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을 뚫고 전사로 거듭나다

입력 2020. 01. 17   15:25
업데이트 2020. 01. 1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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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 대위 
육군11사단 투호여단 백호대대
이산 대위 육군11사단 투호여단 백호대대


칼날 같은 찬 바람과 눈으로 뒤덮인 혹한의 얼음골짜기 속에서 지난해 12월, 우리 중대는 사단


최초 과학화전투훈련(KCTC) 전문대항군연대로 작전 통제 전환되어 약 3주간의 긴 여정을 거쳐 안전하게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했다.

강원도 인제군에 있는 KCTC 훈련장은 전형적인 한반도 산간지역이다. 인공 지물은 거의 없고 자연에 맞춰 조성한 초겨울 훈련장의 첫 모습은 초록빛은 사라지고 대기 속 안개마저 얼어붙게 해 마치 동계 전장의 한복판과 같은 삭막한 느낌을 주었다.

게다가 훈련 기간 평균 영하 18도를 넘나드는 혹한 속에서 바람이 더해지니 손가락 관절마다 통증을 호소하고, 장시간 피부가 노출되면 살점이 떨어져 나갈 만한, 상상을 초월할 수준의 매서운 추위를 경험했다.

이런 점에서 동계전투 중 추위가 얼마나 무서운 적인지, 동계전투 준비를 얼마나 철저히 해야 하는지 직접 경험하고 느껴보는 소중한 밑거름이 되었다.

전문대항군연대는 가히 최상의 전투부대였다. “적보다 강한 적, 적보다 지독한 적”이란 구호 아래 현실감 있는 적의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평시 생활부터 말투, 복장, 전술적 행동 등을 적과 동일하게 구현하는 데 매진하며, 수십㎞의 험준한 산악을 도보로 자유롭게 이동하는 강철 같은 체력은 정말 존경스러웠다.

이렇게 막강한 전투력을 유지하고 있는 대항군연대에 같은 대항군 복장을 하고 동기화되기 위해 중대는 전개 전 한 달 동안 철저하게 동계작전 준비 및 전투장비 관리와 교육훈련에 매진했다. 또 ‘피 흘리지 않는’ 훈련 여건을 조성할 수 있는 KCTC 과학화 장비 운용체계와 교전수칙, 체계상의 교전장비 제원 데이터베이스의 세부항목을 선행 학습함으로써 대항군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었다.

이번 훈련을 통해 중대장으로서 체득한 점은 어떠한 우발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상급지휘관의 의도와 METT-TC(임무, 적, 지형 및 기상, 가용부대, 가용시간, 민간 고려요소)를 고려해 적시적인 상황판단과 합리적인 대응을 결단력 있게 신속히 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꼈다.

둘째는 전 중대원이 협동심을 발휘해 서로를 위해 희생하고 열의를 가지고 임하면 상황이 아무리 악조건이어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이 중대원들로 하여금 전투에 임하게 하는가?”라고 자문한다면 그 근간은 그동안 다져진 서로에 대한 신뢰와 강한 정신력이었다. 훈련하며 함께 흘린 땀은 서로에 대한 믿음을 더 굳건하게 만들었고, 맹렬한 추위와 함께 비좁고 차디찬 전차 안에서 나누는 따뜻한 정이 우리를 더욱 끈끈하게 만들어 주었다.

훈련을 마친 지금, 우리는 두려울 것이 없다. 스스로 생각하고 조건반사적으로 행동하는 군인이 되기 위한 길잡이 KCTC를 통해 진정한 전사로 거듭나는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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