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삼 한주를열며] 우주시대의 개막, 미래의 주역은?

입력 2020. 06. 07   15:31
업데이트 2020. 06. 07   16:00
0 댓글

하영삼 경성대 중국학과 교수·한국한자연구소 소장
하영삼 경성대 중국학과 교수·한국한자연구소 소장


미국의 첫 민간 유인우주선 ‘크루 드래건(Crew Dragon)’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도 성공리에 안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전 세계의 언론 매체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우주여행과 개발이 민간자본에 의해 시작됐다는, 이의 상용화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선언이다. 그래서 ‘우주시대’는 물론 ‘우주경제’나 ‘우주투자’ ‘우주식민지’ 등도 이제 더는 낯선 개념이 아니게 됐다.

어떤 의미에서 인류의 역사는 자연과의 투쟁사였다. 인간이 자연을 얼마만큼 정복하고, 자신이 경영하고 통제 가능한 영역으로 만드느냐가 인류 발전의 역사였고, 그것을 선도한 곳이 세계의 중심이, 제국이 되었다.

콜럼버스로 대표되는 대항해시대가 열리기 전 유럽인들은 그들의 대륙, 그 땅에만 매몰돼 있었다. 바다가 있었지만, 육지에 갇힌 지중해에 한정됐다. 그러나 대항해시대가 열리면서 저 대양 너머 미지의 세계로 나가기 시작했다. 스페인·포르투갈·네덜란드·프랑스·영국 등이 앞을 다투며 경쟁했다. 남아메리카는 물론 북아메리카·아시아 여러 곳까지 마치 자기 땅인 양 정복했고, 세계의 제국이 되어 세상을 유린했다. 그전의 육역(陸域)에서 해역(海域)으로 영역을 확장해 새 시대를 먼저 연 전리품이었다.

역(域)은 토(土)와 혹(或)으로 구성돼 ‘토지로 구성된 구역’을 의미한다. 혹(或)은 원래 무기(戈·과)와 성(口·국)으로 이루어져 ‘나라’를 뜻했는데, ‘혹시’라는 뜻으로 쓰이자 성곽(口)을 다시 더해 국(國)으로 분화한 글자다. ‘나라’나 ‘영역’이라는 것이 ‘무기로 지킬 수 있는 영토’임을 천명한 것이다. 그러나 역(域)이든 국(國)이든 모두 바다는 염두에 두지 않은 ‘땅’에 한정됐다. 흙을 일구며 살았던 농경 중심의 중국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육역(陸域)을 벗어나 먼저 해역(海域)을 확장한 서구의 제국들, 그들은 탈취한 자본으로 산업혁명을 이루고 근대화에 성공해 세계의 주인으로 세상을 좌지우지했다. 이제 그 넓은 바다도 극지방은 물론 심해의 여러 자원까지 거의 주인이 정해졌다. 해역(海域)의 시대도 끝나고 있는 셈이다.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하나는 새로운 개념으로 세계를 다시 획정하는 ‘망역(網域)’이고, 다른 하나는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확장하는 ‘우주역(宇宙域)’이다. ‘망역’은 모든 존재물이 인터넷(網)으로 연결되는, 인간끼리의 연결을 넘어선 인간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서로 연결되는, 이전과 전혀 다른 새로운 영토 개념이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대표하는 네트워크 시대, 그에 기초한 인공지능이 이의 상징일 것이다.

‘크루 드래건’의 성공이 상징하고 미국의 화성 식민지 건설이 바라보는 우주개척 전쟁, 이 또한 인류가 걸어왔던 자연에 대한 새로운 영역의 새로운 정복임이 분명하다.

우리는 이런 인류사의 거대한 흐름을 잘 보고 준비해야 한다. 미래를 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자만이 중심이 되고 세상의 주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4차 산업혁명이 숨 가쁘게 진행되는 지금, 우리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