해지고 있어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나토와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상황이 다자 간 협력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토는 회원국들의 국방예산 삭감 등으로 인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회원국 이외 국가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대한민국 또한 미국의 세계전략 변화와 지역 국가들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안보 딜레마, 북핵문제 등에 직면해 있어 동북아 지역을 벗어난 국가들과의 협력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마지막으로는 다른 국가나 국제기구들보다 안보문제에 있어 협력 환경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세계 여러 나라의 이익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유엔과 달리, 각자의 지정학적 이슈들에서 특별한 다툼이 없어 공동의 관심사에 대해 상대적으로 쉽게 협력할 수 있다.

원교근공(遠交近攻). 한자 그대로는 멀리 있는 나라와 친하게 지내고 가까이 있는 나라는 공격한다는 의미이나, 이해가 긴밀하지 않더라도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는 국가와 친교를 맺는다는 외교적 수사(修辭)로도 많이 사용된다. 이러한 책략으로 비춰 보았을 때 강력한 한미동맹, 유엔과의 협력뿐만 아니라 나토와의 관계 발전은 유연하고 융통성 있는 다자안보 전략이 필요한 우리에게 또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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