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영 병영칼럼] 숨은 의미 찾기

입력 2020. 02. 18   15:40
업데이트 2020. 02. 18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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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재 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임 재 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선생님! 이렇게 사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무의미한 삶을 계속 살아야 하나요?”

제 직업 특성상 자주 듣는 말입니다. 여러분도 이런 말들, 한 번쯤 해보셨거나 들어보셨을 겁니다. 여기서 ‘의미’는 ‘가치’라는 뜻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은연중 자신이나 타인의 행동 또는 삶에 대해 가치 평가를 한다는 것이죠. 좋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행동하거나 아무 평가 없이 살아간다면 그야말로 무의미할 테니까요. 하지만 내가 하는 일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거나 내가 사는 삶이 무가치하다고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자체로 의미가 생긴 것이죠. 무의미함을 알아차린 의미나 무가치함을 깨닫게 된 가치의 힘은 꽤 큽니다. 우리에게 바뀔 수 있는 계기와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종종 그 의미를 찾지 못합니다. 어떤 문제가 생기면 마치 그동안 해왔던 모든 노력이 헛된 것처럼, 처음부터 잘못한 것처럼 여기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을 나무랍니다. “내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난 원래 이것밖에 안 되는 놈이었어” 하면서요. 자신을 비난하느라 의미를 놓치게 됩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볼 생각조차 못 하는 것이죠.

상담 사례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사는 게 무의미해요”라고 비관하시는 분들에게 먼저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여쭤봅니다. 이유를 듣고 나서는 이렇게 말씀드리죠. “혹시 그동안 놓친 의미는 없을까요? 미처 찾지 못한 의미요.” 그럼 대부분 황당한 표정으로 ‘의미가 없다는데 무슨 의미 타령이냐?’고 되묻듯 쳐다보십니다. 저는 “의미를 못 찾은 거랑 의미가 없는 건 엄연히 다르잖아요”라고 운을 뗀 뒤 “우리의 만남도 의미가 있고, 앞으로 함께 삶의 의미를 찾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겁니다. 설령 그동안 의미 없이 살아오셨다고 하더라도 지금부터 의미 있게 사시면 되지 않겠어요?”라고 여쭤봅니다. 답은 대부분 예스입니다.

의미는 주어지는 것도, 찾아오는 것도 아닙니다. 의미는 찾아가는 것이고, 발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의미를 찾는 과정이나 노력 또한 의미 있는 일입니다. 대단한 일을 이루어야만 의미 있는 게 아닙니다. 근사한 삶을 살아야만 가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매일 반복되는 사소한 일일지라도 그 안에 숨어 있는 의미를 찾는다면 가치 있는 일이 되는 것이죠. 그리고 그렇게 내가 하는 일들 안에 숨어 있는 가치를 찾아 나가면(소풍 때 보물찾기하듯이) 내 삶은 의미로 채워질 것입니다. 아무리 찾아도 못 찾는 때도 있을 텐데요. 그럴 땐 의미를 만들어내면 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저는 지금 칼럼을 쓰고 있는데요. 의미를 만들자면 저는 여러분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처방전’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렵니다. 제 마음대로 칼럼을 처방전으로 바꿔버리는 거죠. 이런 식으로 의미를 찾거나 만들면 그 일은 훨씬 더 가치 있는 일이 됩니다.

오늘부터 하던 일의 숨은 의미를 찾아보거나 하는 일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보세요! 내 삶의 가치가 올라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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