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자녀, 군대 가다

입력 2019. 12. 04   16:32
업데이트 2019. 12. 04   16:32
0 댓글
 
황 대 영 일병 
해군제주기지전대 헌병대
황 대 영 일병 해군제주기지전대 헌병대


저는 다문화 가정에서 자라온 해군 수병입니다. 아버지는 대한민국, 어머니는 일본 국적입니다. 저는 지금 대한민국 해군3함대 제주기지전대 헌병대에서 경계헌병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몇몇 사람은 의아해하시면서 질문하실 겁니다. “어떻게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나 군대에 갔지?” 저의 대답은 지금도 그렇고, 전역하고 나서도 그렇고 항상 같을 겁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고 자랐기에 저는 대한민국의 남자이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군대는 가야 하기에 갔다.”

유년 시절의 저는 거의 일본 사람이라 할 만큼 일본 문화와 가깝게 지냈습니다.

어릴 때 어머니·아버지와 함께 일본에 있는 외가로 가서 두세 달을 살다가 다시 대한민국으로 돌아와 학교에 다니고, 또다시 방학이 되면 온 가족이 외가로 놀러 갔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일본 축제에도 가고, 일본에만 있는 명절 문화를 즐기고, 외가 쪽 사촌들이랑 축구도 하고, 이때까지 저는 제 인생에 입대는 없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대학교에 다니던 중 입대가 코앞으로 다가왔고, 이때 처음으로 부모님과 갈등을 겪었습니다. 군대에 갈 것인지, 다문화 가정을 핑계로 군대에 가지 않을 것인지, 특히 아버지와 갈등이 심했습니다.

이런 갈등이 깊어질수록 좋지 않다는 것을 저와 아버지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부자간에 단둘이 소주를 한잔 하면서 진지한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남자라면 군대는 가야지. 군대 가서 사회생활을 배워 오는 거야. 지금 하는 선택, 후회 없이 신중하게 선택하거라.” 아버지의 진심 어린 한마디를 듣고 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입대를 선택했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본다면 저는 이 선택이 제 생의 가장 가치 있는 선택이라고 생각됩니다. 입대 전에는 상상도 못 해봤을 대한민국 국군으로서 여러 훈련도 겪고, 자대에 배치받음으로써 예전에 자주 방문하지 못한 제주도에도 오게 됐습니다. 사람 냄새[情]가 밴 정말 친절하고, 잘해 주시는 선임들과 착한 후임들과의 관계도 만들고, 추억들을 하나하나 그려가는 지금이 저는 너무도 좋습니다.

제게 군 생활은 아직 10개월 남짓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 글을 읽게 되는 모든 다문화 가정의 청소년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요즈음 군대 내에서도 다문화에 관해 교육을 하고 있어서 주변의 많은 사람으로부터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만약 예전의 저처럼 입대를 꺼리고 두려워하는 분들에게는 군대가 힘들긴 해도 배워가는 것이 많고, 얻어가는 것이 많은 곳이니 두려워하지 말고 잘 선택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하고 싶습니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오늘의 뉴스

댓글 0