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 예방을 위한 중심공략 작전

입력 2020. 02. 14   16:47
업데이트 2020. 02. 1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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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헌 대위 해군 이억기함
오승헌 대위 해군 이억기함

잠수함 부대의 장교이자 사건·사고 예방업무를 겸하고 있는 나에게 지난 한 해는 정말 바쁜 시간이었다. 더불어 올 한 해 사건·사고 근절을 위해 이제는 좀 다른 접근방법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언론에 종종 보이는 군의 사건·사고는 순간적인 감정 또는 음주 등으로 인해 스스로에 대한 통제력을 잃으면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사건·사고 예방활동의 중심은 ‘자기통제’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부대 사건·사고 예방활동의 성공 여부는 부대원들이 얼마나 자기통제를 할 수 있도록 이끄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얼마 전 우리 이억기함은 자기통제를 위한 노력의 하나로, 체성분 분석을 했다. 처음 나는 ‘과연 이것이 어떻게 자기통제를 달성한다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시각을 달리해 보면, 체성분 분석은 승조원 개개인의 신체 구성성분을 알려줌으로써 신체 능력과 체중 등을 관리하는 기준을 제공하고, 그로부터 우리는 신체에 대한 자기통제권을 획득할 수 있는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우리 함은 이러한 활동을 주기적으로 실시하는데, 지난 측정에 비해 체질량지수(BMI)나 근육량 등 더 나은 측정결과를 받아볼 수 있었다. 비록 바쁜 임무 수행으로 운동이나 식습관 조절을 잘했다고 자부하지는 못했지만, 체성분 분석을 통해 작은 목표를 가지고 조금씩 관리해서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어 굉장히 뿌듯했다.

유명한 군사소설 작가인 톰 클랜시는 “꿈과 목표가 없는 잠수함 근무는 인간이 받을 수 있는 가장 혹독한 형벌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 말처럼 우리는 명예로운 이억기함의 승조원으로서 꿈과 목표가 있는 잠수함 생활을 위해 각자의 목표를 한 자 한 자 적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와 가족 그리고 내가 속한 부대공동체를 위해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자기통제를 위한 출발점이 아닐까?

2020년 끝자락에 달했을 때, 얼마나 많은 승조원이 본인의 목표를 달성했을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승조원들은 적어도 경자년 새해를 자기통제를 위한 노력으로 시작했다는 점이다.

비록 ‘목표 다짐’이라는 일련의 과정에서 그 시작은 부대 과업이었지만, 목표를 수립하고자 고민했다는 점에서 자신을 스스로 칭찬하고 싶다. 사건·사고 예방을 위해 부대 차원에서 예방교육·결의대회 등을 하는 것은 계속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이외에도 부대에서는 개개인의 삶을 모두 세세하게 분석해 개인마다 다른 처방전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체성분 분석이나 목표 설정같이 자기통제를 위한 출발을 돕는 일도 함께 이루어진다면 그 결과는 더욱 성공적일 것이다. 이렇게 부대 차원의 예방교육과 더불어 개인 스스로 자기통제를 돕는 일이야말로 사건·사고 예방을 위한 중심(重心) 공략 작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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