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얻은 것들

입력 2020. 07. 03   16:58
업데이트 2020. 07. 0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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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 중사 
육군30사단 천마대대
최지은 중사 육군30사단 천마대대

2020년 2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평범한 나의 일상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출근할 때부터 체온계로 열이 있는지 확인하고 퇴근 이후에도 쇼핑, 만남, 여가생활들을 자유롭게 할 수 없다. 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일상이 하루하루 거듭될수록 이 바이러스는 나에게 많은 것을 얻게 해주었다.

첫 번째로 독서와 글쓰기다. 사람들과의 만남을 줄이고 부대와 집만 오가다 보니 생각할 시간이 많아졌고 독서와 글쓰기가 즐거워졌다. 운 좋게 모 매체에 기고했던 글이 채택돼 게시되는 성과도 있었다. 나는 이 위기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나의 미래를 위해 하나씩 해나가고 있다.

두 번째로 나는 가족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을 때 전 장병의 휴가가 통제됐고, 강원도에 근무 중인 남편과 경기도에 거주하는 나와 아이들은 서로의 안전을 위해 3개월 동안 만날 수 없었다. 덕분에 나는 세 아이와 온전히 함께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매주 주말이면 남편과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어디를 가야 하나 항상 고민이었다. 주말부부이다 보니 평일에 아이들에게 못해 준 걸 보상하기 위해 항상 주말에 집중했다. 그래서 키즈카페·놀이공원·유원지 등을 찾아다녔는데 코로나19로 장기간 ‘집콕’ 생활을 하다 보니 점점 집에서 할 수 있는 놀이를 찾게 됐다.

동화책 읽어주기, 쿠키 만들기, 모종 키우기부터 총쏘기 놀이, 종이로 총 접기, 탱크 그리기까지 아이들의 집콕 놀이 기술이 점점 업그레이드됐다. 이전에는 어디를 가기 위해 준비물 챙기기에 바빴는데 집안에서 아이들과 지내다 보니 애정 표현도 많이 하고 속 깊은 사랑을 주는 기회가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불평하지 않고 출타수칙과 위생수칙을 잘 지키면서 단 한 건의 불미스러운 일도 없이 열심히 임무 수행 중인 우리 부대 장병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꼈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언제든 코호트 격리가 될 수 있다는 대대장님의 말에 대대원들은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고 완벽한 경계작전 임무를 수행하는 듬직한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며칠 전 퇴근길 라디오에서 들은 아나운서의 이야기를 전한다.

“사람들의 바깥 활동이 줄어들어 지구의 움직임이 바뀌었다. 땅의 진동이 줄어들면서 지진활동이 급격히 감소하고 도시 소음도 줄어들었다. 멸종 위기종들이 알을 낳거나 새끼를 낳기 위해 짝짓기를 하고 있다. 몸의 활동은 줄어들었지만 미래를 향한 준비는 어느 때보다 단단해지고 있다. 조용하지만 아주 탄탄하게 이 시간 축적해 나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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