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급장교가 느끼는 ‘전문성’

입력 2020. 07. 03   16:58
업데이트 2020. 07. 0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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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환 중위 
육군1군지사 6군수지원단
이태환 중위 육군1군지사 6군수지원단

지난해 소위 계급장을 달고 본격적으로 공보정훈장교 임무를 수행한 지 이제 반년이 조금 넘었다. 아직 중위 계급을 달기도 전인 풋내기 장교이지만 그 짧은 기간에 앞으로 군 생활에서 내가 바라보아야 할 지향점을 발견했다. 바로 ‘전문성’이다.

우리는 바야흐로 전문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과거엔 다방면에 깊이 있는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천재라 불렀다. 예컨대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과학·수학·철학 등의 분야에서 뛰어난 지식을 지니고 있었다. 홉스·칸트와 같은 천재들도 마찬가지로 과학·철학·정치학 등 다양한 학문에 능통했다.

하지만 지금은 한 사람이 여러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보유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약 3000년간 인류가 쌓아온 방대한 지식으로 인해 지금은 한 분야에만 전문적인 지식을 지녀도 천재로 대접받는다. 즉 천재의 개념이 변화한 것이다. 이른바 ‘스페셜리스트’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는 개개인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전쟁에 대비한 체계적 조직인 군대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비록 6개월짜리 초급장교이지만, 어느덧 반년 동안 한 부대의 공보정훈장교로 임무 수행을 하며 나는 다음과 같이 전문성을 길러야겠다고 다짐했다.

첫째, 공보정훈장교는 ‘스피치 라이터(Speech Writer)’다. 공보정훈장교는 지휘관의 지휘 의도를 명찰해 연설문을 작성한다. 역대 대통령 두 분의 연설 비서관이었던 강원국 작가는 『대통령의 글쓰기』라는 책에서 대통령의 의중을 연설문에 정확히 반영해 내기 위해 화장실에서 볼일 보는 와중에도 대통령과 통화하며 필기를 했다고 말한다. 이처럼 스피치 라이터는 지휘관의 생각과 본인의 생각을 일치시키려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둘째, 공보정훈장교는 ‘기자’다. 홍보 소재를 발굴해 보도자료를 작성한다거나, 부대원들이 작성한 기고문을 말끔하게 다듬어 기자에게 송고한다. 이를 위해선 독자들이 쉽게 글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다해 퇴고해야 한다.

셋째, 공보정훈장교는 ‘교사’다. 담당 과목은 ‘정신전력’이다. 주로 용사들이 군 생활이라는 마라톤을 성공적으로 완주할 수 있도록 군인으로서의 마음가짐과 태도에 대해 교육한다. 이를 위해 공보정훈장교는 훌륭한 교사가 그러는 것처럼 어떻게 하면 효과적인 교육이 될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나는 위 세 분야에서만큼은 탁월함을 갖춘 공보정훈장교가 되고 싶다. 전문성을 길러야 한다는 위 내용이 비단 공보정훈 병과뿐만 아니라 전 병과에 해당하는 내용임은 두말할 것 없다. 우리 군대의 전 간부들이 본인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사생 결단한다면, 전 세계에서 내로라할 만한 군대가 되리라 나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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