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의 선제조건 ‘소통’

입력 2020. 07. 13   16:01
업데이트 2020. 07. 1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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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 우 병장 
해병대2사단 선봉여단
이 건 우 병장 해병대2사단 선봉여단
나는 해병대의 일원으로서 해병대가 어떤 조직보다 매력적인 조직이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6개월 동안 군 생활하면서 ‘소통’이 더 원활하면 해병대는 더욱 강하고 매력적인 조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조망은 녹슬어도 해병대 기수는 녹슬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해병대에선 기수를 중요시한다. 그렇다 보니 상호 간 자유로운 의견 제시가 어려운 분위기가 있다.

공자의 ‘정명론(正名論)’은 실무에서 많이 들었다. 정명론은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고 말한다. 즉, 각자의 소임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정명론에 한 가지를 덧붙이고 싶다. 책임을 다할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각자의 책임만 강요하기보다는 각자가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서로가 지지해 줘야 한다.

군대는 일정한 규율과 질서를 바탕으로 조직된 집단이며, 계급은 군 조직의 상하 관계와 지휘 계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군인복무기본법 제35조에는 군인은 동료의 인격, 명예, 권리와 가치관을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사람은 본인의 삶이 존중받고 있을 때 최선을 다하게 된다. 모두가 계급과 무관하게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한다면 어떠한 상황도 이겨낼 수 있는 강인한 해병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진실한 ‘소통’이 필요하다.

사실, 상관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높은 위치로 올라갈수록 부하들의 충언은 미움받는 것을 염려해 줄어든다. 이런 이유로 상호 간의 소통이 단절된다면 더 큰 해악이 발생한다. 성경 마태복음 7장에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자가 적음이라”라는 구절이 있다. 부하들을 아첨하고 복종하게 만들기는 쉽다. 충언을 격려해 부하들과 자신을 좁은 문으로 인도하는 진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해병대는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안 되면 될 때까지, 안 되면 되게 하라”와 같은 표어로 스스로를 강인한 조직으로 만들어 왔다.

급변하는 시대에 맞춰 서로가 존중받는 문화까지 더 깊숙하게 자리 잡는다면 해병대는 더 강하고 매력적인 조직으로 변할 것이다. 훗날 해병대에 아들을 보낼 때 해병대의 악습을 걱정하지 않고, 진정한 소통의 방법을 배워오는 걸 기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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