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이 ‘북·미회담’ 주요 변수… 국제사회 협력 통해 억제력 강화해야

입력 2020. 01. 01   15:24
업데이트 2020. 01. 0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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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한반도 안보 전망


미국의 동북아 지역 관여 줄어들면

일본 역내 역할 부상 가능성 늘어


중국·러시아 포함한 다자적 구도로 

북 비핵화 협상 재개 가능성도 있어


지난 2019년은 한반도 안보에 있어 굵직한 사건들로 숨 가쁘게 지나간 한 해였다.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 모여 손을 맞잡는 역사적인 사건에서부터 러시아 군용기의 우리 영공 침범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갈등, 북·미회담의 진전과 교착까지 급변하는 모습들이었다. 2020년 새해가 밝았다. 과연 올해에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어떤 흐름으로 이어질까? 국방일보는 경자년(庚子年) 새해를 맞아 국방대학교 안보문제연구소 안보전략연구센터장 유상범 교수의 도움을 받아 올해 안보 전망을 그려봤다.

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 아베(사진 왼쪽부터) 일본 총리가 지난해 12월 열린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 아베(사진 왼쪽부터) 일본 총리가 지난해 12월 열린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미회담은
현재 교착 상태인 북·미회담은 가까운 시일 내에 회담 재개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올해에는 그 진척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어려운 상황이 계속 이어지더라도 쌍방이 회담의 실패를 선언하며 협상을 떠나는 완전한 결렬의 상태가 아닌, 언제라도 회담이 진행될 수 있는 접촉을 유지하는 선에서 관리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만약 북한이 회담 이탈을 선언하더라도 미국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접촉을 유지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해 유 교수는 올해 북·미회담 성사 여부가 각국의 국내적 요인에 추동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은 오는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재선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도전이 북·미회담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서 오바마 행정부와 비교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고, ‘김정은 위원장과 이 정도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트럼프이기에 가능하다’는 평가 등도 정치적 유용함을 주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 심판의 부정적 여파, 대선 레이스 중간 지지도 급락, 미국 경제의 급격한 하락 같은 돌발적인 이슈가 발생한다면 이를 만회하기 위해 북·미회담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 하지만 현 상황이 특별히 악화되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와 경제에 집중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같은 흐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에 당선된다면 북한 비핵화에 대해 일정 정도의 선에서 합의를 이끌어내고 평화적인 성과로 내세울 가능성도 있다. 일반적으로 미국 대통령은 첫 번째 임기에는 재선을 위해, 두 번째 임기 때는 특정 성과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 미국 우선주의를 선언적 정책에서 교조적 신조로 강화시킬 수 있다. 아울러 외교정책에 있어서도 미국에 도움이 되고 미국을 지지하는 국가를 중심으로 관계 재편에 나설 가능성도 존재한다.

북한은
그렇다면 그 반대편에 있는 북한의 입장은 어떨까? 유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내걸고 있는 ‘새로운 길’의 핵심을 자력갱생과 북·중·러 협력 강화로 내다봤다. 올해 북한의 안정성은 자력갱생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북한 경제의 내구성에 달렸다는 설명이다. 현재 북한은 대북 제재로 인해 외환보유고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이다. 2016년 추진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이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만큼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추진했던 다양한 사업들이 어떠한 결과로 이어지느냐가 중요해 보인다.

이와 함께 미국이 ‘레드 라인’으로 규정하고 지속적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는 ICBM 발사를 북한이 실행에 옮기더라도 미국으로서는 단독제재 강화 및 유엔을 통한 국제사회 제재 강화 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모습이다. 또 계속해서 언급되는 군사적 옵션은 북한의 가용 군사적 수단을 고려할 때 현실적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북한이 계속해서 도발 수위를 높여가는 이유 역시 이를 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유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전략적 도발을 실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이는 중국과 러시아, 특히 중국의 지원을 포기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중국과 러시아의 제재 우회를 통한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은 자명해 보인다. 지난해 하노이 회담에서 제재 해제를 제기한 북한의 행태와 최근 유엔 안보리에 중국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제출한 제재 완화 결의안이 이를 방증한다. 이 경우 북한의 ICBM 같은 우주발사체 시험이나 핵실험 등의 도발은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에 부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북한이 모든 상황을 감내하면서 도발하기에는 현재 자력갱생과 자위적 군사력 건설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매우 위험한 도전이 될 것이 자명하다.

유 교수는 “북한의 이런 복잡하고 다양한 고민들이 김정은 위원장으로 하여금 신년사를 외부로 밝히지 않게 만든 요인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1일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대신 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 5차 전원회의 결과 기사를 게재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권력을 장악한 지난 2013년 이후 1월 1일 자 노동신문에 신년사가 실리지 않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일본은
역내에서 일본의 위치와 역할은 미국의 상황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자신의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국내 문제에 치중하며 선거에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경제 및 무역 현안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의 동북아시아 지역에 대한 관여가 줄어들 개연성이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미국은 중국에 대한 대응의 역할을 일본에 넘겨주고, 결정적인 순간에 역내 개입을 추구하는 방향을 추구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북한에 대한 대응까지도 일본에 주문할 수 있다.

