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석 국방광장] 무기체계 소요의 유연성과 진화형 연구개발

입력 2019. 12. 23   16:20
업데이트 2019. 12. 2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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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석 법무법인 화우 고문·(예)육군준장
김대석 법무법인 화우 고문·(예)육군준장

K11 복합형 소총의 사업중단 소식이 전해졌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표적 위 5m에서 공중 폭발하는 위력적인 무기다.

많은 개발비용과 시간을 들였지만, K11 복합형 소총의 크고 작은 결함을 단기간에 해결하지 못한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다. 더구나 무기체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사거리 문제나 탄의 폭발 효과 부족 등 기술적인 문제를 넘는 작전요구성능의 미충족으로 사업중단의 운명을 맞은 것이다.

무기체계의 연구개발은 미지의 분야에 대한 도전이다. 굳이 에디슨의 전구 개발 실패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연구개발 실패는 잘못이다’라는 명제는 참이 아니다.

그런데 K11 복합형 소총은 왜 연구개발 실패가 성공의 과정이 아니고 적어도 지금은 최종적인 실패라고 단정해야 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됐을까? 그 해답은 우리의 무기체계 획득 절차와 관행 그리고 환경적 요인에서 찾는 것이 빠를 것 같다.

우리 무기체계 연구개발은 소요의 확정성과 개발의 불확정성을 유연하게 연계해주는 데 절차적 한계가 있다. 그동안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화적 개발이나 협약방식, 성실실패제도 등 여러 방안을 도입했지만 아직도 그 이행이 실용적이지는 못하다.

무기체계는 군이 결정한 작전요구성능을 기초로 연구개발에 들어간다. 그러나 연구개발은 가능성만으로 출발했으니 달성하지 못하는 일도 엄연히 존재한다.

그 때문에 작전요구성능의 유연성에 대해 무수히 많은 지적과 개선이 요구됐지만, 계약 행정상 업체 봐주기 문제에 부딪히면 누구도 물러설 수 없는 절대 기준이 되고 마는 것이 현실이다.

기술기반 제품의 개발은 한 번의 라운드로 종료되지 않는다. 개발 라운드를 반복할수록 기술적 수준이 발전하고 완성도가 높아진다. 여기서 라운드는 시스템개발 방법론상의 요구분석-설계-구현-시험 주기를 차용한 개념으로 방법론과 무관하게 기술의 성숙도는 주기, 즉 라운드를 반복하면서 그 수준이 증진됨을 의미한다.

우리의 최첨단 무기체계 개발은 대부분 수년 이상의 장기간에 걸친 한 번의 주기로 개발을 종료한다. 그리고 길게는 10년 이상 동일한 최초 개발 규격에 맞춰 복제품을 만든다.

K11 복합형 소총도 영속성 있는 기술개발과 연구가 가능한 환경이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자문해본다. 한 번의 개발 라운드에 모든 것을 이루려다 발생한 패착은 아닐까? 작전요구성능의 유연성이 담보되고 진화적 개발방법론 적용 환경이 제공됐다면 단계를 높여가며 성숙한 기술을 확보하고 군이 진짜 필요로 하는 최고의 명품무기를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미국의 명품무기로 꼽히는 V-22(OSPREY)의 경우 30조 원이 넘는 개발비와 수십 번 추락하고 사업기간이 늘어나도 인내와 지속적인 예산투입으로 오늘에 이른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연구개발에서 중요한 것은 실패를 격려하고 교훈을 통해 더 큰 성공을 향한 도약에 박수를 보내는 데 인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K11 복합형 소총의 실패에서 올바른 교훈을 분석·도출해내는 지혜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그래야만 우리나라 무기체계 연구개발의 성공적인 미래를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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