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 긴노동 화물운송시장 갑갑함 뚫은 ‘하이웨이 스타’

입력 2020. 01. 22   16:56
업데이트 2020. 01. 2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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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화물차 업계의 우버’ 콘보이(CONVOY)


美 트럭 운송업자 40% 빈 차로 횡단하며 저소득 굴레…주문형 기술 플랫폼으로 물류업체·운전기사 모두 호평  

콘보이의 로고를 부착한 화물트럭. 차에 ‘우버’ 마크를 달고 다니는 것처럼 화물운송 기사들 역시 콘보이의 로고를 자기 차에 부착하고 다닌다. 전미운송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화물산업은 매년 7000억 달러의 경제적 가치가 있지만, 이 중 40%는 빈 채로 운행된다고 한다.

    콘보이 제공
콘보이의 로고를 부착한 화물트럭. 차에 ‘우버’ 마크를 달고 다니는 것처럼 화물운송 기사들 역시 콘보이의 로고를 자기 차에 부착하고 다닌다. 전미운송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화물산업은 매년 7000억 달러의 경제적 가치가 있지만, 이 중 40%는 빈 채로 운행된다고 한다. 콘보이 제공

노란 택시가 아니어도 휴대폰을 이용해 언제든 집 근처 차를 불러 택시처럼 이용할 수 있고, 원하는 물건은 1시간 안에도 쉽게 받을 수 있는 세상이 왔지만, ‘화물 운송’의 세계는 그러지 못했다. 빛의 속도로 변해가는 세상에서 세계 최고의 첨단기술 기업을 경험해온 단 루이스는 자신이 직접 나설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 루이스는 예일대에서 인지과학과 스페인어를 전공했다. 언어는 물론 프로그래밍을 하는 데에도 재주가 있던 그는 졸업 후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아마존 등에서 각종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또 세계적인 방위산업체인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에서도 일하며 유럽에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소프트웨어와 소비재회사 그리고 방산 업체를 거치며 루이스는 거대한 물류 산업에 아주 낙후된 기술이 적용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콘보이 로고.
콘보이 로고.

매킨지에 따르면, 미국 화물운송시장은 전 세계 1.2조 달러의 20%에 해당하는 2600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한다. 하지만 미국 화물운송업자들은 이 중 40% 이상을 매번 빈 트레일러로 운행한다. 미국의 화물운송체계는 3~4개의 트럭을 가진 소규모 회사 집단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은 중간에 있는 브로커 및 물류를 공급하는 회사와 규모·시간·금액을 조정하고 이에 대한 수수료를 수취하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길었다. 또 트럭 운송업자들은 여전히 저임금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또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해 저소득층의 굴레에서 쉽게 벗어나질 못했다. 불법 이민자들이거나 언어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항의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에 대부분 화물운송업자들은 ‘을’로서 제대로 된 물류 정보도 얻지 못한 채 빈 트레일러로 광활한 미국을 횡단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콘보이의 임직원들. 2015년 4월, 2명의 공동창업자가 시작한 회사는 어느덧 1000명에 가까운 임직원과 함께 3조 원 가치가 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콘보이 제공
콘보이의 임직원들. 2015년 4월, 2명의 공동창업자가 시작한 회사는 어느덧 1000명에 가까운 임직원과 함께 3조 원 가치가 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콘보이 제공

루이스는 운전자들이 주로 들르는 주유소에 몇 달씩 드나들며 그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또 가족이 난민 호스트를 했기 때문에 이들의 주 취업 경로가 화물 운전사인 데다 루이스가 스페인어를 전공했으므로 이들과의 소통이 쉬웠다. 마침 2014년부터 애플의 아이폰과 삼성의 갤럭시가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많은 화물운송업이 2G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변경하던 시기였다. 루이스는 아마존에서 함께 일했던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그랜트 구달과 함께 2015년 4월, 시애틀에서 ‘화물업계의 우버’인 콘보이(CONVOY)를 창업했다.

전화 통화로 직접 중개인과 가격 협상을 하는 대신 트럭 운송회사 및 배송업체가 앱을 통해 직접 연결될 수 있는 주문형 기술 플랫폼이 개발됐다. 회사들은 원하는 물류 규모·위치·금액 등을 올려놓고 운전기사들은 자신의 위치를 기반으로 도달할 수 있는 화물 규모 등을 쉽게 확인한 뒤 선택하고 목적지로 이동한다. 물류 업체는 요금을 투명하게 책정하고 실시간 운송 진행 상황까지 확인할 수 있게 되었고, 운전기사들은 안정적인 일감을 찾을 수 있어 양쪽의 호평을 받았다.

콘보이는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세일즈포스 등 대형 회사들의 지지를 받으며 1조 원에 가까운 투자금을 유치해냈다. 콘보이의 성장을 본 차량 공유 서비스의 원조 격인 ‘우버’ 역시 2017년 5월, ‘우버프레이트(UberFreight)’라는 트럭 공유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콘보이의 앱 화면. 콘보이를 통하면 자신과 가장 가까운 지역의 물류 위치·비용 등을 쉽게 선택할 수 있다.  콘보이 제공
콘보이의 앱 화면. 콘보이를 통하면 자신과 가장 가까운 지역의 물류 위치·비용 등을 쉽게 선택할 수 있다. 콘보이 제공

현재 콘보이의 고민은 ‘트럭의 자율 주행’이다. 현재 미국법상 트럭 운전자들은 하루 11시간으로 최장 운전시간이 정해져 있다. 이에 최근 AI 회사로부터 큰 규모의 투자도 유치했다. 트럭 운전자들의 편의를 위해 기술적 진보를 끌어냈지만, 역설적으로 ‘자율 주행’이란 이름 아래 그들의 일자리를 위협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공동창업자인 그랜트 구달(CTO·최고기술경영자·왼쪽)과 단 루이스(CEO·최고경영자). 아마존 동료였던 이들은 화물운송체계의 비효율을 개선하고 기술적으로 향상하기 위해 의기투합했고, 창업 5년여 만에 3조 원이 넘는 회사로 키워냈다. 콘보이 제공
공동창업자인 그랜트 구달(CTO·최고기술경영자·왼쪽)과 단 루이스(CEO·최고경영자). 아마존 동료였던 이들은 화물운송체계의 비효율을 개선하고 기술적으로 향상하기 위해 의기투합했고, 창업 5년여 만에 3조 원이 넘는 회사로 키워냈다. 콘보이 제공

하지만 이에 대해 루이스는 “각종 규제 그리고 트럭 운송의 특수성 때문에 아직은 이들의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잘라 말했다. 콘보이는 창업 5년 차인 지금 기업가치 3조 원을 넘긴, 가장 주목받는 ‘물류’ 스타트업이 됐다. 미국 전역을 주름잡고 있는 콘보이의 신화와 노하우가 더 많은 국가에서 재현될 수 있길 기다려 본다.

<송지영 IT/ 스타트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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