유 교수는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이전보다 개선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유 교수에 따르면 한·일은 서로 공식적인 동맹이 아니지만 미국의 동맹 상대국이면서 동시에 미국과 현격한 국력 격차를 갖고 있는 비대칭 동맹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역에서 강력한 힘을 가진 미국의 공백이 발생한다면 이를 대체하고자 상호협력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한·일의 현안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군사정보보호협정, 경제보복 등은 미국이라는 변수에 의해 영향받을 개연성이 커진다. 또 미국의 소극적인 행동에 따라 북한과 일본 간 대화 시작 가능성에 대한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은
북한과 한반도를 대하는 중국의 상황은 그리 여유롭지 않다. 중국은 2021년 중국공산당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이미 여러 자리에서 2021년까지 중국몽의 첫 번째 목표인 샤오콩사회, 즉 인민 모두가 편안하고 풍족한 삶을 누리는 사회를 달성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그 중심에는 경제성장과 민생안정이 있다. 올해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 교수 역시 올해 중국 정세를 내다보며 둔화하고 있는 중국의 경기를 점진적인 회복세로 전환하고, 티베트, 대만, 신장 위구르 등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역적 안정을 꾀하는 데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경우 안정적인 2021년 시작을 위해 현재 진행 중인 홍콩사태 또한 신속하게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올해 중국은 북핵 문제나 미·중 패권경쟁에서도 선제적 혹은 적극적 대응을 펼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유 교수는 “한·일의 협력은 중국 입장에서 반가울 일은 아니지만 미국의 적극적인 역할의 형태로 나타나는 ‘한·미·일 블록’이 아니라면 ‘한·중·일 협력관계’를 개선해 나갈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 “한·일의 강제징용 문제 해결 방향은 중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점에서 이를 자국에도 이용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올해 열리는 도쿄올림픽은 여러 상황을 전개할 수 있는 장으로 활용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일본의 역할이 강조되는 한 해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러시아는
러시아는 신동방정책을 유지하며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소홀했던 중앙아시아 및 동북아시아 지역으로 관심을 전환하며, 동시에 유럽에서 아시아로 집중된 미국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전략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아시아에 대한 관심을 갖고 움직인다면, 미국 역시 아시아 중시 정책을 병행·지속할 수밖에 없고 궁극적으로 유럽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게 될 가능성이 있다. 유럽에서 미국의 공백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러시아의 전략이다.

러시아의 방향은 중국과 북한에도 손해 볼 것 없어 보인다.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듯 북한은 계속해서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고, 중국 역시 미·중 패권 경쟁에 러시아와 협력을 이어가려는 모양새다. 유 교수는 “러시아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과 공동으로 보조를 맞춘다면 다자적 협의체를 통한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도 예측해 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우리의 과제
그렇다면 우리는 올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먼저 우리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현재 도발이 멈춰진 소극적 평화 기간을 최대한 늘려가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도발의 부재는 우리가 중재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혀가는 기회를 제공하며, 북한의 자발적인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반대로 북한의 도발이 예상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이를 주변국의 협력과 유엔, 아세안,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의 협력 수단을 동원해 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유 교수는 “아세안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신남방정책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공조를 이루고,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과도 협력 추구를 가능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신남방정책은 미·중 경쟁 구도에서 전략적 선택을 강요받는 구조적 제약을 완화하는 합리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아세안 역시 우리와 비슷한 전략적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데, 아세안과의 관계가 깊어 갈수록 또 아세안 개별 국가들과의 관계개선이 이뤄질수록 안보 이슈에 대한 미·중의 개별적 영향력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기재를 가질 수 있다. 미·중 쌍방에 전략적 이익을 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는 것은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신남방정책이 올해 지역 안보 이슈에 대한 직접적인 결과를 가져올지는 미지수지만 잠재역량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미·중 모두에게 유익이 될 수 있는 정책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미·중 패권경쟁은 궁극적으로 일방을 선택하도록 하는 전략적 선택 강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쌍방이 원하는 패를 쥘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이와 함께 유 교수는 북한 비핵화 협상 장기화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공감대 형성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비핵화 성공에 대한 대비와 함께 실패 가능성도 동시에 대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인 대안으로 핵·재래전 분리대응을 제시했다.

유 교수는 “북한 핵의 정치적·군사적 운용에 대해서 미국의 핵우산을 통한 대응을 중심으로 하고 우리는 재래전 준비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 교수는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핵에 대한 미국 의존도를 높여야 한다”며 “우리는 최첨단 재래식 전력을 강화함으로써 비핵전 대비의 군사적 억제력을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현우 기자 lgiant61@dema.mil.kr
도움 = 국방대학교 안보문제연구소 안보전략연구센터 



서현우 기자 < lgiant6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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